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이듬해 카발카티는 그런 투자자를 만났고, 소프트웨어 업체 오토데스크도 지원을 약속했다. 소식을 전해들은 스트롭은 즉시 짐을 꾸려 그가 있는 보스턴으로 향했다. 이후 두 사람은 보스턴의 한 해커스페이스에서 3개월간 ‘메가봇(MegaBot)’으로 명명된 대형 전투로봇의 기본 틀을 잡아나갔다. 스트롭이 총괄 제작책임을 맡았고, 카발카티는 설계, 전자장치와 프로그래밍은 새로 영입한 전기공학자 매트 올라인이 주도했다. 첫 시제품은 발포재를 조각한 뒤 철제 외피를 용접해 만들었는데, 마치 트레일러 위에 로봇의 몸 통이 얹혀 있는 조악한 모습이었다.
이를 업그레이드한 두 번째 모델은 영화 퍼시픽림에 등장한 거대 로봇 ‘예거’를 떠올리게 한다. 키가 4.5m, 중량은 5.4톤에 달한다. 특히 무한궤도를 부착해 2명의 승무원을 태운 채 시속 5㎞의 속도로 움직이는 이동능력까지 갖췄다. 승무원 중 한 명은 로봇을 제어하는 조종사, 다른 한 명은 로봇의 몸통을 회전시켜 팔에 부착된 무기를 조준·발사하는 포수 역할을 담당한다.
무기도 중량 1.4㎏의 페인트볼을 쏘아대는 공압식 대포와 20개의 소형 페인트볼을 연속 발사하는 다연장포를 탑재했다. 하나가 고장 나도 다른 하나로 전투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메가봇이라는 기업까지 설립한 세 사람은 지난 5월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베이 에어리어 메이커 페어’에서 이 로봇을 공식 공개하고, 자동차를 부수는 쇼를 펼쳐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카발카티에 따르면 이들은 내년 9월 이전에 메가봇에 맞설 만한 로봇이 등장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렇게 거대로봇들의 전투 리그를 출범시키는 게 궁극적 꿈이다. 이를 위해 수백만 달러의 투자 금 조성도 시작했다. “저희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현실로 만들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이 비현실적 세계에 매료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해커스페이스 (hackerspace)
개인 발병가 및 화이트 해커들이 각자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동 작업 공간.
190km/h
메가봇의 공압식 대포에서 발사되는 직경 15㎝ 페인트볼의 속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