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네이버 vs 다음카카오 간편결제 시장서 '빅뱅'

국내 인터넷·모바일 서비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또 한 번의 진검승부에 돌입했다. 격전지는 바로 간편결제 시장이다. 다음카카오가 지난해 9월 ‘카카오페이’를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네이버도 올해 6월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를 선보이며 맹추격하고 있다. 간편결제 시장의 맹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전략과 현황을 살펴봤다. 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모바일 시장에서 글로벌 무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혁신하겠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

지난 3월 20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그린스퀘어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김상헌 네이버 대표의 표정은 사뭇 비장했다. 특히 김 대표는 모바일 사업을 언급할 때마다 ‘ 혁신’ 이라는 단어를 끊임없이 강조했다. 네이버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으로 대표되는 성공적인 글로벌 사업과 달리,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는 큰 반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치명타는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 시장에서의 부진이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주도권은 다음카카오의 ‘ 카카오톡’ 이 갖고 있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 점유율 97%에 달하는 카카오톡은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라인이 넘지 못할 거대한 성벽이 되어버렸다. 네이버도 이 같은 현실을 인지하고 있다. 라인 사업의 타깃을 글로벌 시장에 두고 동남아, 일본, 남미 지역 등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있다. 해외시장에서의 선전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선 아쉬움이 큰 것 역시 분명하다. 네이버가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보여준 성과는 ‘국내 1등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라는 수식어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다음카카오는 올 초부터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로 IT 기반의 금융 서비스)에 기반을 둔 다양한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였다. ‘ 뱅크월렛카카오’ , ‘ 카카오페이’ 등 모바일 금융 서비스는 국내가입자 3,800만 명을 보유한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등에 업고 순항을 거듭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네이버 주주총회에선 다음카카오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핀테크 전략사업에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네이버가 밝힌 신규사업에선 ‘ 금융’ 이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네이버가 추가한 신규 사업은 ▲위치정보 및 위치기반 서비스업 ▲광고매체 판매업 ▲음반물·영상물·사진·출판물·만화 등의 유선 및 무선 대리중개업 ▲저작권 및 저작 인접권 등의 중개알선업 ▲음악·영상·출판물 관련 저작권관리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 등이었다.

네이버의 신규 사업 전략에는 숨은 의도가 있었다. 바로 네이버가 준비해온 비장의 무기 ‘네이버페이’의 시장 안착을 위한 고도의 전략이었다. 예를 들어 배달· 콜택시 등 위치기반 서비스나 영상· 만화· 음원 유료 서비스를 신규 주력사업으로 채택한 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결제수단으로 ‘네이버페이’를 적용하겠다는 의도였다.

자연스레 IT업계에선 네이버가 선보일 결제서비스 ‘네이버페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6월 25일 모습을 드러낸 네이버페이는 카카오페이의 독주를 막을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라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편리성과 상생 추구하는 네이버페이
네이버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의 가장 큰 장점은 ‘편리성’이다. 네이버페이는 결제, 충전, 적립, 송금 등 금융 및 전자상거래 서비스 모두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카드결제와 송금을 카카오페이와 뱅크월렛카카오로 구분한 다음카카오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네이버는 은행과의 직접 제휴를 통한 차별화된 송금 기능도 함께 제공한다. 사용자들은 본인 계좌정보 등록만으로 송금 대상의 계좌번호를 모르더라도 네이버 ID, 휴대폰 번호·주소록, 과거 송금 이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유로운 송금을 할 수 있다. 현재 네이버페이는 간편결제, 송금 기능 제공을 위해 국내 주요 은행 및 카드사 14곳과 업무 제휴를 체결한 상태다. 삼성카드, 신한카드, 현대카드 등 국내 대표 카드 3사와는 간편결제 서비스 제휴를 맺었다. NH농협은행, 기업은행, 부산은행 등 은행 5곳을 통해선 계좌를 활용한 간편결제 및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도 롯데카드,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비씨카드, 경남은행 등과 제휴를 맺고 서비스 개시를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엄연히 후발주자다. 이미 시장 안착에 성공한 카카오페이를 빠르게 뒤쫓기 위해선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네이버는 차별화 전략의 핵심으로 ‘ 가맹점’ 을 내세웠다. 네이버는 ‘ 네이버페이’ 출시 이전부터 네이버페이 결제가 가능한 가맹점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네이버페이 서비스의 범용성을 넓혀 초기 시장 안착을 꾀하겠다는 의도였다. 경쟁 플랫폼인 카카오페이 역시 시장 안착을 위한 초기 전략으로 중대형 쇼핑몰을 포함한 가맹점 확보에 나선 바 있다.

