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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대 과학기술 뉴스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위상을 높인 한해<br>THE 10 BEST SCIENCE NEWS OF 2014

2014년 대한민국이 가장 주목한 과학기술 뉴스는 무엇일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최근 국내 과학기술인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2014년 10대 과학기술 뉴스를 선정했다. 선정된 뉴스에는 국내 기업 및 연구자들이 내놓은 세계적 연구성과가 6건을 차지함으로써 2014년은 대한민국 과학기술력의 우수성을 지구촌 만방에 한껏 드러낸 해로 평가된다.



이번 조사에는 13일간 총 3,439명이 참여했다. 과학기술인 59.4%, 일반인 40.6%의 비중이었다. 심의위원회는 이들의 투표결과를 바탕으로 3차례의 심의를 거쳐 ●과학기술발전 기여도 ●과학기술인 관심도 ●과학대중화 기여도 ●국민적 관심도를 고려해 10대 뉴스를 최종 선정했다.




1 치매 환자 뇌세포 최초 배양

10대 뉴스의 맨 윗자리는 한·미 공동연구팀이 치매 환자의 뇌세포를 세계 최초로 배양해냈다는 소식이 차지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김영혜 박사팀과 미국 하버드 의대 김두연 교수, 루돌프 탄지 교수팀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 조직 특징을 구현하는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하는데 성공한 것. 이를 통해 연구팀은 환자의 뇌 모사한 실험모델을 개발, 알츠하이머의 대표적인 발병 이론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가설을 입증해냈다. 이 실험모델은 기존의 동물모델에 비해 제작이 쉽고, 대량 생산도 가능하기 때문에 수만 종의 약물 후보물질을 테스트할 수 있다. 그만큼 치매 치료제의 개발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또한 연구 시료의 수급과 실험모델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타 퇴행성 뇌질환 연구에도 적용될 수 있어 줄기세포를 활용한 뇌질환 연구의 발전에 추진력이 가해질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지 11월 13일자에 게재됐다.



2 5배 빠른 와이파이, 3.2TB SSD 개발

삼성전자가 현재 사용 중인 와이파이보다 5배 이상 빠른 차세대 와이파이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2위를 점령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60㎓ 초고주파 대역의 주파수를 이용해 최대 4.6Gbps(초당 575MB 전송)의 속도를 낸다. 현재 최신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무선랜 표준규격과 비교해 5배 이상 빠른 속도다. 이를 이용하면 스마트폰 끼리 1GB 용량의 영화파일을 3초 이내에 주고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또 3.2TB급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개발에도 세계 최초 성공했다. 기존 SSD 대비 2배 이상 큰 용량이다. 지금까지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SSD의 최대 용량이 1TB 선에 머물러 있었다.



3 두개골 절개 없는 뇌종양 수술 로봇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닉스 연구단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공동 연구팀에 의해 두개골 절개 없이도 뇌 깊숙한 곳의 종양 제거가 가능한 수술로봇이 개발됐다. 이 로봇은 지름이 4㎜에 불과한 금속관 형태여서 코를 통해 뇌종양에 접근할 수 있다. 또한 수술 집도의의 팔과 손목,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며, 금속관 끝에 상하좌우 90도까지 휘어지는 핀셋이 달려 있다. 때문에 환자 얼굴 중심부에 위치한 뇌하수체 부근의 종양도 제거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두개골 절개법과 비교해 환자의 고통이 대폭 경감됨은 물론 수술 후 회복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4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

기초과학분야 최대 학술대회인 ‘세계수학자대회’가 8월 13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아시아 국가가 개최국이 된 것은 우리나라가 4번째다. 이번 대회에는 120여 개국 5,000여명의 수학자가 참가했으며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시상을 비롯해 다양한 기조강연과 초청 강연, 논문발표, 패널토론, 대중강연 등이 펼쳐졌다. 특히 대회 개최를 통해 한국 수학계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 황준묵 고등과학원 교수가 한국인 최초로 기조강연 무대에 올랐고, 김범식 고등과학원 교수 등 5명의 교수가 초청강연자로 대중 앞에 섰다.



