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의 높은 변동성이 국내 증시의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장 그동안 원화 환율 상승효과를 톡톡히 누렸던 삼성전자 등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반면에 원화 강세를 예상하고 외국인투자가들의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10원(0.10%) 하락한 1,129.10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금리인상 지연에 대한 기대감이 환율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지표 부진으로 금리인상 시점 지연 전망에 글로벌 달러화 약세 압력이 고조되고 있다"며 "위험자산 투자심리 개선으로 원·달러 하락 압력이 높아지면서 1,120원대까지 내렸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120원대에 마감한 것은 지난 7월10일 이후 3개월여 만이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는 0.32% 하락했고 현대차(-0.92%), SK하이닉스(-1.77%), 기아차(-2.77%), 현대모비스(-1.68%) 등 대형 수출주 대부분이 내림세를 보였다. 이들 종목 대부분은 그동안 환율 상승으로 인한 실적개선 전망에 강세를 나타냈었다. 김진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효과로 대형 수출주들의 3·4분기 실적은 개선된다 하더라도 4·4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원화 환율의 변동성이 커진다면 수출주들에 제동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하락으로 환차익 매력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지만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오히려 외국인 투자가 증시 리스크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9월25일 1,194.7원을 기록하며 고점을 나타낸 후 이날 1,129원대로 떨어지며 무려 5.44%의 절상폭을 보였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환차익 매력이 높아지면서 외국인들 투자가 증가할 수 있지만 기업 펀더멘털이 아직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차익만 보고 들어온 외국인 자금은 대부분 단기성"이라며 "특히 환율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언제든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뺄 수 있어 오히려 환율을 보고 들어온 외국인들이 늘어날수록 국내 증시에 새로운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또 "투자자들은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확실한 방향성이 정해질 때까지 관망하는 것도 좋은 투자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