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인터스텔라’의 과학적 진실과 거짓

What Interstellar Got Right and Wrong

제2의 지구를 찾는 여정을 그린 SF 영화 ‘인터스텔라’가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만큼 우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이 영화는 과학적 진실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졌다. 이를 위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캘리포니아공대의 유명 이론물리학자였던 킵 쏜 박사의 자문을 받아 영화를 완성했다. 킵 쏜 박사는 우주를 지배하는 골치 아픈 물리학적 원리를 가급적 사실에 가깝게 묘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아다고 한다. 과연 인터스텔라에 표현된 다양한 설정 가운데 과학적 진실은 무엇이고, 거짓은 무엇일까.







1 웜홀을 이용한 우주여행
진실 혹은 거짓: 이론상 가능하다.


웜홀은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통로로 우주라는 시공간을 한 장의 천으로 생각하면 그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천은 평소 평평한 모습이지만 특정 상황 하에서는 이불을 개어놓은 것처럼 일부가 다른 일부 위에 포개질 수 있다. 이를 왜곡이라 한다. 이렇게 왜곡된 시공간 사이에 만들어진 지름길이 바로 웜홀이다.

그러나 웜홀을 통한 우주여행은 꽤 복잡한 조건이 충족돼야만 가능하다. 일례로 시공간을 접어 웜홀의 관문을 열어놓으려면 어마무지한 양의 ‘음에너지(negative energy)’가 반드시 필요하다. 영화에 나온 수준의 웜홀이라면 족히 태양 중력의 1억배에 해당하는 음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음에너지는 인력(引力)이 아닌 척력(斥力)을 내는 신비한 물질상태로 이론상 존재할 뿐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적은 한 번도 없다.



2 블랙홀 주변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진실 혹은 거짓: 진실


다시 한번 우주라는 시공간을 한 장의 천으로 생각해 보자. 그리고 이 천을 평평하게 펴서 볼링공을 올려놓으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볼링공이 놓인 부분이 움푹 들어갈 것이다. 이렇게 들어간 부분, 즉 시공간의 왜곡이 일어나는 곳이 블랙홀이며 정상 상태와 비교해 시공간이 엄청나게 연장된다. 그러니 블랙홀과 같은 중력 함정(gravity well)에 가까이 있으면 지구에서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를 것이 자명하다.



3 블랙홀 내에서 지구와의 통신
진실 혹은 거짓: 거짓이라 단정 지을 수 없다.


블랙홀이라는 이름은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을 만큼 중력이 강하다는 뜻으로 붙여졌다. 그러나 모든 이론이 그렇듯 우주물리학에도 허점은 있다. 스티븐 호킹 박사의 ‘호킹 복사’ 이론도 그런 허점 중 하나를 파고든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은 유입되는 음에너지의 양만큼 양에너지를 생성한다. 그리고 이 양에너지 입자를 블랙홀 밖으로 방출한다. 즉 블랙홀에는 에너지를 가진 입자들이 드나들고 있으며, 여기에 정보를 기록함으로써 블랙홀 속에서 지구와 통신할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이론상 그렇다는 얘기다.



4 우주선 없이 블랙홀 안에서 버틸 수 있다?
진실 혹은 거짓: 거짓×100


우주물리학자들은 우주인이 우주복만 입은 채 사상 수평선을 넘어서는 순간, 블랙홀의 엄청난 중력으로 인해 몸이 국숫발처럼 기다랗게 늘어나 버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천체물리학계에는 이를 지칭하는 용어도 있다. 바로 ‘스파게티화(spaghettification)’다. 인체가 스파게티 면발처럼 늘어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상황이 되고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5 중성자별을 이용한 우주선 감속
진실 혹은 거짓: 거짓



블랙홀, 그것도 영화 속 가르강튀아 같은 거대 블랙홀에서 탈출하려면 대충 계산해도 광속에 가까운 속도를 내야 한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블랙홀 탈출 후 곧바로 인근의 행성에 착륙할 수 있을 정도로 속도를 줄여야 했다. 문제는 광속으로 비행하다가 속도를 갑자기 줄이면 우주선이 산산조각 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주인공들은 중성자별을 선회해 감속에 성공한다. 하지만 중성자별의 중력장으로는 이 정도의 감속이 불가능하다. 적어도 지구만한 크기를 가진 또 다른 블랙홀의 중력장 도움을 받아야 한다.

관련기사





6 거대 블랙홀 ‘가르강튀아’의 모습
진실 혹은 거짓: 진실에 가깝다.


가르강튀아는 그냥 검은 구멍으로 표현되지 않았다. 주변에 항성과 은하들이 빛나고 있으며, 소용돌이치는 눈과 같은 모습으로 묘사됐다. 이는 블랙홀이 일으킨 중력 렌즈로 인해 블랙홀 뒤쪽의 천체들이 둥근 고리 모양을 이루며 원래보다 더 밝게 보이는 현상을 실제 관측 및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에 기반해 재현한 것이다. 즉 가르강튀아의 모습은 과학적 관측 결과와 매우 일치한다.



7 블랙홀 인근의 행성은 다른 천체와 충돌하지 않는다?
진실 혹은 거짓: 거짓


‘밀러 행성’에 생명체가 없음을 확인한 탐사대는 가르강튀아를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가르강튀아의 중력이 너무 큰 탓에 밀러 행성에는 유성이나 혜성, 소행성들의 충돌이 전혀 일어나지 않아 생명의 탄생 및 진화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작은 덩치의 소행성급 천체들도 상당한 각운동량을 지니고 있고, 웬만해선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지 않을 정도의 원심력을 가진다. 따라서 밀러 행성도 유성, 혜성, 소행성의 공격을 받았을 것이다.



8 병충해로 엉망이 된 지구의 농업
진실 혹은 거짓: 거짓에 가깝다.


영화에서처럼 옥수수만 먹고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될 확률은 지극히 낮다. 현 농업 시스템에 심대한 문제가 생기더라도 우리에게는 육류와 생선 등 작물의 대체재들이 있다. 그리고 파괴력이 강력한 병충해는 대개 한 종의 작물만 공격하지 여러 종을 공격하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여러 종을 공격하는 병충해는 그다지 위력적이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9 5차원 공간에서 살아가는 인간
진실 혹은 거짓: 거짓×100


인터스텔라에서는 인류의 후손들이 ‘벌크(bulk)’라 불리는 5차원 공간에서 지내며 시공간을 넘나들어 조상들에게 가르침을 주려 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는 과학적으로 볼 때 새빨간 거짓말이다. 5차원 공간의 크기는 무한소(infinitesimal)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손들은커녕 단 한 사람도 들어갈 수 없다.

사상 수평선 (Event Horizon) 탈출속도가 빛의 속도가 되는 부분으로 우주와 블랙홀의 경계가 되는 수평선.
중성자별 (neutron star) 행성 진화의 마지막 단계인 초신성이 폭발한 뒤 생기는 중심부가 거의 중성자로 이뤄진 천체. 크기는 직경 수십㎞ 정도로 작지만 질량은 태양보다 크다.
중력렌즈 (gravitational lens)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에서 나온 빛이 은하, 은하단 등 거대 천체들의 중력장 영향을 받아 굴절돼 보이는 현상.

파퓰러사이언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