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IT기술의 조합, 이른바‘핀테크(Fintech)’가 요즘 화두다. 트렌드에 발맞춰 최근에는 증권과 핀테크가 조합된 새로운 서비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모바일 증권정보 플랫폼으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핀테크 스타트업 두나무의‘증권플러스’도 그중 하나다. 포춘코리아가 송치형 두나무 대표를 만나 주식 플랫폼 비즈니스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사진 차병선 기자 acha@hmgp.co.kr
스마트폰의 활성화는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쇼핑, 레저, 학습 등 많은 것을 스마트폰 하나로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주식 거래’다.
주식거래 시장은 PC 보급률이 증가한 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증권거래소 객장 중심에서 집에서도 거래가 가능한 홈트레이딩 시스템(HTS·Home Trading System)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최근에는 HTS에서 진일보한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Mobile Trading System)으로 변신하고 있다. HTS의 시장 점유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MTS의 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기존 증권사들이 운영 중인 MTS는 증권사 본연의 기능인 ‘거래’에 초점을 맞춘 것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주식거래를 하는 사람들은 속칭 ‘증권 고수 비법’이나 ‘관심 종목’을 비롯한 각종 정보를 외부 경로를 통해 얻는 상황이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등장한 새로운 개념이 바로 ‘소셜트레이딩 서비스(STS·Social Trading Service)’다. STS는 거래 및 종목 시세 파악뿐만 아니라 고수의 비법, 다양한 콘텐츠, 주식 거래를 하는 지인들 간의 정보 공유 등 소셜 기능이 강화된 신개념 모바일 증권 정보 서비스를 제공한다.
STS의 선두주자는 단연 두나무가 개발한 ‘증권플러스 for Kakao(이하 증권플러스)’다. 지난해 2월부터 서비스가 시작된 증권플러스는 카카오 유일의 증권서비스라는 입소문을 타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증권플러스 개발을 진두지휘한 송치형 두나무 대표는 말한다. “개발 당시에는 하루 3~4시간만 자면서 일에 몰두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팀원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죠.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 큰 열정으로 서비스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송 대표는 모바일 결제업체 다날에서 병역특례로 근무하며 본격적으로 창업에 나설 뜻을 품게 된다. 송 대표는 말한다. “당시 선배들도 제가 개발에 흥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어요. 저한테는 본연의 업무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개발해보라고 말씀들 하셨죠. 그렇게 나온 결과물 가운데 일부는 특허를 낼 정도로 괜찮았습니다. 불현듯 제가 하고 싶은 개발업무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창업뿐이라는 확신이 들었죠.”
송 대표는 이후 지인 2명과 함께 스타트업 ‘두나무’를 창업한다. 사실 두나무의 시작은 증권플러스가 아니었다. 지난 2012년 설립된 두나무의 첫 콘텐츠는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뉴스서비스 ‘뉴스메이트’였다. 뉴스메이트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추천받은 뉴스를 키워드별로 정리해 순위를 보여주는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였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독자뿐만 아니라 언론사의 관심도 뜨거웠다. 자신들의 기사가 순위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기자들과 언론사의 기분 좋은 잔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송 대표는 얼마 지나지 않아 뉴스서비스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공유가 많이 되는 콘텐츠의 경우, 경성 콘텐츠들(심각하고 경직된 이슈의 기사들) 위주로 공유되다 보니 뉴스메이트 서비스 내 심각한 기사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었다. 기사 분야가 한쪽에 치우치다 보니, 과연 이 서비스가 대중이 좋아하는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커져 갔다. 무엇보다 언론과 무관한 개발자들이 뉴스 서비스를 하는 데 전문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선배와 술자리를 갖게 된다. 송 대표는 그 자리에서 지금의 ‘증권플러스’를 탄생시키게 해준 한마디를 듣게 된다. “너 오늘 술자리에서 증권 이야기만 한 거 알아?” 사실 송 대표는 대학교 재학 시절, IT학도였음에도 경제 쪽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경제학 공부도 꾸준히 해왔다. 그중에서도 유독 증권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경제와 IT를 접목해 증권 매매 시스템 프로그램을 제작해 본 경험도 있었다. 이후 송 대표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진행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에 멘토로 참여하며 학생들과 함께 증권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만들기도 했다.
