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철도산업의 이익 창출 엔진

구경제 시대의 중심 기업인 유니언 퍼시픽 Union Pacific (UP)이 새로운 경제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애플 Apple과 구글 Google 수준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철도업계의 거물 UP가 수익을 극대화한 방법을 소개한다. BY SHAWN TULLY


저명한 투자자이자 버크셔 해서웨이 Berkshire Hathaway의 CEO인 워런 버핏 Warren Buffett은 2009년 철도회사 인수에 착수했다. 미국 화물열차 산업의 새로운 황금기를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버핏은 이미 주요 철도회사 여럿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한 회사를 완전히 인수하기로 했다. 결국 포트워스 Fort Worth에 본사를 둔 벌링턴 노던 산타페 Burlington Northern Santa Fe(BNSF)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버핏은 그 해 11월 260억 달러 규모의 입찰을 통해 미소유 잔여지분 77%를 인수했다.

2010년 초 마무리 된 이 계약을 통해 버크셔는 BNSF 전체를 소유하게 됐다. 대부분의 버핏 투자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BNSF는 2009년 이후 실적이 두 배 이상 증가하는 등 성공적인 실적을 보였다. 그럼에도 버핏은 출신도시 오마하 Omaha에 있는 버크셔 본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철도회사를 인수했다면 더욱 큰 성공을 거뒀을 것이다.

바로 올해 포춘 500대 기업 리스트에서 123위를 차지한 유니언 퍼시픽(UP)이다. 미국 서부 철도산업의 양대 산맥인 UP와 BNSF는 매출 면에선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버핏이 작년 버크셔 연차보고서에서 언급했듯이 BNSF 작년 실적은 크게 하락한 반면, UP는 훨씬 높은 고객만족도와 수익을 기록했다. 버핏은 그 보고서에 BNSF는 결과적으로 시장점유율을 잃었고, UP의 실적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BNSF를 앞질렀다”고 기술했다.

실제로 153년 역사를 자랑하는 UP는 BNSF뿐만 아니라 포춘 500대 기업 대다수보다 높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구경제의 거물인 UP는 기술, 제약, 금융 부문 업체 수준의 수익을 내고 있다. 2014년 매출 240억 달러에 순이익 51억 8,000만 달러를 거두며 매출대비수익률 (ROR · return-on-revenue) 21.6%를 기록했다. 이 매출대비수익률은 애플(21.6%)과 동일하고, JP모건 J.P. Morgan(21.3%), 골드만삭스 Goldman Sachs(21.1%), 인텔 Intel(20.9%), 구글(20.2%), 화이자 Pfizer(18.4%)를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비석유기업 중 UP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인 곳은 매출이 3분의 1에 불과한 목재회사 와이어하우저 Weyerhaeuser(22.9%)가 유일했다.

UP의 놀라운 수익률은 ‘철도노선계획(network planning)’ 부서가 통제하는 투자전략에 따른 결과다. ‘스마트 가이 smart guys’(많은 이들이 여성이다)라 불리는 애널리스트들이 지난 10년에 걸쳐 투자 시스템을 개발했다. 철도노선계획의 핵심은 신규 철로, 기관차, 기차역에 사용된 모든 경비 지출이 15% 이상의 수익률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실패는 결코 용납되지 않았다.

