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강속구 속도 측정 박스

이 글을 쓴 윌리엄 거스텔은 고대 전쟁의 현대적 부활에 관심이 많은 DIY 역사칼럼니스트다.

300여년 전 영국의 수학자 벤자민 로빈스는 총알의 속도를 측정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일명 ‘탄도 진자(ballistic pendulum)’를 개발했다. 총탄의 가속도를 파악, 속도와 에너지를 알 수 있도록 해주는 기기였다. 훗날 크로노그래프에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탄도 진자는 과학적 탄도학의 효시였다. 탄도 진자는 매우 간단한 수학에 의존한다. 진자를 향해 총탄을 발사하면 총탄의 속도가 빠를수록 총탄과 충돌한 진자가 더 크게 움직이고, 그만큼 진자와 연결된 측정 테이프를 많이 잡아당긴다.


로빈스는 이렇게 진자가 움직인 거리와 진자의 무게, 탄환의 무게를 통해 탄환의 속도를 계산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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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탄환의 속도 측정에는 큰 관심이 없다. 다만 탄도 진자의 효용성은 인정한다. 야구공을 포함, 어떤 물건의 속도도 측정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이저리그의 가을야구에 앞서 탄도 진자를 제작해보기로 했다. 일단 프레임은 합판 겻대(gusplate)로 보강한 각목을 사용했다. 진자는 신문지를 채워 넣은 플라스틱 우유 박스로 대신했다. 그리고 우유 박스 위에 목제 장부촉(dowel)과 연결된 알루미늄 막대를 부착했다. 장부촉은 프레임 상단부의 구멍에 가로로 끼워져 있으며, 자유롭게 돌아간다. 마지막으로 우유 박스 아래에 측정 테이프를 부착하고, 프레임 가운데의 작은 구멍으로 통과시켰다. 이 구멍은 충분한 마찰력을 일으켜 진자가 최대 운동을 한 뒤에도 테이프가 계속 풀리는 것을 막아줘 정확한 측정을 보장해준다. 이렇게 반나절의 시간과 50달러의 자본으로 탄도 진자가 완성됐다. 이제 우유 박스 속으로 공을 던지면 진자가 움직이고, 테이프가 진자의 운동에 따른 원호의 길이를 측정한다.

그러면 로빈스의 공식을 이용해 구속을 알 수 있다. 물론 크로노그래프나 레이더 건을 사용하면 더 쉽게 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성취감만큼은 탄도 진자를 쫓아올 수 없다.

169㎞/h
신시네티 레즈의 마무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이 2010년 기록한 구속. 역대 가장 빠른 강속구 기록이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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