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스포츠 의류·신발 기업 아디다스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낮아졌다. 그 결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기업 이미지에 대한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힙합패션을 밀고 있는 아디다스가 나이키를 다시 추월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BY DANIEL ROBERTS
LA타임스는 그 쇼를 ’뉴욕 패션위크 사상 가장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쇼 가운데 하나였을 것‘ 이라고 평가했다. 뉴욕 타임스도 ’ 분명 올해 최고의 쇼였다‘ 고 거들었다. 패션잡지 글래머 Glamour 역시 ’상당한 인파가 몰렸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어느 목요일 밤, 제이지 Jay Z, 비욘세 Beyonce, 리한나 Rihanna, 션 콤스 Sean ( 퍼프 대디 Puff Daddy) Combs, 안나 윈투어 Anna Wintour 보그 Vogue 편집장-그리고 뉴욕포스트 New York Post의 추정에 따르면, 6명 정도의 킴 카다시안 Kardashian급 여성 스타들도 이 쇼에 참석했다-등이 카니예 웨스트 Kanye West의 ‘ 카니예 웨스트와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협업 이지 시즌 1(Kanye West x Adidas Originals Yeezy Season 1)’으로 불린 이 패션쇼를 보기 위해 한 소호 이벤트 장소로 비집고 몰려들었다(저스틴 비버 Justin Bieber도 참석했지만 앞자리에 앉지는 못했다). 트럼펫 소리가 장엄하게 울려 퍼지자, 45명의 모델들이 블라우스 스웨터, 항공 재킷, 그리고 살색 보디슈트를 입고 걸어 나왔다. 그러나 이 소동은 결코 옷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바로 신발 때문이었다.
모델을 따라 한 래퍼가 무대 위로 올라와 신발을 뽐냈다: 발목까지 오는 회색 스웨드 가죽 신발로, 방한화와 부츠 중간쯤 되는 패션화였다. 바로 이지 부스트 Yeezy Boost라는 신상품으로, 수 개월 동안 인터넷에서 출시 관련 루머와 디자인이 돌고 있었다.
메디슨 스퀘어 가든 Madison Square Garden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진 않는 이곳. 그날 밤 웨스트는 패션 디자이너에서 자연스럽게 최고의 래퍼로 변신해 있었다. 그는 NBA 올스타 위크엔드 All-Star Weekend 시작을 알리는-그곳은 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운동화 쇼케이스 무대이다-무료 콘서트를 지난해 리그 MVP였던 케빈 튜랜트 Kevin Durant와 함께 진행했다. 웨스트는 무대에서 아디다스를 극찬하면서 최대 경쟁사인 나이키를 멀리 하라고 관중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더 이상 경쟁사 신발을 신지 않죠. 그렇죠?” 바로 그날 밤, 그는 동료 가수 드레이크 Drake 콘서트장을 깜짝 방문해 자신이 사인한 신발을 건네기도 했다( 드레이크는 신발을 스피커 위에 올려뒀고, 콘서트가 끝날 때까지 그대로 놔뒀다). 다음 날 아침에도 웨스트는 소호에 위치한 아디다스 매장에 들러 놀란 팬들에게 신발을 전달해 주었다.
일요일이 끝나갈 무렵엔 아디다스와 이지 부스트에 대한 ‘ 대화’가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SNS분석회사 네트워크 인사이츠 Networked Insights는 14만 1,077건의 관련 글을 확인했다(올스타전 마케팅 이벤트에 아디다스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나이키의 관련 글보다 20% 더 많았다). 미국 전역의 신발 수집가, 블로거, 패셔니스타들 사이에서 이지 부스트는 확실한 히트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350달러짜리 신발이 며칠 뒤 온라인에서 판매되기 시작하자, 단 몇 분만에 9,000켤레가 동이 났다. 지금은 이베이에서 7,000달러에 팔리고 있다.
독일 스포츠 의류 기업 아디다스의 장수 CEO인 허버트 하이너 Herbert Hainer는 헤르초게나우라흐 Herzogenaurach에 위치한 본사에서 가진 포춘과의 장시간 인터뷰에서 “아디다스를 위한 한 주였다. 모든 관심이 아디다스에 쏠렸다”고 자평했다. 미국인으로 독일 본사에서 근무하는 에릭 리트케 Eric Liedtke 브랜드 책임자는 더욱 노골적으로 표현했다(가족끼리 듣기에는 좀 거북하지만 말이었다): “우리가 나이키를 압도했다곤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제대로 본 때를 보여줬다(We're getting our shit together).” 물론 전 세계 기업 마케팅 팀들도 이처럼 신제품 출시를 위해 존재한다. 문제는 아디다스가 정확히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이다.
