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내 몸을 업그레이드할 9가지 방법

자신의 몸이 마음에 들지 않나요? 그럼 업그레이드 하세요!





게이머들은 게임 속 캐릭터의 경험치 상승과 보상 획득, 레벨업을 위해 시쳇말로 ‘노가다’라 불릴 만큼 반복적인 임무를 수행한다. 최근 스스로를 ‘그라인더(grinder)’ 라고 칭하는 일단의 사람들이 지하세계에서 그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 역시 능력의 향상이다. 다만 그라인더들은 게임 캐릭터가 아닌 자신의 몸을 해킹해 현실세계에서 남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고자 한다.


냉소적 관점에서 ‘셀프 해킹’으로 표현되는 이 신체 업그레이드 운동은 무모하고, 자아도취적 행위로 여겨질 수 있다. 자신의 몸을 마치 과학키트처럼 다루면 흉터와 출혈, 의식을 잃을 정도의 고통을 경험할 수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신체 개조는 나름 수백 년의 전통을 가진 행위다. 척추 질환자에게 티타늄 소재의 인공 디스크를 삽입하거나 인공관절을 이식하는 수술 등이 그 실례다.

물론 그라인더의 신체 개조는 이 같은 의료적 목적이 아니다. 이들이 추구하는 바는 와이파이 감지와 야간투시, 방향 감지 등 가히 초인적이라 할 감각 기능의 확장과 통합이다. 현재 혁신적 그라인더의 숫자가 속속 늘고 있으며, 극소수의 외과 의사 들조차 윤리의 회색지대에서 신체 해킹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 전자기장 감지





자석은 이식이 쉬워 그라인더들이 가장 먼저 시도해보는 물건의 하나다. 이미 몇몇 피어싱 숍에서 쌀알 크기의 원통형 네오디뮴 자석을 손가락 끝에 이식해준다. 이 자석은 티타늄 질화물과 실리콘, 테플론 같은 생물학 방호소재로 코팅돼 있는데 전자기장과 접촉하면 피부 신경에 진동을 전달한다. 때문에 자석을 이식받은 사람은 전자레인지 등의 기기에 방출되는 전자기장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옷핀이나 클립, 나사를 손가락에 붙이는 등 실생활에서 유용한 잔재주도 피울 수 있다.

하지만 딱딱한 자석이 이식돼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한 그라인더는 단단히 닫 힌 피클 뚜껑을 열다가 손가락이 찢어지기도 했다.



◇ 체내 소나

돌고래처럼 초음파로 거리를 감지하고 싶나? 바이오 해커단체 ‘그라인드하우스 웨트웨어’가 내놓은 ‘보틀노즈(Bot tl eNose, 60달러)’만 있으면 가능하다. 손에 착용하는 이 거리측정기는 초음파 센서를 활용,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물체의 위치를 파악한다. 그리고 사용자의 손가락에 이식된 자석에 전자기장 펄스를 보내 물체의 크기나 거리 등의 정보를 감각으로 알려준다. 사용자가 물체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감각은 더 강해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보틀노즈는 방사능과 에탄올, 블루투스 신호도 탐지한다. 수m 떨어진 따뜻한 물체를 감지하는 열적외선 센서까지 채용돼 있다. 필요에 따라 자외선과 자북(磁北)을 탐지하는 센서의 추가 장착도 가능하다. 특히 자석을 이식받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피부 표면에 감각적 자극을 전달해주는 웨어러블 자석 장갑도 개발돼 있다.



◇ 인간 나침반

사람은 누구나 길을 잃을 수 있다. 그럴 때면 주변 사람들에게 길을 묻어 방향을 가늠한다. 이와 관련 독일 오스나브뤼크대학 연구팀이 지난해 학술저널 ‘의식과 인지’에 재미있는 논문을 발표했다. 인간이 ‘학습된 방향감각’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였다.

연구팀은 7주일간 남성 9명, 여성 4명의 피험자에게 30개의 진동모터가 내장된 특수 벨트를 착용시키고 규칙적인 산책과 사이클링을 하도록 했다. 이 벨트는 착용자가 북쪽을 향하면 진동한다. 실험 결과, 피험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의식적 수준에서 방향감각이 개선됐으며 벨트를 제거하자 일부 피험자가 방향감각을 잃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한 피험자는 이렇게 밝히기도 했다.

열차에서 내리는 순간 어디로 가야할지 느낌이 왔어요. 벨트만 착용하면 방향을 잃어서 두리번거릴 일이 없습니다. 그냥 느껴져요.” 현재 이 벨트와 유사한 기능의 조립식 기기들을 구할 수 있다. 센스브릿지닷컴 sensebridge.com)에서 판매 중인 ‘노스포(North Paw, 49달러)가 대표적이다. 손재주가 있다면 인스트럭터블닷컴 instructables.com)에서 제작법을 내려 받아 직접 만들어도 된다.



◇ 초인적 야간시력

수심 1.5㎞ 심해에 서식하는 드래곤피시는 눈에 엽록소 유도체를 지녀 어둠 속에서도 앞을 볼 수 있다.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적색 빛을 발하는 발광기관을 이용해 앞을 보고, 먹이를 유인한다. 이에 착안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바이오해커인 가브리엘 리시나와 제프리 티벳은 ‘클로린 e6(Chlorin e6, Ce6)’라는 광민감성 엽록소 유도체를 활용, 야간시력 증진에 도전했다.