일단 네이버의 초기 전략은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네이버페이로 결제 가능한 가맹점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5만 3,000여 개다. 이는 카카오페이가 보유한 가맹점 170여 개와 비교할 수 없는 수치다.

네이버페이 사용자들은 이 같은 방대한 가맹점을 기반으로 간편하게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용자는 주로 사용하는 카드 및 계좌 정보를 한 번만 등록하면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결제 기능만 제공해온 기존 서비스와 달리 네이버 제휴 가맹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결제 이후 배송현황, 반품, 교환, 적립 및 충전을 통한 통합 포인트 관리까지 받을 수 있다.

네이버의 ‘가맹점 확보 전략’은 네이버페이의 안착이라는 당면 과제와 함께 소상공인과의 상생이라는 또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5월모바일 플랫폼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모바일 홈페이지 무료 제작 플랫폼 ‘모두(Modoo)’를 제공한 네이버는 여기에 네이버페이를 추가 탑재했다. 결제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더 나은 사업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다.

네이버는 네이버페이 서비스 시행에 맞춰 가맹점의 고객 확보를 돕는 ‘검색 잘 되는 쇼핑 상품 DB’ 가이드라인도 공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네이버 쇼핑 검색 및 개별 쇼핑몰 상품 페이지에 최적화된 상품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이 담겨 있다. 주요 내용은 ▲고해상도의 선명한 상품 이미지와 정확한 브랜드·제조사 정보 제공 ▲중복된 단어 및 관련 없는 키워드를 제외한 제품명 게재 ▲이벤트·할인·적립 등의 판매 조건 명시 ▲제품 속성, 태그 등 검색 가능한 정보 추가 제공 등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판매자는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쇼핑검색에서 상품을 원활히 노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연스레 고객 유입 창구도 넓힐 수 있다”며 “추가로 제휴 가맹점에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운영에 필요한 기술 및 도구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네이버는 당분간 네이버페이 사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카드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 운영 사업자는 카드 결제로 발생하는 1~2% 정도의 수수료 중 일부를 가져갔다. 이번 결정은 당장 수익 확보보단 네이버페이 가맹점들의 부담을 줄여 더욱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의 하나로 해석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네이버페이는 금융서비스 필수요건 중 하나인 보안성 강화에도 집중했다. 네이버페이는 실제 카드번호를 저장하지 않는다. 대신 네이버 아이디와 연계된 가상의 카드번호를 부여해 도용을 통한 부정 거래를 사전에 차단한다. 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부정 거래방지시스템(FDS)을 이용해 평소와 다른 이상 구매 패턴이 감지될 경우 사전에 부정 거래를 예방한다. 결제 완료 후에도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24시간 결제 도용 신고센터도 운영한다.