연 매출 160억 달러를 올리는 아디다스에도 마침내 자랑거리가 생겼다. 최근 분기에 회사의 글로벌 매출-이 회사는 아디다스 브랜드 외에도 리복Reebok과 유명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 TaylorMade도 소유하고 있다-이 작년 동기 대비 17%나 증가했다. 역대 1분기 최고 기록이었다(물론 환율 효과를 배제하면 상승폭이 9%대로 낮아진다).
대부분의 이익이 대표 브랜드 아디다스-또는 오리지널스 Orignials브랜드-의 활약에 따른 것이었다. 아디다스 브랜드 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오리지널스의 성공은 웨스트 및 파렐 윌리엄스 Pharrell Williams (그래미상을 휩쓴 힙합 아티스트이자 오디션 프로그램 ‘더 보이스 The Voice’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심사위원이다)와의 협업에 따른 결과였다.
이는 바로 음악과 패션, 연예 스타를 하나로 묶는 협업이다. 하지만 아디다스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주력 사업 스포츠 부문에선 아직 큰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스포츠 신발과 의류의 경우, 거의 모든 매출이 스포츠 안에서 발생한다. ’스포츠 경기‘ 부문은 아디다스 브랜드의 글로벌 판매 중 무려 70%를 차지하고 있다.
바로 이 때 카니예가 디자인한 티셔츠 이저스 Yeezus가 등장했다. 나이키 사는 나이키 외에도 에어 조던 Air Jordans, 그리고 캔버스 Converse 같은 브랜드로 미국 운동화 시장의 거의 50%를 석권하고 있다. 아디다스 그룹은 불과 시장점유율 9%에 그치고 있고, 이마저도 2011년 이래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 실적 호조를 제외하고, 아디다스의 달러 환산 연 매출은 매년 하락세를 타고 있다. 2014년 순이익 5억 9,300만 달러는 경기침체로 고전했던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실적이었다(유로화를 기준으로 실적을 발표하는 아디다스는 환율변동 때문에 매출 및 이익 수치가 실제보다 악화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2014년 기록한 순이익 148억 유로는 2013년보다 실질적으로 2% 상승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디다스가 여전히 여러 국가들의 메인 스포츠인 축구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세계 축구 시장 점유율은 39% 정도 된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도 나이키가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한 가지 시그널이 있다. 지난해 아디다스의 텃밭인 서 유럽시장에서 나이키 매출은 아디다스보다 3배나 빠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대혼전이 펼쳐지는 곳은 미국 시장이다. 미국은 세계 스포츠 의류 및 신발 판매의 약 40%가 이뤄지는 시장이다. 수십 년 동안 아디다스는 이곳에서 터줏대감 노릇을 해왔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스니커 신발 10개 중 9개가 나이키 제품이다. 그 하나마저도 아디다스가 아니라 언더아머 Under Armour 제품이다. 이 제품의 눈부신 성장세 덕분에 언더아머는 미국 스포츠 의류 부문에서 나이키 다음으로 2위 자리에 올라있다. 아디다스는 21세기 들어 처음 3위로 주저앉았다.
카니예가 이 순위를 곧 바꿔줄 것이라고 기대는 하지 말라. 아무도 이지 부스트를 신고 길거리 농구를 하지 않을 것이다. 한 아침 방송 라디오 DJ가 신발을 홍보하러 온 웨스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신발이 마치 파피에 마세 Papier-Mâché 종이처럼 단단한 느낌이다.”
하이너는 “아디다스가 미국 스포츠 시장에서 존재감이 떨어지고 있다”고 시인했다. 그리고 미국 시장에서 다시 부활을 위해선 아디다스가 무엇보다 미국 소비자들에게 자사 제품이 뛰고, 슛하고, 점수를 넣는 데 유용한 스포츠 브랜드라는 점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리지널스 브랜드가 이끈 최근 실적 호조가 다른 말로는 아디다스 스스로가 극복해야 할 도전과제라는 얘기다. 라이프스타일과 패션부문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질수록, 첨단 스포츠 기업 이미지는 더 쇠퇴할 것이다. 일단 그렇게 되면, 다시 상황을 되돌릴 수 없게 된다.