UP의 높은 수익률을 고려할 때 최근 주주수익 폭을 확대한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05년 초에서 2014년 말까지 UP의 총 주주수익률은 746%로 연 평균 23.8%에 달했다. 같은 기간 S&P지수에 포함된 철도기업 평균은 20.6%, 시장 평균은 7.7%에 불과했다. UP는 최근 UPS와 동일한 910억 달러를 기록하며 운송업계에서 가장 시가총액이 높은 기업이 되었다. 미국 3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 American Airlines, 델타 Delta, 유나이티드 콘티넨탈 United Continental을 합친 것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실적에도 최근 UP는 주요 성장 동력인 석탄과 셰일오일의 부진 탓에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2014년 크게 성장한 두 분야가 최근 갑자기 하락세를 보이면서, UP는 높은 효율성에도 타격을 입어 인력과 장비가 과도한 상태가 됐다. 새롭게 취임한 UP의 CEO는 회사를 성장 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임무를 부여 받았다. 2월 이사진은 UP에서 잔뼈가 굵은 랜스 프리츠 Lance Fritz를 잭 코랄레스키 Jack Koraleski(43) 회장의 후임으로 임명했다. 수 년간 지속된 철도산업의 호황이 앞으로 계속될지는 미지수이고, UP가 철도업계에서 가장 높은 경영성과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최근 UP의 경영을 맡은 프리츠 회장은 당면 과제를 잘 인지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항상 경쟁에서 최고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 노선의 유동성이 다소 떨어졌다”며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철도산업의 부진은 2014년의 화려한 실적과 대비돼 더 심각하게 느껴진다. 작년 강추위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공공사업용 석탄 운송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와이오밍 주의 파우더 Powder강 분지 추수량이 많아 곡물수송이 크게 늘었다. 미국 경제가 회복하면서 자동차 부품과 완제품 운송량도 급증했다. 셰일오일 생산 관련 사업 중에서는 특히 프래킹 fracking(수압파쇄)에 사용되는 모래 운송이 늘었다. 위스콘신 주의 광산에서 노스다코타 주 바켄 Bakken이나 텍사스 주 이글포드 Eagle Ford-프래킹 기법을 이용한 오일 시추활동이 이뤄지는 주요 지역이다-등으로 보내지는 모래 운송량이 2013년 대비 25% 증가하며 지난 3년 간 빠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2014년 UP의 기업 규모는 7% 성장하며 호경기 때 평균인 1.5%를 4배 이상 상회했다.

2014년 말 UP 경영진은 2015년에도 높은 실적을 기대하며 인력과 장비를 크게 늘렸다. 그러나 올해 올린 성과는 지금까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그 중 예상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인 부문은 석탄이다. 2014년 말과 2015년 초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기사용의 대부분은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바뀌었다.

동시에 유가가 급락하면서 프래킹 시추가 줄었다. 뿐만 아니라 로스앤젤레스와 롱비치 Long Beach 항구의 파업 탓에 아시아로부터의 수입 물량도 감소했다. 그 결과 1분기 UP의 화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 하락하며 6년 만에 첫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해 42% 상승한 UP의 주가 역시 올해 5월 말까지 13% 하락했다. 시장가치도 140억 달러나 축소됐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반응은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 UP를 포함해 철도산업은 곧 성장 모멘텀을 되찾을 전망이다. 다음 세 가지를 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첫째, 미국 철도시장은 동부의 CSX와 노포크 서던 Norfolk Southern, 서부의 UP와 BNSF로 양분화되어 있다(캔자스시티 서던 Kansas City Southern과 캐나다 국립철도회사 Canadian National 도 미국 내 일부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미국 철도운행에서 최고의 구간은 광활한 서부지역이다. UP는 LA-시애틀, 시카고-뉴올리언스 New Orleans 노선 등을 포함해 23개 주에 걸쳐 3만 2,000마일에 달하는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UP와 BNSF가 운영하는 서부지역 노선은 미국에서 가장 번잡한 항구들로 이어져 있으며, 장거리 노선 운행으로 자동차 부품과 화학물질 등을 운송하는 화물열차(박스카 boxcar와 탱크카 tank car)의 운임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UP와 BNSF는 경쟁 구도에 있긴 하지만, 그 정도가 치열한 상황은 아니다. FTR 교통정보 (FTR Transportation Intelligence)의 자문을 담당하는 래리 그로스 Larry Gross는 “2000년대 중반 철도기업들은 지나친 가격 경쟁이 업계 전반을 저해한다고 판단했다”며 “그들은 가격규율(price discipline)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상당히 그 규율을 잘 준수했다”고 설명했다.

