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고성 오간 대정부질문…역사교과서 여론전 분수령

여야 여론전 들어간 가운데 대정부질문이 여론 형성에 영향줄듯

“조용히 하세요. 말조심하시고.”(정갑윤 국회부의장)

“질문하는데 소리지른 사람을 제지해야지.”(자리를 박차고 의장석으로 달려나온 이종걸 새민연 원내대표)


“(내가) 조원진(의원한테) 조용히 하라고 했잖아요.”(정갑윤 국회부의장)

16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분야 대정부질문. 어린이들과 교복입은 학생들이 방청하는 현장에서, 학생들 보는 교과서 문제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반말과 고함을 주고받았다.

고성은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 시간에 터져나왔다. 도 의원이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답을 들으려고 하지 않고 시종일관 밀어붙이자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들으란말야”라며 고함을 질렀다. 이에 이종걸 원내대표가 정 부의장 앞까지 뛰쳐나와 새누리당 의원들을 왜 말리지 않냐며 고함을 질렀다.


정 부의장이 “이성을 좀 찾으라”며 양당 의원을 진정시킨 뒤 질의응답을 재개시켰지만 도 의원의 질문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황 총리는 “질문을 해놓고는 말을 못하게 하시지 않냐”며 불쾌해 했고 그러는 사이 여야 의원간 고성이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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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 부의장은 “방청석에서 학생들이 참관하고 있다”면서 “고함치는 의원은 학생들과 국민 모두가 듣도록 이름을 호명해 경고하겠다. 지역구까지 얘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싸고 여야가 치열한 여론전에 들어간 가운데 국정화에 대한 여론 형성이 분수령을 맞았다. 주무 장관인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황 총리가 출석한 가운데 이날 열린 대정부질문은 이번 문제에 대한 일반의 여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은 현행 검인정 한국사교과서에 대한 여당의 주장이 정치적 의도에 따른 침소봉대라고 주장했다. 도 의원은 교과서를 직접 들고 질문석에 나와 조목조목 지적했다. 도 의원은 “(앞뒤 문장과 문단을) 읽어보면 주체사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게 분명한데, 앞 뒤 자른 부분만을 인용해 학생들에게 주체사상 가르친다고 주장한다”며 황 총리를 압박했다.

도 의원의 얘기는 틀린 게 없었지만 질문 태도가 문제였다. “총리, 대답해보세요”고 윽박지른 뒤 막상 상대가 대답하려고 하면 말을 끊고 자신의 주장을 다시 펼쳤다. 황 총리는 이번 대정부질문 내내 마치 로봇과 같이 진심없이 대답해 비판받았지만 이때만은 황 총리가 안타까워 보일 정도였다. 논리와 근거에선 야당이 앞섰지만 고압적이고 거친 태도로 점수를 다 까먹었다는 게 이날 대정부질문을 지켜본 사람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제는 정치에 별로 관심없는 사람도 이번 이슈의 본질에 대해 알게 됐을 것이어서 이제부터가 진짜 여론조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중도성향 유권자의 의견이 어떤 쪽으로 몰리느냐가 관건인데 이들은 시끄러운 일을 만든 쪽을 비판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여권은 주체사상을 거론하는 등 자극적 이념공세를 벌이는 대신 새로 만들고자 하는 교과서 내용의 바람직한 면을 호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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