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민 정책 없이는 저출산·고령사회 못 막아

정부가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을 18일 공개했다. 신혼부부의 전세자금대출한도를 올리고 비혼·동거부부에 대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등 저출산의 주된 원인인 만혼·비혼 추세를 완화하는 내용을 주로 담았다. 미혼자보다는 기혼자가, 기혼자 중에서는 빨리 결혼한 사람이 아이를 많이 낳는다는 통계에 근거한 것으로 이를 통해 지난해 1.21명에 불과한 합계출산율을 2020년까지 1.5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기본계획은 수많은 대책을 포함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하고 시급한 해외인력의 국내 유치를 위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심각한 결함을 갖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세워 모두 80조원이 넘는 국민 세금을 투입했지만 합계출산율은 오히려 떨어져 아무런 정책효과를 얻지 못했다. 이는 기존 대책의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결국 내부에서 해결할 수 없다면 외부 수혈을 받아야 하며 그 방법은 적극적인 이민 정책에서 찾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 기본계획에서 내놓은 이민 정책은 '우리나라에 필요한 적정 이민자 도입 규모 및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등 총체적인 외국인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게 전부다. 이미 저출산이라는 화재가 번지고 있는데 물을 길어와 끌 생각은 하지 않고 우물을 파겠다는 게 아닌가.

독일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처럼 전통적인 이민 국가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인구유입 정책을 펼쳐 현재 유럽의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 그런 독일과 달리 우리의 이민 정책은 보잘 것이 없다. 특히 국가재정에 미치는 효과가 큰 고급인력 유치 전략은 아예 없다. 그러다 보니 현재 외국인 체류자 180만명 가운데 의사·기술자 등 고급인력은 5만명이 채 되지 않으며 나머지는 모두 비숙련 저임 노동자가 채우고 있다. 3차 기본계획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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