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대단히 중요한 문제 제기

THE GREAT BIG QUESTION

나노입자는 거의 모든 포춘 500대 기업 및 우리 삶과 연관되어 있다. 이들은 스낵부터 의류, 선크림까지 거의 모든 제품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우리가 이 물질이 자연에-혹은 우리 몸에-쌓일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거의 대부분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By Ryan Bradley



몇 년 전 아르투로 켈러 Arturo Keller는 몇 년 전 돼지 피부를 이용한 실험에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는 돼지 피부에 물질을 바르고, 불빛을 비춰보고, 가열도 해보고, 현미경으로 관찰도 해봤다. 그가 돼지에 특히 더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돼지를 전체적으로 연구해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인간 피부와의 유사성 때문에 돼지 피부는 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사람 피부로 실험할 수 없는 현실적인 이유도 분명 있었다). UC 산타 바바라의 화학 및 환경 과학 교수인 켈리는 학생들과 함께 화장품과 선크림, 그리고 로션에 흔히 쓰이는 물질을 용액에 첨가해 돼지 피부에 발랐다. 그런 다음 그 샘플을 자외선에 노출 시켰다. 그중 일부는 햇빛과 유사하게 특별 제작한 램프 아래 두었고, 또 일부는 진짜 햇빛을 받도록 창문 옆에 두었다. 켈러팀은 빛이 이 용액의 주성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했다. 이 주성분은 바로 나노 이산화티타늄(nano titanium dioxide)이었다.

켈러는 이 물질이 피부에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이해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불활성 화학물질인 이산화티타늄은 종종 수술을 통해, 그리고 인공 관절의 일부로 자주 인간의 몸에 주입되는 물질이다. 하지만 이산화티타늄은 나노 크기로 아주 아주 작아지면, 일반적인 환경에서와는 매우 다른 특성을 보인다. 몇 개의 원자로만 이뤄지는 나노 크기에선 물질의 특성이 대개 변하게 된다. 만약 머리카락의 폭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Empire State Building만 하다고 가정하면, 나노입자는 개미만 한 크기다. 그렇게 작은 사이즈에서 물질은 새로운 특성을 띠게 된다.

특히 나노 크기의 이산화티타늄은 대부분의 입자와는 달리 골수, 난소, 림프샘, 신경 등 신체 기관에 미끄러져 들어간다. 혈액뇌장벽(blood-brain barrier)을 가로지르거나, 세포에 침투해 유전 물질을 파괴할 수 있다. 이 입자는 소장에 쌓이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특히 우리의 면역 체계가 이용하는 부위에 축적된다. 2010년 UCLA 보건대학원의 분자 생물학 교소는 나노티타늄을 첨가한 물을 쥐에게 먹였을 때, 곧바로 이 물이 동물의 염색체와 DNA를 파괴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렇게 되면 심장병과 신경질환뿐만 아니라 암 발병률도 높아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 연구기구(The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IARC)는 파우더 형태의 나노 이산화티타늄이 암과 관련 있고, 특히 들이마셨을 때 암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발표한 바 있다.

나노 이산화티타늄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제품에 흔히 첨가된다. 워싱턴 D.C.에 기반을 둔 연구기관 환경단체(Environmental Working Group)는 나노 이산화티타늄이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품 1만 개가량에 들어가고, 심지어 식품에도 첨가돼 있다고 밝혔다. 이 입자는 빛을 잘 반사한다. 2013년 연구에 따르면 나노 물질은 식품 분말 가루에 흔히 쓰인다. 던킨 브랜드의 파우더 도넛과 호스티스 Hostess 사의 도넛에서도 발견됐다(호스티스는 입장을 표명해 달라는 포춘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던킨 대변인은 자사 제품의 성분이 FDA가 내린 나노입자의 정의에 부합하진 않지만 "이산화티타늄을 포함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방법을 찾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 10년간 나노입자의 사용이 만연해지면서 이에 대한 노출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오늘날 나노 물질 시장이 방대해졌다는 데는 모두 동의하지만, 이 시장이 실제로 얼마나 큰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보고서는 이 산업의 규모를 수십억 달러로 분석하고 있다. 신생 나노기술 프로젝트(The Project on Emerging Nanotechnologies, PEN)는 이 시장을 200억 달러 규모로 추산하고, 향후 10년간 두 배로 늘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리서치 회사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 Global Industry Analysts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까지 전 세계 나노기술 시장은 무려 3조 5,0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제까지 만들어진 나노 물질의 수 역시 정확히 밝혀내기 어렵지만, 수만 가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확실한 점은 이 미세한 물질이 이미 상당량 존재하고, 우리가 사고, 먹고, 입는 수많은 제품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나노 물질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이 물질을 연구하는 과학자들과 이 물질을 자사 제품에 사용하는 기업들은 이제야 그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나노 물질 노출 여파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다는 것도 이제야 깨닫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식품에 포함된 GMO(유전자변형생물체)의 위험에 대한 공개 토론은 있었지만, 나노 물질에 대한 의문은 주류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다.