먼저 두 사람은 의료용품점에서 구입한 Ce6 100㎎에 인슐린과 식염수를 희석해 농도를 반으로 낮췄다. 원액을 눈에 투여하면 화상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후 유기용제인 DMSO를 첨가해 리시나의 눈에 주입했다. 그렇게 2시간 뒤 리시나는 어둠 속에서 15m 밖에 서 있는 사람들의 신원을 100% 정확히 파악했다. 통제집단을 이용한 비교실험에서도 신원파악 성공률이 33%에 달했다. 특히 아직까지 유해한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



◇ 와이파이 소머즈

런던에 거주하는 언론인 프랭크 스웨인은 20세 때부터 청력을 잃기 시작해 가는귀가 먹었다. 그래서 친구이자 음향공학자인 다니엘 존스의 도움을 받아 특별한 보청기를 개발했다. ‘헤일로(Starkey Halo)’로 명명된 이 블루투스 보청기는 스마트폰과 연동, 일반인은 듣지 못하는 소리까지 그에게 들려준다. 바로 와이파이다. 이를 위해 존스는 스마트폰 소프트웨어를 해킹, 주변에서 와이파이가 감지될 때마다 보청기에서 멜로디와 함께 특유의 클릭 소리가 송출되도록 했다.


“의외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스타키 헤일로는 와이파이 신호의 음조를 분석해 브랜드와 라우터의 종류,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 심지어 보안수준까지 알려줍니다. 스테레오를 활용, 라우터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갈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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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헤일로는 미국 최대 보청기 업체인 스타키를 통해 상용화돼 있다.



◇ 손가락 플래시드라이브

오늘날 컴퓨터용 ID 칩의 크기는 매우 작아졌다. 두께는 수㎜, 길이도 3~6㎜에 불과하다. 덕분에 바늘을 이용, 피부에 삽입할 수 있다. 특히 네오디뮴 자석과 마찬가지로 시술허가가 필요한 마취 절차도 필요 없다. 피어싱 숍에서 간단히 이식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라인더들에 의하면 무선인식(RFID) 및 근거리 무선통신(NFC) 기술을 통해 이 칩으로 RFID 도어락 등 수십 가지 전자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칩에 데이터를 저장해놓고 NFC가 지원되는 친구의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접속코드를 전송할 수도 있다. 손을 한번 내젖는 것으로 말이다.



◇ 색깔 듣기

미술가 겸 음악가인 닐 하비슨은 선천적 전(全)색맹이라 출생 후 21년간 세상을 흑백으로 봤다. 그러던 2013년 12월 바르셀로나의 한 클리닉에서 후두골에 4개의 구멍을 뚫고, 더듬이처럼 생긴 길고 유연한 카메라를 고정하는 수술을 받았다. 어떤 윤리적 승인도 없이 말이다.

하비슨은 이 카메라를 눈앞으로 걸쳐 놓은 채 생활한다. 그러면 카메라가 전방의 물체를 촬영해 색상을 파악하고, 후두부에 삽입된 마이크로칩이 해당 색상을 주파수로 변환한다. 적색에 가까울수록 F(바)음, 분홍색에 가까울수록 E(미)음 주파수가 된다. 노란색의 경우 중앙 C(다)음 위의 G(솔)음 정도다. 이후 골전도 이어폰처럼 각 주파수를 진동으로 바꿔 하비슨의 내이(內耳)에 전달한다. 음량은 색의 채도에 따라 달라진다.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을 만났을 때 그녀의 파란색 눈을 바라보자 B(시)음 비슷한 소리가 들리더군요.”

이 카메라에 별도의 전원 스위치는 없으며, 소형 건전지가 모든 전력을 공급한다. 때문에 수개월 마다 한 번씩 건전지만 갈아 끼우면 된다.



◇ 지능 부스터

여러 학술연구에 의하면 뇌에 전기자극을 가할 경우 일시적 지능향상이 나타난다. 올해 신경재생의학지에 실린 논문에서도 총 13건의 연구결과를 분석했더니 경두개 직류 자극술(tDCS)과 경두개 무작위 잡음 자극술(tRNS)을 통한 뇌 기능 개선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13건의 연구에서 각 연구팀들은 최대 2.5㎃(18.5V)의 매우 낮은 전류를 피험자의 뇌에 20분 이내의 시간동안 흘려보냈는데 피험자들은 기억력과 인지조절력, 수리력에서 한층 우수한 능력을 발휘했다.

물론 이 실험들은 전문 연구자들이 실험실에서 고가의 연구장비를 이용해 실시한 것이다. 그런데 그라인더들이 직접 tDCS 기기를 제작하고 있다. 한번은 tDCS 조립식 키트가 인터넷에서 150달러에 판매되기도 했다. 하지만 tDCS는 아마추어들에게는 너무나 위험한 시술임을 명심해야 한다. 자칫 똑똑해지려다 백치가 될지도 모른다.



◇ 임플란트 헤드폰

미국 유타주에 거주하는 세일즈맨이자 그라인더인 리치 리는 진정한 무 선 헤드폰을 원했다. 그래서 양쪽 귀의 귓바퀴 앞쪽 이주(耳珠) 부위에 자석을 이식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해킹, 오디오 신호를 신호 증폭기로 전송토록 했다. 이 증폭기가 오디오 신호를 그의 목에 두른 안테나로 재전송하면 목걸이가 머리 주변에 전자기장을 만든다. 그러면 전자기 유도 현상에 의해 귀에 이식한 자석이 진동하면서 그의 귀에 음악이 들리는 것이다.

“음질이 꽤 괜찮아요. 중저가 이어폰으로 듣 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는 지면의 미세 진동을 감지하는 마이크로폰을 발꿈치에 부착하고, 안테나 목걸이와 연동시키기도 했다.

“포장도로를 걸을 때 뒤쪽에서 조깅하는 사람이 다가오면 그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먼거리에 있을 때부터 그 사실을 들을 수 있습니다.”

━━━━━━━━━━━━━━━━━━━━━━━━━━━━━━━━━━━━━━━━━━━━━━━BY Bob Parks

양철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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