증권이라는 신규 사업 아이템을 선정한 두나무와 송치형 대표의 행보는 이후 매우 신속했다. 사업 아이템을 빠르게 실현하기 위해 사무실에서 살다시피 하며 개발에 몰두했다. 그러나 난관도 분명 있었다. 기존 증권사들이 이
미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내놓고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기존 대형 증권사 서비스와 차별을 두지 않고는 승부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때 송 대표가 생각해 낸 묘안이 바로 카카오톡과의 제휴였다. 당시 카카오톡은 종합모바일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선언하며 기존 게임 서비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앱과 제휴를 검토하고 있었다. 송 대표는 망설임 없이 카카오에 증권플러스 관련 제안서를 내밀었다. 이후 6개월 동안 치열한 회의가 반복됐다. 그리고 수개월 간 노력한 끝에 ‘증권플러스 포 카카오’가 탄생했다. 돌이켜 보면 카카오톡과의 제휴는 송 대표와 두나무에게 있어 ‘신의 한 수’였다.
증권 앱 사용자 대다수의 연령대는 보통 40~50대다. 그들에게 새로운 앱을 설치하게 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증권플러스는 4,000만 명에 육박하는 가입자를 보유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40~50대와의 접점을 찾는 유리한 입지를 선점할 수 있었다.
이후 송 대표는 증권플러스가 나아가야 할 또 다른 방향을 설정했다. 바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였다. 사실 증권 방송, 증권 사이트, 자칭 ‘전문가’ 개인 사이트에서 추천하는 주식 중 상당수는 시장에서 검증이 안 된 종목이 많다. 추천 종목 10개 중 하나만 수익이 발생해도 전문가 소리를 듣는 것이 주식 정보 시장의 우울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송 대표는 모의투자가 아닌 실제 매매 명세 데이터에 기반한 서비스 운영을 표방했다. 실제 거래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 꾸준히 주식거래를 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존의 어떤 정보보다도 믿을 만한 정보를 ‘증권플러스’를 통해 제공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증권플러스는 출시 이후 높은 신뢰도와 정확도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신뢰에 대한 송 대표와 증권플러스의 욕심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송 대표는 “개인 투자자의 주 거래 종목이 소형주인지 대형주인지 참고해 투자 위험도를 분석하고, 단순수익률이 아닌 수익성과 위험도를 고려해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며 “주식 실거래를 잘하는 개인 외에도 투자 자문사를 끌어들여 보다 검증된, 신뢰도 높은 정보를 제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공 중인 랭킹서비스는 이 같은 노력이 반영된 검증시스템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증권플러스의 수익모델은 무엇일까? 현재 증권플러스의 수익은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으로부터 받는 입점비에서 창출된다. 이 수익으론 손익분기점(BP, Breakeven Point)을 맞추는 수준. 올해는 서비스 내 순위 열람시스템, 알림 메시지 등을 부분 유료로 전환해 수익모델을 추가할 예정이다. 특이한 점은 유료서비스를 원하는 쪽이 두나무가 아닌 ‘증권플러스 사용자’라는 점이다. 송 대표는 말한다. “매매 정보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다 보니,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퍼지는 게 싫은 사용자들이 먼저 나서 유료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합당한 돈을 내고 정보를 얻겠다는 거죠. 저희에겐 당연히 기분 좋은 상황이지만, 수익보단 신뢰 구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송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증권플러스를 주식거래, 정보, 시그널의 유통채널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증권사들과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공유하며 상생하는 것을 당면과제로 삼고 있다. 그리고 국내시장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닦은 후, 해외시장 진출에도 나설 예정이다. 송 대표는 “해외 MTS 중 증권플러스만큼 서비스가 잘 구축돼 있는 플랫폼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해외 금융 시장에서 성공을 자신하긴 부담스럽지만, 성과를 내고 싶은 바람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