아디다스가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됐는지 알고 싶다면, 그리 멀리 볼 필요가 없다. 아디다스와 데릭 로즈 Derrick Rose의 관계를 보면 충분하다. 로즈는 2008년 NBA 드래프트 1순위로 뽑힌 인물이다. 당시 19세였던 로즈는 멤피스 대학을 중퇴하고, 시카고 불스 Chicago Bulls에 입단했다. 신장 6.3피트의 포인트 가드 로즈는 불과 22세에 리그 최연소 MVP에 선정되며 농구계의 새로운 왕으로 등극했다. 2012년 2월 아디다스가 성적 보너스를 포함해 그와의 후원 계약을 14년간 2억 6,000만 달러의 ‘종신’ 계약으로 연장했을 때, 많은 이들은 이를 대단한 성과처럼 여겼을 것이다( 아디다스는 계약 내용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그 후 로즈는 대형 외부간판, SNS 홍보, TV 광고, 그리고 사인 농구화를 종횡무진하며 아디다스의 글로벌 간판이 되었다.
그러다 로즈가 부상을 당했다. 그는 2012년 플레이오프 경기 도중 코트에 넘어져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왼쪽 무릎 전방십자인대(ACL)가 파열된 것이었다. 5월 수술을 받은 그는 2012-2013시즌 전체를 뛰지 못했지만, 2013-2014시즌에는 컴백할 것처럼 보였다. 아디다스는 ‘복귀(The Return)’라는 이름을 내걸고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다. 그의 회복 상태를 촬영한 시리즈물을 온라인에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와 브랜드는 다시 한번 불운을 맞았다. 로즈가 컴백했지만 새 시즌 시작 4주 만에 이번에는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그는 잔여 시즌 동안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로즈는 이번 시즌 46경기를 뛰었다(2010년 이후 가장 많은 경기수다). 그러나 2월 무릎 부상이 재발하면서 다시 대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복귀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잠깐 뛰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로즈에겐 지독한 불운이었다. 아디다스가 스타선수 한 명에게 완전히 올인한 것 역시 불운이자 오판이었다. 베이커 스트리트 애드버타이징 Baker Street Advertising의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 밥 도프먼 Bob Dorfman은 “그들은 로즈에게 너무나 많은 걸 걸었다”고 말했다. 하이너는 선수 후원 계약에 따른 혹독한 결과를 알고 있다. 그는 “우리는 선수 때문에 피해를 입기도 한다. 만약 선수가 뛰지 못하면, 우리가 원하는 만큼 홍보 노출이 안 된다. 그것은 우리에게 치명적 영향을 준다”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불운은 로즈에서 멈추지 않았다. 아디다스는 잘못된 선수들과 후원계약을 하는 재능이라도 있는 것처럼 보였다. 회사는 전 드래프트 1순위이자 추후 슈퍼맨 망토를 입고 NBA 슬램덩크 경연에서 1위를 했던 드와이트 하워드 Dwight Howard와 다년 후원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하워드는 올랜도에서 로스엔젤레스, 그리고 휴스턴으로 이적하면서 그가 기록했던 리바운드 숫자만큼이나 많은 적들을 코드 안팎에서 만들었다(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SB Nation의 ‘ 드와이트 하워드 증오의 역사’라는 프로그램을 채울 정도로 충분했다). 도프먼은 “그런 점때문에 그의 시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니커뉴스닷컴 SneakerNews.com도 그의 사인이 담긴 아디다스 신발에 대해 ‘ 아마도 농구화 역사상 가장 매력 없는 신발일 것’ 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결국 NBA에서 보인 아디다스의 어정쩡한 행보는 선수 이름이 아니라 수치로 드러났다: 4억 달러와 96%. 첫 번째 수치는 아디다스가 2006년 리그 공식 후원 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썼던 금액이다. 이 후원계약으로 아디다스는 11년 동안 자사 로고를 모든 NBA 상품-비록 경기용 셔츠는 포함되지 않았지만-에 붙일 수 있었다. 두 번째 수치는 현재 나이키의 농구화 시장 점유율이다. 거의 10년 동안 NBA를 후원했지만, 현재 아디다스의 시장 점유율은 3% 미만으로 농구화에 점 하나찍은 정도로 미미한 상황이다.
