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민연금, 조직과 기금운용 분리가 맞다

500조원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국민연금기금의 인사권을 둘러싼 갈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보건복지부의 압박에 못 이겨 기금운용본부장 연임 문제에서 한발 물러서는 듯하지만 내홍의 불씨는 여전한 상태다. 복지부는 기세를 몰아 공공기관운영법 및 국민연금법을 개정해 인사권 전반을 복지부 장관에게 몰아주는 방향으로 교통정리에 나선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인사권 조정은 언제라도 비슷한 갈등을 재발시킬 수 있는 미봉책에 머무를 뿐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 이번 사태를 놓고 낙하산 인사니, 관련법 충돌이니 하는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본질은 명확하다. 바로 현행 기금운용과 관련한 지배구조의 문제다. 복지부와 공단·운용본부로 이어진 불분명한 구조에서는 책임과 역할이 모호한데다 수익성 유지라는 제 역할을 지키기도 어렵다. 이사장이 바뀔 때마다 세계 3위를 자랑하는 국민연금의 투자방향이 달라진다는 얘기가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될 일이다.

차제에 사회적 논의를 통해 연금 운용을 둘러싼 지배구조에 대한 바람직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복지부에서 운용본부 공사화를 제시했고 정치권에서도 다양한 개편안을 내놓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국민은 안중에 없이 오로지 부처 이기주의나 정치적 계산에 따라 백가쟁명식의 얘기가 난무하다 보니 오히려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분명한 것은 향후 20년간 2,500조원까지 불어날 기금 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최대한 강화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외부세력의 기금 운용 간섭을 철저히 차단하고 전문가의 판단에 맡겨 최고의 수익률을 올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해외 연기금들이 별도의 전문기관을 설립해 감독과 기금 운용 업무를 분리하고 운용의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있는 것도 적극 참고할 만하다.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편에서 가장 중시할 것은 정파적 득실을 떠나 국민의 쌈짓돈을 오롯이 지켜내야 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지금의 저성장·저금리 기조에서 수익률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국민의 노후생활을 책임지려면 보다 세심하고 고도화된 투자가 가능한 토대를 갖춰야 한다. 이러다가는 2060년께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현 체제로는 이 같은 우려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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