가격 인상분이 물가상승률을 뛰어넘더라도, 고객들은 서비스가 개선됐고 딱히 대안도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상된 운임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과거에 가격 담합 혐의도 제기됐으나 UP 등 철도기업들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항공사 간 소리 없는 경쟁을 상기시키는 철도기업의 가격규율은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UP는 비용 상승세보다 빠른 속도로 운임을 인상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철도산업이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두 번째 이유는 UP의 매출 구조가 상당히 다각화돼 있어, 최근 석탄과 셰일오일의 부진에도 성장전망이 긍정적이란 것이다. 수년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UP의 석탄 운송량은 환경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천연가스 가격이 낮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앞으로도 계속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부터 발생한 석탄 매출 감소분은 프래킹 기법 시행으로 촉발된 셰일오일 붐이 채워왔다. 그러나 프래킹 시추가 다시 증가할지 감소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프래킹으로 인해 새로운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UP의 열차사고 한 건을 포함해 셰일오일 수송차량의 탈선 사고가 급증한 것이다. 사고차량이 운송하던 원유의 상당 부분이 송유관이 없는 새로운 시추 장소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철도운송은 필수적이다. 그 결과 철도산업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어 왔다. 그러나 업계는 2004년 이후 사고 발생률이 감소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UP 사업의 셰일오일 의존도가 상당히 낮다는 점이다. 모래, 시추관, 원유 운송량은 2014년 고점을 기록했을 때도 전체의 4.5%에 불과했다. 반면 주요 3개 부문인 화학물질, 자동차, 농업 제품은 강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12개 이상의 대형 화학기업들이 걸프만 소재 석유화학 플랜트들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이 지역 최고의 노선을 보유한 UP는 자연스럽게 이들 기업의 철도운송 대다수를 담당하고 있다. 무엇보다 장거리 운송에서 기차는 트럭보다 가격 측면에서 점점 더 우위를 보이고 있다. 화물운송의 흐름이 트럭에서 기차로 전환되고 있는 점이 향후 UP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셋째, UP는 끊임없이 효율성을 제고하고 있다. 자본집약적인 철도산업에서 효율성 증대란 인력, 기관차, 박스카 등보다 화물 운송량이 더 빠르게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UP는 설비투자에도 전혀 인색함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설비투자는 2006년 22억 달러에서 2015년 42억 달러(예정)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경쟁기업보다 투자 대비 수익이 높아 고객에 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물량이 급증하면서 UP의 신속한 운행에 차질이 생겼다. 철도의 심한 정체현상으로 기차운행 시간이 늘었고, 기차가 운행 사이 차고에서 머무는 시간도 급증했다. 출퇴근 시간의 교통체증이 종일 지속되는 현상을 떠올려 보라. 혼잡한 철도를 통해 늘어난 화물을 운송해야 하는 상황에서, UP는 3,600명의 신규 직원을 채용하고 260개 기관차를 새로 사들였다. 기차가 늘자 화물 운송량은 늘었지만 운행시간도 크게 증가했다. 예를 들어, 파우더강 분지에서 미주리 주까지 석탄을 운반하는 왕복 운행시간이 2013년 120시간에서 200시간으로 증가했다.

결국 UP는 최근 일부 직원에 대한 무급휴가를 시행하고, 운행열차 수도 축소했다. 혼잡 상황이 완화되면서 효율성의 주요 척도인 운행 속도도 개선되기 시작했다. 현재 평균 속도는 시간당 24.5마일로, 2014년보다 전반적으로 시간당 1마일 정도 빨라졌다. 그러나 2013년 평균인 시간당 26마일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UP는 앞으로 12개월 안에 2013년 평균 속도를 넘어선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속도 개선은 상당히 중요하다. 운행 속도가 시간당 1마일 빨라지면 기관차를 200대 정도 감축할 수 있다.

3명의 전임 CEO들은 수십 년에 달하는 커리어의 전부를 UP에서 보냈다. 그에 비해 신임 CEO 프리츠(52) 회장은 2000년 UP에 입사하기 전까지 다양한 제조기업에서 경력을 쌓았다. 비행기 엔지니어의 아들인 그는 필라델피아 교외에서 자라 버크넬 대학(Bucknell University)을 졸업했다. 제너럴 일렉트릭 General Electric, 복합기업 쿠퍼 인더스트리스 Cooper Industries, 핀란드 원예공구 제조기업인 피스카스 Fiskars에서 경력을 쌓은 뒤 2000년 UP의 석탄부문 경영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아들였다. 여러 기업에서 인수를 경험한 프리츠는 UP의 오랜 전통을 높이 평가하면서 “피스카스에서 1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관장하다가 UP에 와서 25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담당하게 됐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석탄 부문 수장으로서 프리츠는 시장가보다 낮게 체결된 공공사업 분야의 장기 계약을 수정했다. 또 더 높은 가격에 더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가 되었다. 이후 프리츠는 여러 직위를 거쳐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북부지역을 담당하게 됐고, 남부지역으로 옮겼다가 이후 노사관계를 책임졌다. CEO가 되기 전 4년 동안은 철도사업 전체를 총괄했다.