지난 달 아디다스는 NBA에서 백기를 들었다. 2016-2017시즌을 끝으로 후원계약 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나이키가 계약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럴 경우, 아디다스는 미국 3대 스포츠 리그 어느 곳과도 공식 후원 계약을 맺지 않게 된다. 스티펠 니콜라우스 Stifel Nicolaus의 애널리스트 짐 더피 Jim Duffy는 “두 거대 경쟁사인 나이키와 언더아머가 여러 면에서 잘한 면도 있지만, 아디다스가 경쟁에 참여조차 하지 않아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부분도 있다”고 평가했다.
사람들은 대개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경쟁 관계를 주로 언급한다. 하지만 아디다스 본사 임원들을 긴장시키는 건 바로 언더아머의 급부상이다. 아디다스 내부 관계자는 “미국 스포츠 의류 시장에서 점유율 이 3위로 떨어지면서 위기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테일러메이드 CEO출신으로 최근 아디다스의 북미 사업부 대표로 승진한 마크 킹 Mark King은 “틈새 시장을 노리는 경쟁사들은 항상 이런 식이다. 여기서 2%, 저기서 3%. 이런 식으로 시장 점유율을 쌓다 보면 3% 밖에 안 되는 언더어머의 시장 점유율이 30%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디다스의 글로벌 브랜드 책임자 리트케는 더 솔직하다. 그는 아디다스가 미국 시장뿐만 아니라 전체 글로벌 시장에서 ‘ 다시 시작(reset)’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아디다스 브랜드를 평가할 때, 시장 비판가들만큼이나 신랄했다. 리트케는 젊은 운동선수들이 10년 혹은 2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아디다스를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신발 구매자에 대해 언급하며 “소비자들이 고려조차 하지 않는 상황을 종종 생각한다. 그것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과거 오리건 주 포틀랜드 Portland에서 북미 브랜드 마케팅 부사장으로 근무했던 리트케는 2006년 독일로 이동해 지난해 글로벌 브랜드 총괄사장을 맡았다. 파격적인 인사이동이었다. 48세인 그는 55세의 킹과 마찬가지로 하이너가 2017년 3월 은퇴할 경우 후계자 후보 중 한명으로 거론되고 있다(킹은 리트케에 대해 “차기 CEO가 되든 그렇지 않든, 한계를 뛰어넘는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리트케는 현재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올해 아디다스 그룹의 총 5만 4,000명 직원들 가운데 4만 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글로벌 디자인 총괄 책임자를 포함해 소수의 핵심 임원을 독일 본사에서 미국 포틀랜드로 발령냈다. 부서장들이 사장에게 보고하는 옛날 방식의 지휘체계, 즉 전통적인 계급체계도 없앴다. 리트케는 30개의 부사장직책을 줄였다. 그 결과 지금은 16명이 그에게 직접 보고를 하고 있다. 예컨대 과거에는 풋볼 운동화 판매가 신통치 않을 경우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6명의 부하직원들과 이야기해야 했다. 그는 “지금은 한 사람이 풋볼 부문을 책임진다. 만약 향후 18개월 동안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나는 변화를 결정해야 한다. 직원들에게 미안하지만 지금은 성과 중심적인 기업 문화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리트케는 스피드를 강조하기 위해 스포츠 시계를 회의실에 비치했다. 구글에서 벤치마킹한 것이다. 그는 픽사 Pixar의 기업 문화를 연구했다. 그는 버스 2대에 아디다스 직원들을 태워 취리히에 위치한 구글로 현장 학습을 떠났다. 리트케는 “급진적인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전에 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했다. 절망, 부정, 그리고 처절한 좌절을 겪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깨달음도 얻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브랜드 총괄 책임자인 리트케의 최대 목표 중 하나는 스스로 경험한 좌절감에서 비롯되었다. 포틀랜드와 독일 본사 모두에서 일했던 그는 “큰 괴리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킹도 이 점을 공감하고 있다. 두 사람은 독일직원이 미국직원에 대해 불평하고, 반대로 미국직원이 독일직원에 대해 불평하는 사례들을 언급했다.
