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난민 지원 정치인에 흉기 테… 독일 반이민 정서 고조

쾰른 시장 유력 후보 레커

선거 하루전 괴한에 피습

난민사태 후 지지율 급락

메르켈 딜레마 더 커질 듯

난민 수용에 관대한 정책을 펴고 있는 독일에서 난민 지원에 힘써온 정치인이 반(反)외국인 정서를 지닌 주민의 흉기 테러로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규모 난민 유입으로 국민들의 불안과 앙겔라 메르켈 정부에 대한 불만이 점차 고조되는 가운데 일어난 이번 사건으로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딜레마는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BBC 등 외신들은 독일 쾰른시에서 시장 선거를 하루 앞둔 이날 오전 유력 후보인 헨리에테 레커가 괴한의 흉기에 목을 찔렸다고 보도했다. 피의자로 체포된 44세 독일인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외국인 혐오 정서'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커는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의 지원을 받는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으며 쾰른시의 이민과 난민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사회통합 부서에서 근무해왔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끔찍하고 비열한 행동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며 이번 흉기 테러를 비난했다. 독일에서 정치적 동기로 폭력사건이 벌어지기는 이례적이다.

독일 4대 도시인 쾰른에서 선거 하루 전에 벌어진 반이민 테러 사건으로 난민 포용에 앞장서온 메르켈 총리는 정치적으로 한층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독일 정부는 올해 시리아나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유입되는 난민 수가 올해 80만~100만명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최근 유출된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그 숫자는 15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난민들이 대거 몰려들자 독일 내에서는 시스템 붕괴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되며 수년째 굳건했던 메르켈의 지지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난민 사태 이후 메르켈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지난 201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앞서 14일 여론조사기관 '인자(Insa)'는 독일 국민의 33%가 메르켈 총리의 사임을 원한다는 조사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유럽에서 난민에 대해 가장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던 헝가리는 17일 자정부터 중동 난민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이들의 주요 경로인 크로아티아 국경을 전격 폐쇄했다. 헝가리는 앞서 지난달에는 남부 세르비아 국경에 철책을 설치하고 난민 입국을 차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크로아티아는 난민들을 헝가리 대신 슬로베니아로 우회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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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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