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손재영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장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핵 분야 중추기관으로 도약”

원자력 통제는 안전조치와 수출입 통제, 물리적 방호를 수단으로 핵 확산 방지와 핵 안보에 관한 국제적 협약사항을 이행하는 일련의 활동을 일컫는다. 대덕연구단지에 자리 잡고 있는 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은 이처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국제규범 준수와 원자력통제 업무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최근 KINAC의 수장으로 선임된 손재영 원장은 원자력통제 관련 위탁업무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내부 구성원들의 의식전환과 지식 및 경험을 공유하는 등 조직문화 강화에 힘쓸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Q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에 대한 개괄적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은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국제 규범을 준수 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원자력하면 원자력발전소부터 떠오를 만큼 오늘날 원자력은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자력은 일본 나가사키나 히로시마의 경우처럼 무기로 사용되면 인류사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때문에 국제사회는 원자력을 비평화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무 조항을 제정, 확산금지조약(NPT)으로 구체화시켰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NPT의 모든 가입국은 이를 이행하고, 국제사회에 보고해야 할 의무를 가집니다.

이를 관장하는 전문 정부조직인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에 평화적 이용을 위한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수립된 것이 KINAC입니다.

현재 핵물질이 무기 제조에 쓰이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안전조치, 원전 같은 시설들을 외부침입으로부터 지킬 수 있도록 심사·검사하는 물리적 방호, 원자력 관련 기술과 자재에 대한 수출입 통제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Q 그동안의 주요 성과를 꼽는다면?
정부가 법적으로 규정한 업무를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준수하는 선도적 국가로 인정받은 것이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화자찬이 아닌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2008년 IAEA의 통합안전조치(IS)를 공식 적용 받은 것이 그 방증입니다.

원자력 활용 국가는 자체적 사찰에 더해 IAEA의 정기사찰도 받아야 하는데, IS는 IAEA의 사찰 대상 중 일부 사항을 우리나라의 자체 사찰 결과로 대체한다는 의미입니다. 시험 감독관이 학생을 믿고 몇몇 과목에 한해 집에서 풀어온 시험지의 점수를 반영하겠다는 것과 비슷합니다.

지금은 조금 늘었지만 2008년 당시에는 원자력 사용국 중 IS 적용국가가 10여 개국에 불과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성실한 노력을 국제사회가 인정했다고 보면 됩니다.

덧붙여 지난해 IAEA의 물리적 방호 능력 측정에서 우리나라가 매우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는 점도 자랑할 만한 성과입니다. 주지하다시피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게 원전 등 주요시설의 확고한 물리적 방호 태세 확립은 더 없이 중요합니다. 이런 가운데 국제적 모범사례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 기관장으로서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Q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자연재해에 대한 안전 측면의 취약성이 드러난 계기였습니다. 이미 당시에도 다양한 비상 상황을 가정해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었지만 그것이 일순간 무력화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원전에 있어 100%의 안전은 없음을 새삼 깨닫게 해준 아픈 경험이었다고 봅니다.

국제사회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전원 장비를 보강하는 등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우리나라 내부적으로도 전반적인 원전 안전관리 수준을 강화한 바 있습니다.

또한 후쿠시마 사고는 인위적 테러에 의해 엄청난 피해가 야기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순기능도 했습니다. 이전까지 자연재해는 ‘안전’, 테러는 ‘안보’ 분야에서 각각 대비했었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세계 각국은 분리돼 있던 안전과 안보를 통합 컨트롤할 방안 확립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Q 지난해 개소한 국제핵안보교육훈련센터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습니까?
국제핵안보교육훈련센터(INSA)는 2010년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처음 언급한 사항이었습니다. 개소식 때 미 국무부 장관이 축전을 보내왔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핵안보의 중요성이 증대되면서 전문인력 양성의 중요성도 커졌기 때문입니다.


핵안보 전문 인력은 단시일 내에 양성되는 것이 아니므로 체계적 준비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예컨대 원자력 신규 도입국의 경우 핵안보를 강화하려 해도 기술과 인력 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관련기사



INSA의 경우 단순한 교육을 넘어 실습까지 수행할 수 있는 대규모 시험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일본의 유사한 시설과 비교해도 우위에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에 따라 INSA는 원자력 불모지에서 기술 도입 반세기만에 원전 수출국으로 급성장한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후발국가들에게 전수하는 국제적 인력 양성의 요람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Q KINAC의 수장으로서 기관 운용의 모토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앞서 설명한 내용과 관계되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전문성’과 ‘국제성’입니다. KINAC는 핵 확산 방지 및 핵안보라는 전문 영역에서 국제 협력에 기반해 다양한 업무를 수행중입니다.