이산화티타늄은 선크림이나 로션 등의 액체와 섞이면 피부와 혈액으로 침투 - 침투 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 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그러나 이산화티타늄이 첨가된 페이스 파우더의 경우 사람이 흡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게 되면 이 물질이 폐에서 혈액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 부분이 바로 켈러가 2012년 나노 이산화티타늄 연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실시한 조사였다. 나노 물질이 혈액에 침투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켈러는 실험실에서 로션을 바른 돼지 피부에 햇빛과 유사한 램프 빛을 쪼인 후 반응을 기다렸다. 불과 몇 분 후, 그와 학생들은 이 샘플을 액체에 넣고 이 부유액을 필터에 통과시켰다. 실험의 목적은 햇빛을 약간 쪼였을 때 나노입자가 어떤 모습을 띠는지 엿보고, 나노 이산화티타늄이 혈액으로 빠져 들어갈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변화가 발생하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이미 제조업체와 연구소들은 FDA 및 EPA와 공동으로 비슷한 실험을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선크림 같은 점성상태의 나노 이산화티타늄은 입자들이 뭉쳐 덩어리가 되면서 각각의 입자보다 더 큰 구조물을 형성했다. 피부에 스며들가능성이 적어져 안전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그러나 나노입자에 자외선을 쪼였을 때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실험은 진행된 적이 없었다.

