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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이하(U-17) 축구 대표팀이 우승후보 브라질을 쓰러뜨리는 이변을 연출하며 4강 신화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디뎠다.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칠레 코킴보의 프란시스코 산체스 루모로소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2015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1대0으로 이겼다. 장재원(현대고)이 후반 34분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승점 3을 획득, 조 선두로 나선 '리틀 태극전사'들은 21일 기니와 2차전을 치른다. 기니는 이날 잉글랜드와 1대1로 비겼다.
U-17 대표팀은 이 대회 전까지 브라질을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역대전적 1무5패. 지난달 수원컵 홈경기에서도 0대2로 졌다. 대표팀은 그러나 이번에는 초반부터 밀어붙인 끝에 역사적인 승리를 따냈다. 이승우(바르셀로나)와 유주안(매탄고)이 투톱으로 나선 가운데 김정민(금호고)과 이승우, 김진야(대건고)가 부지런히 골문을 위협했다. 상대 슈팅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장재원의 팔에 맞았지만 고의성이 없다는 판정이 나와 가슴을 쓸어내린 장면도 있었다.
해결사는 페널티킥을 내줄 뻔했던 장재원이었다. 김진야가 오른쪽을 파고들어 이상헌(현대고)에게 넘겨줬고 이상헌이 넘어지면서 가운데로 연결한 공을 장재원이 왼발로 마무리했다. 브라질은 후반 39분 한 명이 퇴장당하면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경기 후 장재원은 "제 골이 결승골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동료가 실점하지 않아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수원컵 4개국 대회에서는 이승우에게만 의존한 공격이 걱정으로 지적됐지만 이날은 전원의 유기적인 플레이가 브라질을 시종 괴롭혔다. 83분을 뛴 이승우는 특기인 드리블 돌파뿐 아니라 폭넓은 시야와 날카로운 프리킥·코너킥, 적극적인 수비 참여로 에이스 자격을 증명했다. 골 장면에서 수비수 2명을 달고 다녀 장재원에게 완벽한 기회를 열어준 것도 이승우였다. 때로 이기적인 플레이로 눈총받았던 이승우지만 이날은 이타적인 플레이로 대어를 낚는 데 단단히 한몫했다. 이승우는 "선수들 간에 믿음이 강하다. 나를 믿어주는 동료에게도 고맙다"며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남은 경기에서는 오늘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최진철 감독의 용병술도 빛났다. 후반 33분 교체 투입된 이상헌이 들어간 지 1분 만에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것이다.
이번 대회에는 24개국이 참가해 각 조 2위까지는 16강에 직행하고 조 3위 가운데 성적 상위팀도 16강에 합류한다. 한국은 1987년 캐나다 대회와 2009년 나이지리아 대회 때의 8강을 넘어 4강을 목표로 정했다. '죽음의 조' B조에 속한 한국은 21일 기니에 이어 24일에는 잉글랜드와 맞붙는다. /양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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