이런 정체성의 확립을 위해 각 구성원들의 업무 역량을 체계적으로 증진시켜 기관의 전문성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또한 여기서 더 나아가 KINAC를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핵 분야의 중 추기관으로 도약시키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국장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장 등 공직생활의 많은 부 분을 원자력과 함께 했습니다. 목표의 달성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 환경 속에서 정부 정책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최근 정부가 원전 사이버 보안과 관련 적극적 대응에 돌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이버 기술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롭고, 익명성이 비교적 손쉽게 보장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원전을 비롯한 주요 보안시설과 사회 기반시설을 대상으로 사이버 테러가 발생할 경우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큽니다. 정부가 원전 사이버 위협에 적극 대응키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원전 제어시스템을 외부 인터넷과 물리적으로 분리, 외부 접속에 의한 해킹 가능성을 사실상 봉괘하는 등 사이버 보안이 잘 갖춰진 국가에 속합니다. 하지만 일반적 업무 처리시스템이 외부와 연결돼 있어 중요 자료의 유출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Q 그렇다면 KINAC는 어떤 역할을 하고있습니까?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관련 업무를 위탁받아 올 4월부터 원전 현장의 사이버 규제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사이버 보안 규정 심사와 정기·수시 현장검사를 필두로 실제적 효과를 낼 수 있는 규제 인프라 구축을 위해 다각적 업무를 수행 중입니다.

이와 관련 KINAC의 수장으로서 원전 사이버 보안 강화를 위해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사이버 보안에 대한 원전 시설 관계자들의 철저한 인식 제고입니다. 원전 사이버 공격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2010년 이란 나탄즈 원전의 스턱스넷 바이러스 공격 사건도 외부해킹이 아닌 내부자에 의해 제어시스템에 악성코드가 감염되면서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우라늄 농축시설 원심분리기가 1,000대 이상 파괴되는 손실을 입은 바 있습니다.

2014년 일본 몬주 원전의 ‘악성코드 감염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도적 미비라기보다는 내부 직원들의 보안인식 부재가 원인이었습니다.

국내 역시 원전 근무자가 업무 효율성만을 중시해 접속 자격이 없는 근무자에게 중요한 전산기기의 아 이디와 패스워드를 유출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아무리 첨단 방화벽을 설치하고, 제도를 정비해도 최일선 현장 종사자들의 철저한 보안의식 없이는 지능화되는 사이버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KINAC는 제도 이행을 넘어 관계자 인식 제고를 위한 사이버 안보 문화 함양에도 힘쓸 계획입니다.

Q 과학도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오늘날 국가경쟁력 제고의 대표적 방안으로 저출산·고령화 사회의 극복과 우 수 이공계 인력 양성을 꼽습니다. 특히 이공계 인력 양성은 창조경제 실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은 곧 새로운 먹을거리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예비 과학도들에게 이처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문 인력이 되어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전문 인력은 단순히 기술의 숙달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기존 지식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각도에서 생각하는 창의적·도전적 정신이 수반돼야 합니다. 전화기로 전화만 한다는 인식을 깨고 스마트폰을 탄생시킨 스티브 잡스나 우주로켓부터 전기자동차, 태양광 등 항상 미지의 불모지를 개척해나가는 앨론 머스크처럼 말입니다.

또 개선가보다는 혁신가를 지향했으면 합니다. 기존의 것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혁신에 도전하는 것이야 말로 미래를 꿈꾸는 과학도가 나아가야할 길이라 생각합니다.



손재영 원장 프로필
학력
1983 ~ 1987 서울대 원자핵공학 학사
1987 ~ 1989 서울대 원자핵공학 석사
1989 ~ 1991 서울대 원자핵공학 박사
경력
1990 ~ 1992 과학기술처 방사선안전과 사무관
1992 ~ 1994 과학기술처 원자력통제과 사무관
1994 ~ 1995 과학기술처 원자력안전과 사무관
2000 ~ 2002 영국 서섹스대학 직무연수
2002 ~ 2003 과학기술부 과학기술조사과 서기관
2003 ~ 2004 과학기술부 우주항공기술과장
2004 ~ 2005 과학기술부 부총리 비서관
2005 ~ 2008 주영한국대사관 과학관
2008 ~ 2009 교육과학기술부 우주개발과장
2009 ~ 2010 교육과학기술부 기초연구과장
2010 ~ 2010 교육과학기술부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건설추진단장
2010 ~ 2011 교육과학기술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획단장
2011 ~ 2011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국장
2011 ~ 2013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장
2013 ~ 2015 한국방사선안전재단 전문위원
2015 ~ 현재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장

파퓰러사이언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