켈러 팀의 실험 결과는 우려스러웠다. 로션과 화장품, 그리고 선크림에 포함된 나노 입자는 빛에 노출된 후 더 이상 덩어리 상태로 유지되지 않았고, 각각의 입자로 분리됐다. 그리고 그중 대다수는 원래 크기보다 더 작아졌다. 켈러와 함께 일하는 독성학 전공 대학원생 루이스 스티븐슨 Louise Stevenson은 "정말 우려할만한 결과였다"고 말했다. 10년 전에는 나노입자로 제품을 만든다는 생각 - 또는 나노 물질을 전체적으로, 그리고 더 복잡한 형태로 사용하는 것 - 이 과학계를 흥분시켰다. 그녀는 "이제 사람들이 전과는 달리 '잠깐만, 기다려봐'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중반 이 신생 산업에 대해 깜짝 놀랄 만큼 긍정적인 보고서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부를 비롯한 수백 개의 소비자 기업들은 제품 개발을 위해 나노입자 연구·개발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나노 크기로 식품 분자를 축소하면 놀라운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더 많은 영양분과 비타민을 더 작은 공간에 채워 넣을 수 있게 됐다. 예컨대 소금 입자를 나노 크기로 줄여 전체 표면을 넓히면 식품을 더 적은 소금으로도 맛있게 만들 수 있다. 마요네즈 구조(그 자체도 나노입자로 기름과 물, 지방을 걸쭉하게 섞어 만든다)에 약간 변화를 주면 지방을 제거할 수도 있다. 사브밀러 SABMiller는 도자기에 자주 쓰이는 진흙 나노입자를 이용해 맥주병 표면을 더 부드럽게 해 맥주를 오랫동안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나노입자는 해충제에 사용되고, 심지어 동물 사료에 첨가돼 항생제 전달체로도 쓰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노 과학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의문이 쏟아지면서 여러 기업의 관심도 줄어들었다. 네슬레 Nestl′e와 하인즈 Heinz는 '업계 추이를 예의주시하겠지만 (나노 물질 사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겠다'라고 공개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나노입자가 포함된 포장지를 사용했던 맥도널드는 장난감을 포함한 자사 제품에 나노입자를 사용한 것을 공개적으로 자기 비판했다. 제약회사 바이엘 Bayer 역시 2013년 나노 연구를 중단했다. 이번 기사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수십 개의 회사 중 자사 식품 제조에 나노 물질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는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렇듯 급격한 변화가 발생한 이유는 나노 물질이 일단 세상에 나오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제대로 살피지 않고, 신물질을 만드는 데에만 엄청나게 많은 돈을 쏟아부었기 때문이었다. 2011년 미 연방정부는 나노기술 R&D를 위해 18억 달러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그중 1억 1,700만 달러만이 안전성 연구에 쓰였다. 곡물 회사 카길 Cargill의 대표자들이 2009년 영국 의회위원회에서 한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들은 "나노 물질이 환경, 건강 및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과학에 기반을 둔 명확한 규제 체제'를 갖추기 전까지, 전 세계에서 만들어진 나노 물질을 제품에 첨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켈러가 바로 그 나노 물질에 대한 평가를 시작한 것이다. 그는 나노기술환경영향센터(The Center for the Environmental Implications of Nanotechnology, CEIN)에 속한 약 120여 명의 연구원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센터라는 말은 사실 잘못 붙인 이름이다. CEIN을 구성하는 과학자, 변호사, 경제학자 및 의사 들이 두 개 대륙에 퍼져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로스앤젤레스, 리버사이드 Riverside, 데이비스 Davis 및 산타 바바라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대학에서부터 라이스 대학과 듀크 대학, 그리고 독일 소재의 단체까지 다양한 기관에 몸담고 있다. 이 센터의 임무는 단순하지만 매우 포괄적이다. 나노기술을 책임감 있게 사용하고, 안전 수칙을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CEIN은 거의 이길 수 없는 술래잡기를 하고 있다. 나노 물질은 우주의 탄생과 함께 존재해왔고, 인간이 불을 지피기 시작할 무렵부터 이 물질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우리는 1940년대부터 새롭고 다양한 나노 물질을-종종 부지불식간에-만들어 왔다. 나노 물질은 처음 전투기의 보강재로, 그 다음에는 전기 회로판, 타이어, 광섬유 와이어, 유제품 대용 커피 크림, 주방용품 브랜드 터퍼웨어 Tupperware, 그리고 최소한 1990년대부터는 화장품으로도 사용됐다.

오늘날 나노 입자는 페인트, 식품, 식품 포장재, 세탁기, 옷 등에 들어간다. 나노물질 업계는 농업에 쓰이는 비료부터 표적 의료 기술까지 제조업 거의 모든 분야에 관여한다. 하지만 나노 물질이 포함돼 있는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정확히 알기란 어렵다. 미국에서 나노 기술은 여전히 영업비밀에 속하는 데다, 나노 기술이 사용됐다는 라벨이 부착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시장에 나와 있는 가공 나노 물질을 추적하기 위해 2006년 설립된 신생 나노기술 소비자 제품 프로젝트(The Project on Emerging Nanotechnologies Consumer Products Inventory)조차 어림짐작으로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이 프로젝트를 만든 미시간 대학의 위험과학센터(Risk Science Center) 센터장 앤드루 메이너드 Andrew Maynard는 "리스트가 유용하긴 하지만, 무엇이 어디에 쓰이는지에 대해 단지 질적인 의미만 제공할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CEIN의 기본 임무는 나노 물질을 포함한 제품 리스트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근본적이다. 나노 물질이 도처에 존재하는 현 상황에서, 그들의 임무는 나노 물질을 잠재적으로 해롭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고, 또 무해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은 것이다.