독일로 옮긴 뒤 포틀랜드를 처음 방문한 리트케는 직원들에게 최근 독일직원에 대해 불평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손을 들어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손을 드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당신이 독일직원을 생각할 때, 이제부터는 나를 생각해라. 내가 독일사람이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1944년 2차 세계대전에 참여한 독일인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현재의 독일사람이다. 더 이상 독일직원을 귀신처럼 여기지 말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업무의 편리함과 호환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킹은 미국스포츠 시장의 문제를 어느 정도 유럽과 미국의 문화적 괴리감에서 찾고 있다. 그는 수년간 아디다스의 전략은 ‘ 축구를 지배하면 다른 스포츠 부문에서도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전략은 다른 나라에서 장기적인 효과를 냈다. 하지만 미국에선 그렇지 못했다. 앞으로의 성공 가능성도 희박했다. 그는 독일에서 임원들과 나눴던 과거의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미국 풋볼? 그건미국에서만 하는 것이다. 신경 쓰지 말자. 야구? 미국인들은 더 이상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라크로스? 그건 뭐지?”
구두 수선공이었던 아돌프 ‘아디’ 다슬러 Adolf ‘Adi’ Dassler는 1949년 고향인 헤르초게나우라흐에서 아디다스를 설립했다. 그 전에 아디는 자신의 형인 루돌프 Rudolf 와 함께 신발 회사를 운영했다. 첫 번째 신발이 스파이크 운동화였는데,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제시 오언스 Jesse Owens 가 신어 유명세를 탔다. 1948년 형제는 갈라섰고, 루돌프는 경쟁업체인 푸마 Puma를 세웠다. 그리고 6년 뒤 독일 남자 대표팀이 아디의 운동화를 신고 월드컵 우승을 일궈냈다. 많은 사람들은 이때를 아디다스의 진정한 데뷔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기업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리트케가 아디다스를 ‘ 원조 스포츠 브랜드’라고 말하는 건 틀린 말이 아니다. 리트케의 놀랄만한 표현을 인용하자면, 아디다스는 ‘원조깡패(Original Gangsta)’인 셈이다. 그는 “우리는 원조깡패(OG)다. 아이들도 원조깡패를 존경한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아디다스가 원조라고 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많은 미국 소비자들은 아디다스를 스포츠 대신 힙합 문화와 연관시킨다.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랩 트리오 런-디엠시 RunDMC는 ‘나의 아디다스’라는 노래를 발표했다. 또 오래 전에는 운동 재킷과 신발 앞부분을 조개모양(Shell-Toe)으로 만든 슈퍼스타 운동화같은 상품들이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그러자 아디다스 경영진이2000년 의류 부문을 스포츠 경기 상품(운동 장비)과 스포츠 스타일(오리지널스를 포함한 패션)로 분리했다. 회사는 후자를 위해 제러미 스콧 Jeremy Scott, 요지 야마모토 Yohji Yamamoto 같은 디자이너들과 협력팝 열풍을 일으킨 케이티 페리 Kat y Perry 같은 가수들에게 의류를 협찬했다. 그리고 빅션 Big Sean과 푸샤 티 Pusha T 등 인지도가 낮은 래퍼들의 사인이 담긴 신발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시도했다.
하이너 CEO는 “스포츠가 패션,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걸거리 의류로 변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판매된 모든 농구화 가운데 80%는 농구장에서 볼 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구화를 멋지게 보이거나 일종의 신분 상승을 자랑하기 위해 신고 있다. 때문에 스포츠가 라이프스타일과 매우 밀접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현상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아디다스도 이런 변화로부터 혜택을 누리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카니예 웨스트와 파렐 같은 히트제조기들과 협력한다고 해도 위험할 수 있다. 더 좋아지든 나빠지든,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전략은 아디 다슬러가 세운 회사를 재정립하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아디다스가 오리지널스를 너무 과하게 밀고있다고 비판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NPD Group의 유명한 의류 분석가 매트 포웰 Matt Powell은 “아디다스는 입장을 확실히 정리하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스포츠상품 마케팅 조사회사 SGI (Sporting Goods ntelligence)의 창업자 존 호란 John Horan은 이런 식으로 비유했다: “맥주 한잔이 있다고 생각해보자패션 사업은 맥주 거품 같은 것이고, 스포츠 사업은 맥주 그 자체다. 현재의 아디다스는 거품은 많은데 맥주가 충분치 않은 경우다.”
하이너는 스포츠 부문의 최근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패션 사업이 주요 원인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미국 시장에서 힙합또는 길거리 패션 브랜드로 비춰지고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힙합과연예인 마케팅을 과도하게 했기 때문이 아니라 스포츠 부문에 노력을덜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덧붙여 아디다스는 항상 기업 유산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하이너는 “우리의 미국 신상품 마케팅은 오직 스포츠스포츠, 스포츠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정반대로 500달러짜리 이지덕부츠가 올 여름 하반기에 매장에 나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