5 암세포에만 달라붙는 바이오 나노신소재


수술, 방사선치료, 화학요법 등 기존의 암 치료법은 치료 과정에서 암세포 주변의 정상세포까지 타격을 받아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한다.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이 암세포만 선별 공격하는 치료법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고려대 이지원 교수팀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광명 박사팀이 암세포에만 결합하는 바이오 나노신소재 개발에 성공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연구팀은 단백질 나노 입자 표면에 암세포에 달라붙는 아미노산 화합물인 ‘펩타이드’와 직경 3㎚ 이하의 초미세 금 ‘나노닷(nono dot)’을 결합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나노소재를 환자에게 주입한 뒤 근적외선 광열치료를 하면 암세포만 정확히 제거할 수 있다. 또한 이 소재는 자발적인 단백질 변성을 통해 분해된 뒤 몸 밖으로 쉽게 배출되기 때문에 나노입자의 체내 축적에 따른 위해성도 없다. 실제로 연구팀이 유방암이 걸린 쥐에게 3주일간 이 소재를 이용해 광열치료를 수행한 결과, 장기와 조직에서 암세포가 괴사되고 나노입자는 잔존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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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대면적 단결정 그래핀 합성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의 실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나노일렉트로닉스랩팀 황성우 박사와 성균관대학교 신소재공학부 황동목 교수팀이 공동 개발한 대면적 단결정 그래핀 합성 기술이 그 주인공. 연구팀은 기존의 한계 극복을 위해 게르마늄 기판을 사용해 그래핀 소자를 떼어내 옮길 필요 없이 그 자체로 반도체 소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게르마늄 기판 위에서 합성한 웨이퍼 크기의 그래핀은 연결 부위가 없어 단일 결정과 동일한 구조를 갖는다. 때문에 대면적화 과정에서 전자 이동성이 저하되는 문제점이 없다. 연구팀은 후속연구를 통해 단결정 그래핀의 크기를 더욱 키운 다음, 관련공정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7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준공

1988년 남극세종과학기지가 건설된 지 26년 만에 대한민국의 두 번째 남극기지인 ‘장보고과학기지’가 지난 2월 12일 준공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열 번째로 남극에 2개 이상의 상설기지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총 1,047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장보고기지는 4,458㎡의 부지에 생활동, 연구동, 발전동 등 16개동과 24개 관측장비 및 부대설비를 갖추고 있다. 항공기의 유체역학 디자인을 반영해 영하 40도의 극한과 초속 65m의 강풍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최대 수용인원은 60명이다. 특히 남극 최북단의 킹조지섬에 위치한 세종기지와 달리 장보고기지는 남극 대륙에 터를 잡고 있어 빙하, 운석, 오존층, 극한지 공학 등 대륙기반 연구의 전진기지로서 남극에 대한 이해도 증진에 커다란 기여가 예상된다.



8 2014 ITU 전권회의 개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2014 ITU 전권회의’가 지난 10월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됐다. 아시아에서의 개최는 1994년 일본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최첨단 ICT 기술을 논의하는 국제기구로 전권회의에서는 세계 ICT의 흐름에 방향성을 제시하는 한편 인류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ICT 기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총 3주일간 진행된 이번 회의에는 193개 회원국 정부대표단과 국제기구, 기업, 연구기관 관계자 등 3,000여명이 참가했다. 핵심 의제는 우리나라가 주도한 사물통신(IoT)과 ICT 융합이었으며, 우리나라가 제안한 10.2채널 오디오 기술이 ITU 국제표준으로 채택됐다. 또한 한국인 최초로 KAIST의 이재섭 박사가 ITU 표준화총국장에 당선되는 기쁨도 있었다.



9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편안 재논의 촉구

교육부가 지난 9월 24일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을 발표했다. 이 교육과정 개정안은 현재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고교에 입학하는 2018학년도부터 문·이과 구분 없이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배우도록 하고, 이들이 대입시험을 치르는 2021학년도 수능부터 문·이과 모두 두 과목을 필수로 응시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런데 과총을 중심으로 한 국내 과학기술계가 이번 개정안이 사회적 합의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만들어졌다면서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관계부처들은 개정안의 각론 개발에 과기계 인사와 현장 교원을 균형 있게 참석시킬 예정으로 알려졌다.



10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DCT 모터

10대 뉴스의 마지막은 LG이노텍이 고가의 희귀원소인 희토류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차량용 듀얼 클러치 자동변속기(DCT)용 모터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장식했다. DCT는 일반 자동변속기 대비 약 12%, 수동변속기 대비 약 5%의 연비 개선 효과가 있어 유럽 등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DCT용 모터는 DCT가 차량의 주행 상황에 맞춰 기어를 변경할 수 있도록 두 개의 클러치를 움직여주는 핵심 구동 부품이다. 그런데 차량용 모터의 영구자석으로 쓰이는 네오디뮴(Nd)과 디스프로슘(Dy) 같은 희토류 소재는 매장량이 매우 적은데다 중국이 전 세계 공급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자원 무기화의 우려가 높다. 때문에 이번 성과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큰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되고 있다. LG이노텍은 2015년초부터 멕시코 공장에서 이 모터의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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