이 부분에서 사이즈는 매우 중요하다. 1미터를 10억 개로 쪼개면, 물질은 확실히 원자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크기가 상대적으로 조금 달라지거나 모양만 다소 달라져도 물질의 근본 성격은 변한다. 매우 작은 물질에 대해선 이렇듯 기하학이 매우 중요하다. 아주 작은 물질은 약간만 변화를 줘도 매우 큰 결과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럼에도 20011년까지 나노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 크기에 대한 정의가 국제적으로 합의되지 않았다.

심지어 가장 단순한 정의 - 1부터 100나노 미터 사이에서 ‘하나 이상의 차원’으로 이뤄진 것 - 도 모호하고 혼란스럽다. 나노 물질은 자외선 아래에서, 세포 내부에서 또는 외부에 노출됐을 때, 그리고 다른 작은 입자와 반응할 때, 각각 크기가 변할 수 있고 실제로도 종종 변하기 때문이다. 또 100나노 미터보다 더 큰 입자에서도 종종 나노와 같은 특성이 나타난다. 더 작은 입자들만큼이나 이상한 특성을 보인다는 얘기다. 이런 변화가 어떤 해를 끼치는지 밝혀내기 위한 시도를 처음 한 곳이 바로 UCLA 나노 과학 실험실이었다.

이 기관은 여느 실험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대부분 흰색과 베이지 톤으로 이뤄져 있고, 피펫 pipettes *역주: 실험실에서 소량의 액체를 잴 때 쓰이는 작은 관과 비커가 여기저기 널려져 있다. 다른 점이라면 비커가 상당히 작고, 비커가 들어가는 기계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생물 물리학 박사학위를 보유한 의대 조교수 톈 시아 Tian Xia가 연구를 대부분 감독한다. 나노입자는 파우더 형태일 때가 가장 많지만, 때론 액체와 섞이기도 한다. 나노입자의 공급처는 피셔 사이언티픽 Fisher Scientific과 시그마 올드리치 Sigma-Aldrich 등 주요 도매업체다. 듀폰 DuPont 같은 기업에서도 공급한다. 가장 최근에 나온 최상의 나노입자 그래핀 graphene은 그램당 1,000달러다.

시아 팀은 새로운 제품이 도착해도 제품 라벨에 적힌 내용은 거의 무시한다. 100% 정확하지 않을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시아는 "병 속에 담긴 나노 물질의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고, 이것이 물질의 특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들은 실험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병에 담긴 물질을 먼저 자체적으로 분석한다. 전자현미경이라 불리는 실험실의 거대한 기계들은 모두 이때 쓰인다. 최근 UCLA 실험실은 외부 회사에서 공급하는 나노입자는 줄이고, 파트너 실험실에서 오는 나노입자를 늘렸다. 실험용 나노입자가 시중에 나와 있는 나노입자를 완전히 반영하진 못하겠지만, 표준화되어 있기 때문에 실험하기에는 더 수월하다. 실험의 목표가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란 점도 한 가지 이유이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독성인데, 이는 완전히 상대적인 개념이다. 독성학자들은 '물질 자체보단 그 양이 치명적'이란 말을 즐겨 한다. 심지어 물도 양이 많아지면 독성을 띨 수 있다. 때문에 시아 팀은 독성을 측정하기 위해, 새로운 나노입자를 잘 알려지고 자주 사용되는 나노입자와 대조한다. 세포 내에서 티타늄은 가장 해롭지 않은 범주의 물질인 반면, 이산화물(dioxide)같은 티타늄 변형 물질은 여지없이 문제를 일으킨다. 선크림에 흔히 쓰이는 또 다른 성분인 산화아연(Zinx oxide)은 가장 해로운 물질에 속한다.

