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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 노벨상: 25년의 기록

과학계 최고의 황당하고 재미있는 연구를 꼽는 이그노벨상이 올해로 탄생 25주년을 맞았다.

1990년 한 과학유머잡지의 편집자였던 마크 에이브러햄스는 무수한 우수 연구 성과들을 접했다. 개중에는 과학적 가치가 크지만 실소를 머금게 하는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연구를 수행한 연구자들은 누구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에이브러햄스는 그들을 기리기로 결심했고, 1991년 9월 제1회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이후 25년간 이그노벨상은 그 취지에 맞춰 ‘왜 딱따구리는 두통을 앓지 않을까’ ‘물과 시럽에서 헤엄치는 속도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처럼 웃음을 주는 동시에 생각하게 만드는 연구들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1992년: 물리학상
밀밭에 미스터리 서클을 만들어 장이론을 설명. 곡물을 훼손한 공로를 인정.



1995년: 심리학상
비둘기에게 피카소와 모네의 그림을 구분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데 성공.

1996년: 물리학상
토스트는 버터 바른 쪽으로 떨어진다는 속설을 수학적으로 증명. 이를 위해 300개의 토스트를 떨어뜨렸다.

1997년: 기상학상
토네이도가 지나간 뒤 닭의 깃털이 빠진 개수로 토네이도의 풍속을 측정하는 방법 개발.

1998년: 안전공학상
포악한 회색곰의 공격을 막아줄 갑옷을 개발해 직접 착용한 채 성능을 입증.

1999년: 문학상
차(茶)를 우려내는 방법에 관한 6페이지짜리 표준 매뉴얼 작성.

2000년: 화학상
생화학적 관점에서 낭만적 사랑과 중증 강박장애의 구분이 어려움을 발견

2001년: 물리학상
샤워 중에 샤워커튼이 왜 항상 안쪽으로 부푸는지에 대한 의문을 일부 규명.

2002년: 위생학상
고양이와 강아지 전용 목욕기계를 발명해 판매.

2004년: 공학상
대머리를 가려주는 헤어스타일을 특허 출원. (미국 특허번호 4,022,227호)


2006년: 음향학상
사람들이 손톱으로 칠판 긁는 소리를 왜 싫어하는지 진화학적 관점에서 연구.


2009년: 수의학상
주인이 이름을 붙여준 젖소가 이름 없는 젖소보다 우유 생산량이 많음을 증명.


2010년: 평화상
아플 때 욕을 하면 고통을 줄일 수 있다는 속설을 실험으로 입증.



2013년: 심리학상
술에 취한 사람은 자신이 매력적이라고 착각한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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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물리학상
바나나 껍질을 밟으면 미끄러지는 원리와 미끄러움의 정도를 마찰계수로 증명.




주요 수상 사례
1994년 화학상
밥 글래스고 미국 텍사스주 상원의원. 비커 등 실험용 유리용기를 마약 제조장비로 규정해 구매 시 허가를 받아야한다는 법안을 상정. 이그노벨상 위원회는 이처럼 과학발전을 저해하는 사람을 자주 수상자로 선정하는데, 가끔씩 과학자가 수상하기도 한다. 일례로 1993년 문학상은 10페이지짜리 생물학 논문에 저자로 이름을 올린 976명의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1999년 생물학상
뉴멕시코주립대 고추연구소. 육종 기술을 통해 ‘맵지 않은 할라피뇨’ 품종 개발. 도대체 팥 없는 찐빵 같은 품 종을 왜 개발했냐고? 연구팀에 따르면 이 품종을 이용할 경우 맵지 않으면서도 할라피뇨 특유의 맛이 느껴지는 살사 소스를 만들 수 있다.

2004년 생물학상
스웨덴 국립수산위원회 등 두 팀의 공동 수상. 청어들이 방귀소리로 상호 의사소통한다는 사실 발견. 이 연구는 1981년 소련 잠수함이 스웨덴 영해에서 좌초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소련은 좌초 이유를 항법장치 오류라 밝혔지만 스웨덴은 해군에 의해 수중에서 잠수함으로 추정되는 소리의 정체가 녹음됐다며 첩보 활동을 의심했다. 이때 녹음된 소리의 정체가 바로 청어의 방귀였다.

2006년 수학상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 RO). 단체사진 촬영 시 몇 번을 찍어야 모두가 눈을 감지 않은 사진을 얻을 수 있는지 수학적으로 계산.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원이 20명 이하일 때는 사람 수를 3으로 나눈 값만큼 촬영하면 된다.

2007년 의학상
영국 글로스터대학 브라이언 위트콤 박사와 미국 안티오크대학 댄 메이어 박사. 칼 삼키기 묘기의 부작용을 연구. 두 사람의 연구결과, 인후염이 가장 흔한 부작용이었다.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은 종종 시상식에서 자신의 발명품을 시연하는데, 브라이언 박사도 칼 삼키기 묘기를 직접 선보여 관중들의 눈을 의심케 했다.

2010년 공중보건상
미 육군 의학연구사령부(Fort Detrick) 산업안전보건실. 턱수염 깎기를 한사코 거부하는 동료 연구자를 설득하고자 턱수염에 달라붙은 미생물과 그 유해성을 규명. 이 연구로 동료는 턱수염을 깎았고, 생물학적 위험물질을 다루는 전 세계 모든 연구실의 안전기준에도 영향을 줬다.

2011년 문학상
스탠퍼드대학 철학과 존 페리 교수. 일을 미루는 습관에 관한 이론 정립. 페리 교수는 미루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더 중요한 일을 회피하기 위해 덜 중요한 일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시험기간 중에 갑자기 방 청소가 하고 싶은 것처럼 말이다. 이 논문은 1996년 발표됐지만 이그노벨상 위원회도 15년을 미루다가 그를 수상자로 선정했다.

2013년 물리학상
이탈리아의 연구자 5명. 평범한 사람이 마치 예수처럼 물 위를 달릴 수 있는 방법 연구. 연구진에 따르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가능하다. 체중이 160파운드(약 72.5㎏) 이하여야 하며, 물이 위치한 곳의 중력이 달과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수상자
2회 수상: 시어도어 그레이
파퓰러사이언스의 ‘매뉴얼’ 칼럼니스트인 그는 원소주기율표의 원소 118개 거의 모두를 실제로 넣은 목재 원소주기율표로 커피테이블을 제작, 2002년 화학상을 수상했다. 2008년 식물도 존엄성이 있다는 법을 채택한 공로로 스위스 국민 전체에게 평화상이 수여된 만큼 스위스인인 그는 두 차례나 이그노벨상을 받은 셈이다.

노벨상 수상자: 안드레 가임
네덜란드 네이메헌대학 가임 교수와 동료들이 개구리를 공중부양시킨 연구로 2000년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고출력 전자석으로 자성이 없는 물체도 부양시킬 수 있음을 입증했다. 특히 가임 교수는 10년 뒤 접착테이프를 이용해 그래핀 소재를 분리해낸 공로로 진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자력 2회 수상: 조셉 켈러
시어도어 그레이 박사와 달리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두 차례 이그노벨상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999년에는 차(茶)를 따른 뒤 주둥이를 따라 찻물이 흘러내리지 않는 주전자를 개발했고, 2012년에는 포니테일 헤어스타일에 숨겨진 물리학적 현상을 연구해 각각 물리학상을 받 았다.

장이론 (field theory) 인간의 행동을 개인의 현 상황, 즉 장(field) 과의 관계로 설명하는 심리학 이론.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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