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목불인견으로 치닫는 롯데가 분쟁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막장이라는 말이 딱이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운영하는 SDJ코퍼레이션의 정혜원 홍보 상무는 16일 카메라 세례 속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기다렸다. 통고서를 내용증명으로 롯데그룹에 발송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런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다. 그는 신동빈 회장을 결국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는 길에 기자들에게 "사진 많이 찍으셨냐"고 묻기까지 했다. 이쯤 되면 수십만명의 종업원과 그 가족의 생계가 달려 있는 기업의 경영권 문제가 하나의 '이벤트'로 전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의 경영권 분쟁은 이미 우리 재벌의 어두운 민낯을 사정없이 드러냈다.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의 집무실 풍경, 재벌 창업주와 아들의 육성 대화, 일본에 뿌리를 둔 기업 지배 구조, 남다른 가족사 등 하나같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분쟁의 당사자인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그들에게 '주주'는 경영권을 찾기 위한 '도구'일뿐 '회사의 주인'이라는 개념은 사라졌다. 특히 구석에 몰려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대리인'을 자처하는 SDJ 측 인사들의 행위는 용인하기에는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금도를 벗어나는 모습이다.

여론을 우세하게 돌리고 싶은 마음이야 납득할 수 있다. 여론전을 위해 방송을 이용하려다 어눌한 말투로 역풍을 맞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기자회견장에 부인이 나와서 마이크를 잡고 한국말을 배우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모습은 한편으로 안쓰럽기도 하다.

하지만 수십만 고용인의 생계가 달려 있는 기업의 경영권 문제에 대해 '제3자'인 그들이 연일 언론을 향해 속사포를 퍼부어대고 심지어 '블랙 코미디'를 연상하게 하는 무대 장치를 꾸미는 모습까지 이해하기는 너무 힘들다.

더욱이 SDJ의 '대표' 격인 민유성씨는 산업은행 총재까지 지낸 '경제계의 원로'가 아닌가. 그런 그가 기업의 경영권 문제에 이런 식으로 진흙탕 싸움을 키우는 것은 어른답지 못하다.

롯데의 경영권 분쟁이 어떻게 끝나든 이런 '민폐'는 없어야 한다. 롯데는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재계 5위 기업이다. 국내외 임직원 수는 18만명, 협력사 직원 등 간접 고용까지 합치면 총 35만명이다.

정말로 경영권을 되찾고 싶으면 주주총회장에서 정당하게 겨루면 될 일이다. 중계방송하듯 무대를 만들어 낸다고 경영권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제3자들의 놀음에 놀아날 만큼 우리 국민이 어리석지는 않다. /산업부=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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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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