UCLA 과학자들이 독성을 시험하는 주된 방식은 나노입자 용액을 개별 제브라피시 배아(zebrafish embryo) *역주: 줄무늬가 있는 열대어의 일종에 떨어뜨리고, 발달상태를 지켜보는 것이다. 시아 팀은 이런 방식을 통해 이 용액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그리고 이것이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제브라피시가 인간과 많이 다르다는 건 분명하지만, 어느 생명체라도 발달의 극 초기 단계에선 세포 기능이 상대적으로 비슷하다. 제브라피시 배아는 빠르게 성장하고, 실험하기도 쉬워 전 세계 실험실에서 표준으로 쓰이고 있다. 제브라피시는 단 며칠 만에 명확하면서도 때론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다. 정상의 건강한 제브라피시는 3일 후 배아 상태에서 부화한다. 그러나 나노입자가 존재하는 상태에선 부화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UCLA 실험실을 방문했을 때, 시아의 팀원 중 한 명인 CEIN 연구원 시지에 린 Sijie Lin이 120시간 동안 제브라피시 16알의 배아 발달 상태를 보여주는 스냅 사진들을 격자무늬 판에 올려놓고 있었다. 알들은 같은 시점에서 시작, 부화가 시작되기까지 매우 빠른 속도로 발달해나갔다. 일부 알은 깨지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 아주 작은 제브라피시가 빠져나왔다. 다른 알들은 색깔이 점차 어두워졌다. 실험 말미에 일부 알들은 완전히 검은색으로 변했다. 린은 나노입자가 제브라피시를 감싸고 있는 주머니 - 제브라피시가 자라는 알의 껍데기 - 를 깨뜨리는 효소와 반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주머니는 정상적인 환경이나, 무해한 나노입자가 첨가된 용액에선 제브라피시가 충분히 깨고 나올 수 있도록 용해된다. 그러나 제브라피시는 아연 또는 약간의 은이나 구리 산화물이 포함된 용액에선 발달하긴 해도, 알을 깨고 나오진 못한다. 알 속에 갇힌 채 죽게 된다.

린은 밝은 얼굴로 "그래서 환경적 위해성과 관련된 물질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노물질의 특성은 서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엇이 제브라피시에서 발견되는 생물학적 영향을 일으키는지는 분명치 않다. 린은 "만약 우리가 이 입자의 특성을 밝혀내면, 제조 과정을 바꿔 무해한 입자와 비슷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유해성도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은 이 입자가 이론적으로 더 안전해질 것이다." 그는 정확히 언제 또는 어떻게 안정성에 대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린과 시아는 문제를 찾는 과정에 있고 - 그는 현재까지 나노입자 100가지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었고 독성에 따라 그 등급을 분류했다 - 해결책을 찾길 기대한다. 그러나 분명한 길은 없다. 이것이 현재 나노 과학의 현주소다.

나노입자 각각의 독성이 얼마나 강한지 - 그리고 세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 예측하기 어렵고, 입자마다 다른 경우도 많다. 그러나 독성을 많이 야기하는 것으로 알려진 입자들 사이에는 약간의공통점이 있다. 예를 들어, 양전하로 이뤄진 입자는 세포막을 파괴할 가능성이 크다. 세포막은 아주 미세하게 음전하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시아는 나노 크기의 희토류 화합물은 "훨씬 더 흥미롭다"며, 이 물질은 리소좀 lysosome - 동물 세포에서 효소를 운반하는 세포소기관 - 으로 들어가 원래의 구 모양에서 "성게 모양(sea-urchin-like)"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시아는 나노입자가 세포에 들어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설명하며 웃었다. 그의 눈은 이 작고 이상한 물질에 대한 놀라움을 이야기하며 매우 커졌다. 그는 "가능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2011년 나노입자에 대한 국제적인 정의가 합의된 지 몇 개월 후 미 환경보호국(The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은 놀라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사실상 EPA가 나노 물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이 물질을 규제할 수 있는 여건도 갖추지 않았다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EPA 정책의 결과로 만들어졌다. 이 정책의 목적은 "나노 물질로 제작돼 등록된 새로운 살충제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EPA는 데이터 수집 프로그램의 자발적 참여율이 저조하자 결국 손을 들었고, 신고 의무화를 권고했다. 그러나 EPA는 이 업계에 신고가 의무화되더라도, 무슨 일이 발생하는지 파악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걱정스러운 나노 물질이 무엇인지 EPA 조차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년 후 FDA는 식품에 포함된 나노입자의 잠재적 규제를 담은 제안서를 작성하면서, 이 입자들이 ;기존 방식으로 제조된 제품에선 발견되지 않는 안정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이 입자들에 대한 시험은 '엄격하게', 그러나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FDA와 EPA의 제스처는 아무 의미 없는 일이었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소비자 제품에 포함된 나노 물질의 제조 - 나머지 제품의 나노 물질 제조 과정도 거의 그렇다 - 가 상당 부분 중국, 대만, 베트남, 한국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경계해야 하지만, 나노 물질을 다루는 노동자들도 이를 우려해야 한다.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The National Institute for Occupational Safety and Healeh)은 나노입자의 노출 허용치에 대한 기준선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기준선의 준수 역시 자발적이다. 미국산업의학회지(The American Journal of Industrial Medicine)의 사례 보고서는 '특수 제작된 호흡기 보호 장치나 통제 조치가 없는 환경'에서 자신도 모르게 니켈 나노입자 몇 그램에 노출돼 코막힘, 후비루 *역주: 콧물의 양이 많아져 목 뒤로 넘어가는 증상, 안면홍조 및 '피부 반응' 증상이 나타난 한 여성에 대한 사례를 게재했다.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매일 얼마나 많이 나노입자에 노출돼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EPA와 FDA가 분명히 밝혔듯이, 노출 허용치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작업장 내 나노 물질에 대한 잠재적인 노출을 가장 포괄적으로 연구한 사례는 독일에서 자발적으로 진행한 조사였다. 이 연구를 위해 접촉한 회사 중 조사에 답변한 한 업체는 3분의 1도 채 안 됐다.