한성숙 네이버 서비스총괄 이사는 “네이버페이는 사용자들이 네이버를 사용하면서 느끼는 불편한 경험들을 해소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물”이라며 “네이버페이를 통해 이용자들은 간편결제 서비스의 진정한 가치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네이버페이는 편리한 송금과 결제 같은 본연의 기능 외에도 상생이라는 부가적 목표까지 추구하며 출시 초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업계 전문가들은 네이버페이가 다소 주춤하던 네이버를 되살릴 신성장 동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네이버페이는 기존 플랫폼 트래픽을 활용해 수익화가 가능한 영역을 발굴한다는 네이버의 전략 중 하나로 방향성 자체가 긍정적”이라며 “트래픽의 수익화 가능성 등 장기적 측면의 성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종화 이베스트증권 연구원 역시 “네이버페이는 검색과 결제의 시너지 효과를 기반으로 향후 원클릭 전자상거래의 대표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음카카오 “꾸준한 진화로 추격 허용 않겠다”
네이버페이의 도전을 바라보는 다음카카오는 차분한 표정 속에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10개월 만에 가입자 450만 명을 달성한 카카오페이는 우선 ‘ 질’ 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카카오페이 가맹점은 약 170여 개로 네이버페이 가맹점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가맹점의 규모는 네이버페이보다 낫다는 것이 다음카카오측의 생각이다. 실제 네이버페이 가맹점의 규모는 중소형 수준이지만, 카카오페이의 가맹점에는 대형 쇼핑몰 및 유통점, 서울시, 한국전력 등 굵직굵직한 기업과 기관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다음카카오는 지난 6월 초 서울시, LG CNS, 우리은행과 함께 ‘핀테크 기반 간편결제 세금납부 시스템 구축·운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MOU 체결을 통해 서울 시민들은 이르면 오는 하반기부터 카카오페이를 통해 지방세를 납부할 수 있게 된다.

최근에는 공인인증서 없이 30만 원 이상 결제 가능한 고액결제 비밀번호 기능도 도입했다. 그동안 사용자들은 카카오페이를 통해 30만원 이상의 금액 결제 시 공인인증서를 통한 본인 인증 과정을 거쳐야했다.

이번 고액결제 비밀번호 기능은 삼성카드, 하나카드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우선 도입된다. 삼성카드, 하나카드 가입자는 카카오페이 설정메뉴를 통해 고액결제 비밀번호를 설정· 변경한 후 바로 이용할 수 있다. 향후 다음카카오는 다른 카드사와의 협의를 통해 순차적으로 서비스 지원 대상 카드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다양한 혁신을 시도하고 있는 다음카카오에도 고민거리는 있다. 바로 ‘카카오페이’와 ‘뱅크월렛카카오’로 이원화된 금융서비스가 사용자의 편의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카카오페이’는 카드를 통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뱅크월렛카카오는 계좌를 통한 결제나 송금기능을 담당한다. 양 서비스를 일원화한‘네이버페이’에 비해 편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음카카오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를 별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아닌 카카오톡 플랫폼의 일부로 포함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세훈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카카오페이는 궁극적으로 일상생활 전반에서 활용 가능한 O2O(Online to Offline·온라인을 통해 오프라인 고객을 유치하는 마케팅 전략) 서비스로의 진화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다음카카오 “적은 외부에 있다”
간편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누가 잡고 있느냐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가입자 수, 가맹점 수, 결제 금액 규모 등 다양한기준을 내세울 순 있지만, 눈에 띄는 선두주자를 가늠하기는 어려운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2015년 상반기 간편결제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 라고 부를 수 있다. 현재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에선네이버, 다음카카오 뿐 아니라 SK플래닛의 ‘시럽페이’, LG유플러스의‘페이나우’, NHN엔터테인먼트의 ‘페이코’ 등이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는 이 같은 양상이 달라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삼성페이’를 필두로 대규모 유통사들이 간편결제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중국 거대 IT업체들의 진출이다. 이미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한국판 알리페이인 ‘코리아페이’(가칭) 출시를 선언한 바 있다. 세계 3대 모바일 메신저 ‘ 위챗’ 을 운영 중인 중국 IT 기업인 텐센트(Tencent)도 국내 결제 서비스 전문 기업 케이알파트너스와 손잡고 '(위챗페이(Wechat Pay)’의 한국 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대형 IT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이 자칫 아직 자리잡지 못한 국내 간편결제 플랫폼 사업의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전자지급결제대행(PG, Payment Gateway) 업계의 한관계자는 말한다. “현재 중국업체의 간편결제 서비스가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를 대상으로 운용 중이지만 향후 국내 사용자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우려되는 부분은 아직 단단하지 못한 국내 간편결제 시장 자체가 중국 기업에 잠식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의 공습이 오히려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는 해외 국가에서 서비스 중인 여타 간편결제 플랫폼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기술력과 보안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중국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경우, 오히려 국내 플랫폼의 해외시장 진출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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