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그 많던 문구점은 어디로 갔을까

남기영


학교 앞에서 문구점을 찾기 어려워진 지 오래다. 사실 문구점뿐인가. 예전에는 곳곳에서 볼 수 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보기 힘들어진 매장이 많다. 사업 영역이 세분화돼 있던 골목 상권은 한곳에서 다양한 상품을 구경할 수 있는 대형 마트와 온라인몰이 등장하면서 무너졌다.

생활은 편리해졌다. 그럼에도 학교 앞 문구점의 몰락이 아쉬운 것은 어린 시절 소소한 추억이 담긴 장소가 누군가에 의해 남아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딱지와 구슬, 주사위 놀이판과 쫀드기, 슬러시가 있는 문구점은 호기심거리와 먹거리가 가득한 우리들의 아지트였던 터다.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준비물 없는 학교' 정책은 문구점의 생존 기반을 사라지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문구점 내 먹거리 단속과 미니 오락기 규제도 줄폐업을 가속화시켰다.

하지만 더욱 큰 위기는 하루하루가 너무 바쁜 아이들의 삶에 있다. 학원 수업에 정신없이 쫓기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 유일한 놀잇감이다. 아날로그 문화를 경험하지 않고 자라면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외에는 흥미 자체를 못 느낀다.

최근 학교 앞 문구점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중요한 것은 규제나 보호가 아니다.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활로 개척이다. 그림에 색칠하며 마음을 안정시켜준다는 컬러링북 열풍처럼 취미용이나 키덜트 아이템, DIY 꾸미기 등 감성문화를 즐기는 층과의 접점을 늘려가는 것은 어떨까. 학교 앞 문구점을 비롯한 골목 상권이 고객과 숨 쉬며 추억을 나누는 곳으로 우리 주변에 늘 남아 있기를 응원해본다.

남기영 동아연필 제품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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