이 모든 이야기가 불안을 조장한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나노입자에 대한 과장된 두려움 중 어쩌면 가장 우려스럽고 해로운 사실은 무지에 의해 광범위한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구글에서 '나노'와 '식품'을 검색해보라. 그러면 소비자 단체들이 발표한 기사가 수백 건이나 검색될 것이다. 아무리 선의라고 해도 이들은 비과학적 근거를 들어 가게에 진열된 제품 중 절반가량을 사지 못하도록 소비자들을 겁주고 있다.

의사들과 과학자들은 이미 나노 물질을 이용해 놀라운 성과를 낸 바 있다. 예컨대 나노 물질은 특정 부위를 표적으로 하는 약물을 해당 부위에 전달해 암세포를 파괴한다. 은과 구리 같은 항균성 나노 물질은 제대로만 사용하면, 질병이 퍼지는 것을 막는 데 확실한 효과가 있다. 암과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새로운 수단은 버키밤 buckybomb이라는 별명을 가진 나노 크기의 폭발물이다. 이 물질의 온도는 화씨 7,232도까지 올라갈 수 있고, 주위 세포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신체 내에 파괴해야 할 것을 정확히 공격한다. 나노 기술의 잠재력은 놀랍다. 그러나 무엇이 잠재적 위험성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규명하려는 과학자들도 있다. 이들은 "업계가 나노를 포함한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제대로 밝히지 않으면서 결국 제 살을 깎아 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GMO의 역사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켈러는 "우리가 결코 원치 않는 상황은 나노가 GMO의 전철을 밟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노 과학계에서 켈러를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GMO 사례는 매우 걱정스럽게 다가온다. GMO가 나노 물질과 비슷한 방식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GMO는 지구 상에서 영겁의 세월 동안 존재했고, 인간은 옥수수 같은 식물과 개 등의 동물 유전자를 천 년 동안이나 통제해왔다. 그러나 유전자 변형이 가속화되며 이것이 실험실로 이동하게 됐고, 더 많은 식물과 동물에 적용되면서 기업이 통제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러면서 유전자 변형과 관련된 과학이 대중들에겐 ‘어둠의 세계’가 되었다. 그리고 이런 암흑이 불신과 공포를 낳았다. 이제 이성적인 사람들조차 GMO가 안전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제시돼도 어떻게든 GMO를 피하려 하고 있다.

