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 2015] 케이스 스터디 : 삼성생명

5분짜리 유튜브 동영상이 만든<br>따뜻한 공감과 소소한 기적들

올해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 행사에서 가장 호평을 받은 브랜딩 활동 중 하나는 삼성생명의 ‘당신에게 남은 시간’ 프로젝트였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유튜브에 공개한 ‘당신에게 남은 시간’ 동영상으로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포춘코리아가 ‘당신에게 남은 시간’ 영상이 만들어진 배경과 그 뒷이야기를 들여다보았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지난 3월 10일 여의도 콘래드호텔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 행사장. 연단에 오른 문지훈 인터브랜드코리아 대표가 5분짜리 짤막한 동영상 한 편을 소개했다. 삼성생명이 지난 10월 31일 유튜브 사이트에 올린 ‘당신에게 남은 시간’이라는 광고 영상이었다.

영상이 재생되자 행사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영상이 진행될수록 분위기는 점점 더 숙연해졌다. 한쪽에서는 나지막한 신음과 탄성도 터져 나왔다. 5분이 지나고 영상이 끝난 후. 한동안 어느 누구도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진한 여운과 정적만이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정적이 지배하던 행사장은 문 대표가 다시 마이크를 잡으며 원래 상태로 되돌아왔다. 문 대표는 한껏 상기된 얼굴로 이것이 바로 브랜드가 줄 수 있는 감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표는 또 이 광고 영상 제작이 디지털 시대에 기업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완성도 높은 브랜딩 활동 중 하나였다고 삼성생명을 한껏 치켜세웠다.

‘당신에게 남은 [   ] 시간'
“이런 상태라면 1년 3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무거운 분위기가 심각한 상황임을 암시한다. 검은 화면 위로 ‘당신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라는 자막이 천천히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뒤이어 등장한 중년의 남성. 감정에 북받친 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손으로 눈물을 훔친다. 같은 판정을 받은 다른 사람들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아직 할 일이 많은데….” 독백을 뒤로하고 화면은 터널 속 자동차 운전자 시점으로 이동한다. 몽환적으로 지나가는 가로등 불빛 아래로 서서히 텍스트가 떠오른다. 텍스트는 묻는다. 당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고.

다시 화면은 처음의 건강검진센터. 영상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진찰실에 몰래 카메라가 설치되는 모습과 함께 그간의 상황을 설명하는 몇 문장이 지나간다. 상황은 이렇다. 앞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이들은 일주일 전 건강검진을 받은 일반인들이다. 이들은 이날 건강검진 결과를 받으러 병원을 다시 찾았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의사의 소견을 듣는다. “얼마 남지 않으셨습니다.”

의사의 말이 거짓은 아니다. 그들이 받은 시한부 기간은그들의 기대 수명에서 잠자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 등을 뺀, ‘오롯이 가족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조금 차이가 있을 뿐이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이들은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한다. 그리곤 모두 상념에 빠진다. 다시 텍스트가 묻는다. “당신에게 남은 [가족과 함께할]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당신에게 남은 시간’이 제작된 배경
삼성생명은 자사가 영위하고 있는 보험업의 의미를 ‘나와 가족의 삶을 사랑으로 묶어주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고객들이 인지하는 삼성생명의 브랜드 키워드 역시 ‘사람’, ‘가족’, ‘사랑’ 세 단어로 압축된다. 삼성생명이 2011년부터 주요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람, 사랑’ 캠페인도 이들 키워드를 고객에게 확고히 인지시키기 위한 브랜딩 활동의 일부로 볼 수 있다. 특히 2013년 진행한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방법론으로 기업 브랜딩 활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후 삼성생명 커뮤니케이션팀의 눈길은 가족으로 향했다. “‘우리나라 직장인이 하루에 가족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평균 28분에 불과하다’는 2012년 신문 기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당신에게 남은 시간’ 광고 영상을 기획한 삼성생명 커뮤니케이션팀 김희안 차장의 말이다. 2014년 삼성생명은 ‘당신에게 남은 시간’ 유튜브 영상을 공개하며 또다시 사회에 큰 울림을 만들어냈다.

‘가족과의 시간’이라는 중심 줄거리를 잡았지만 이를 표현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족은 긍정적인 의미를 담기에 탁월한 소재인 데다가 삼성생명이 정의한 보험업의 의미인 ‘나와 가족의 삶을 사랑으로 묶어주는 것’과도 상통하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진부한 내용으로 치우치기 쉬웠다. 자칫 감정 쥐어짜기 식의 신파극이 될 가능성도 높았다. 때문에 단순히 감정을 건드리는 것을 넘어서 그 이상의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온 게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수치화해 보여주는 것’이었다.

홍성제 삼성생명 커뮤니케이션팀부장은 말한다. “수치화된 시간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인 동요가 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저도 해봤는데 13개월이 나오더라고요. 저 자신부터 느낀 게 많았죠. 그래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의 가치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프로젝트에 공감하고, 또 그런 공감대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는 실천으로 이어진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광고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뜨거운 반응 그리고 그 뒷이야기
‘당신에게 남은 시간’에는 다양한 인물군이 등장한다. 성공한 비즈니스맨, 벤처사업가, 장성한 자식을 둔 중년 여성, 워커홀릭 워킹맘,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홀어머니를 모시는 직장인 등 성별이나 나이는 물론 직업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이처럼 다양한 인물군의 등장은 시청자의 공감대를 넓히는 데 크게 기여했고, 이는 시청자가 자발적으로 지인들과 영상을 공유하게 만드는 배경이 되었다. 덕분에 ‘당신에게 남은 시간’ 동영상은 업로드 일주일 만에 150만 뷰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바이럴 마케팅에서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3월 현재 ‘당신에게 남은 시간’ 유튜브 조회 수는 550만을 넘어서고 있다.

사회적 파급력도 컸다. 각종 방송 및 라디오에서 가슴 따뜻한 이야기 등으로 소개되며 전파를 탔다. 온라인에서의 반응은 더 뜨거웠다.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에 동영상이급속히 퍼지면서 자발적으로 ‘부모님께 전화하기 운동’이 벌어졌다. 재밌는 반응도 많았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게임 아이디를 삭제했다거나 SNS를 탈퇴했다는 인증글이 올라왔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해줬다며 삼성생명 커뮤니케이션팀에 감사의 인사를 보내는 이들도 많았다.

삼성생명 홈페이지(http://www.myfamilytime.co.kr/)에는 여전히 가족 시간 계산 시계가 똑딱이며 가고 있다. 2013년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처럼 ‘당신에게 남은 시간’ 역시 깊은 울림의 여운을 오랫동안 남기고 싶어서다. 이미 이들 두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업 광고를 넘어 창의적인 사회공헌활동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말한다. “대다수 사람은 일상에 쫓겨 가족과의 시간을 미룹니다.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저희가 ‘당신에게 남은 시간’ 프로젝트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정말 짧습니다. 그걸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만든 영상이 많은 사람에게 가족과의 일상을좀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면, 그것만으로도 저희는 큰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브랜드 마케팅에서 공감이 발하는 위력은 엄청난 듯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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