켈러는 종종 전 세계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해 그의 연구와 나노입자가 확산할 경우 우려되는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 그때마다 관객 중 일부 - 대부분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 - 는 나노입자에 대해 전혀 몰랐다가 상당히 두려워하는 상태가 된다. 사람들은 일부 특정 사용에 대해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과학의 불필요한 사용에 대한 예리한 직관이 생긴 것이다. 켈러는 나노 물질과 관련해 소비자 조사를 하길 원하고 있다. 이 조사에는 나노입자가 쓰여야 할 곳과 쓰이지 말아야 할 곳을 묻는 분석(비용 대비 효과적이다)도 포함될 것이다. 그는 의학적 사용은 높은 점수를 받는 반면, 식품 첨가는 매우 낮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 예상한다.

켈러는 "'여러분이 먹는 식품에 활력을 주기 위해 나노 물질이 첨가되고 있다'고 말해도, 사람들은 그 말을 그대로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뻐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욱 현명한 규제 및 라벨 개선과 함께 소비자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면, 소비자가 스스로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켈러는 "나노입자에 대한 우려 때문에 사람들이 더 이상 선크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원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자외선에 의한 피부암 발병 위험이 나노입자가 유발하는 장기적인 위험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켈러와 동료들 앞에 놓인 과제는 자연 상태 - 이 상태에서 나노 물질은 점차 강화된다 - 에 얼마나 많은 나노 물질이 존재하는지 밝혀내고, 향후 수십 년 동안 그리고 심지어 수세기 동안 나노 물질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자연에서 나노입자의 독성과 관련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켈러는 해충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좋아한다. 켈러에 따르면 듀폰 같은 몇몇 대기업은 소량의 해충제를 전달하기 위한 전달체로 나노 캡슐을 장기간 사용했다. 켈러는 더 안전하고 더 집중적이며 손실도 줄일 수 있는 "현명한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의 해충제와 마찬가지로 나노 해충제 역시 상당 부분 씻겨 내려갔다. 폐수처리장은 이 나노입자를 처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해충제는 결국 슬러지에 포함됐고, 이 슬러지에 '바이오 솔리드 bio-solid' *역주: 하수와 오수를 처리할 때 나오는 부산물라는 이름이 다시 붙여졌다. 그런 다음 이것이 다시 땅으로 스며 들어가 식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질소고정 박테리아(nitrogen-fixing bacteria)를 공격했다. 만약 우리가 나노 해충제가 어디에 쓰이는지 확실히 알게 되면, 이 순환고리를 끊거나 바꿀 수 있고, 이를 통해 토양과 농작물을 모두 구할 수 있다.

켈러와 함께 연구하는 대학원생 스티븐슨은 나노 물질이 불필요하게 확산한 것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나노입자가 포함된 제품을 새로 발견할 때마다, 그녀는 "정말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불필요한 곳에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최근에는 냄새 방지용으로 나노 크기의 은이온을 티셔츠 등 스포츠 용품에 첨가하는 것이 유행을 타고 있다. 그녀는 "운동을 하면, 냄새가 나는 게 당연하다. 정말 단순한 것이다. 그런데 왜 이걸로 노출 위험을 높이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빨래통의 냄새를 약간 더 줄이는 데 얼마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정확히 측정하려면 앞으로 수십 년은 더 걸릴지도 모른다.



[나노 물질은 정말 괜찮을까?]

2014년 노스 캐롤라이나 North Carolina 주립 대학과 미네소타 Minnesota 대학은 소비자들이 식품 제조 기술로 GMO와 나노 기술 중 어느 것을 더 선호하는지 공동 조사한 바 있다. 소비자들은 GMO나 나노 기술을 피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의사를 가지고 있다는 게 연구의 주요 결과였다. 전 세계 과학자들과는 달리, 소비자들은 나노 기술보다 GMO를 더 우려했다. 소비자들의 답변을 살펴보자.

40%
영양가와 안정성을 높였다는 확신이 들면, GMO나 나노 식품을 구매할 것이다.

19%
이 제품들이 식품 안정성 면에서 혜택을 준다면 구매할 것이다.

18%
어떤 상황에서도 GMO나 나노 기술로 만든 식품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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