그는 “당면한 도전과제 중 가장 어려운 문제는 장비 및 인력 규모를 조정해 과거의 유동성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그 밖에도 사업이 크게 성장할 경우를 대비해 기차 · 기관차와 인력을 충분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6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들을 여전히 월 8일간 근무하게 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급여뿐만 아니라 기존 복지혜택을 그대로 제공하고 있다. UP는 이 제도를 통해 필요 시 신규 직원을 채용해 수 개월 간 훈련시키는 대신, 기존 무급휴가 대상 직원을 복직시키려 하고 있다. 프리츠 회장은 UP의 무급 휴가제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그는 “2009년 프로그램 시행 이후 무급휴가 대상직원의 90%가 복직했다. 시행 이전의 복직률 33% 에 비하면 크게 증가했다”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프리츠 회장의 주요 측근 중 한 명은 UP의 자본운용시스템을 설계한 최고재무책임자(CFO) 롭 나이트 Rob Knight다. 2004년 나이트가 CFO로 취임했을 때만 해도, UP는 주요 철도회사 가운데 수익성이 가장 낮았다. 당시 UP의 영업이익률은 10.6%에 불과했다. 취임 이듬해 나이트는 이를 2010년까지 25%로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그는 “그때 다들 나더러 미쳤다고 했다”며 “당시에는 ‘모든 사업은 좋은 것’이라는 의식이 팽배해 가격책정에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나이트는 UP의 사업구조나 성장률은 크게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건 경제상황에 달린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생산성(각 화물의 운임은 유지하면서 투자 개선을 통해 평균 속도, 운행거리, 운행 신뢰도 등을 향상 시키는 것)과 가격책정(운임이 비용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함)이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이것이 바로 나이트의 이윤 성장 공식이었다.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선 모든 관리자들이 신규 사업 및 자본 지출을 통해 연 수익률 15%를 달성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오마하의 UP 사옥 11층에 위치한 철도노선계획 부서에선 현재 70명의 애널리스트들이 칸막이에 둘러싸인 사무실에서 이 과정을 감독하고 있다. 이 ‘스마트 가이’들은 일벌레들이다. 상당수는 해당 부서에서 1~2년간 필드 경험을 쌓았고, 수학 능력과 철도 관련 지식도 효율적으로 적용할 줄 아는 관리자들이다. 대니 토레스 Danny Torres의 경우, 시설 및 기차역 정비 부문에서 자신의 커리어 대부분을 보낸 뒤 현재 아이오와 주의 10개 기차역을 관리하고 있다. 그는 “철로 신설이나 폐지로 수익이 얼마나 개선될 지, 다른 노선의 효율성이 증가하는지 감소하는지, 모든 요인을 고려할 때 총 수익률이 15%를 넘을 수 있을지 등을 평가하는 재정관리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이트는 이른바 ‘초록, 노랑, 빨강’이라고도 불리는 2번째 재정관리 시스템도 구축했다. 석탄, 산업재, 화학물질 등 대형 사업 부문에서, 재정 관리자들이 신규 사업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그들은 모든 신규 계약과 관련해 연료, 인력 등 사업에 필요한 모든 추가비용과 제안 운임을 온라인 시스템에 입력해 수익률을 추정한다. 추정치가 15% 이상일 경우 초록색이 켜지고, 15% 언저리면 노란색이 켜진다. 나이트는 “결과가 빨간색(15% 미만)이고 그 가격이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최적의 가격이라면 사업을 철회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고객이 차츰 돌아오기 시작했다. 2008년 UP는 목표치인 25%를 달성했다. 하지만 나이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현재 UP의 영업마진율은 36.5%로, 나이트는 2019년까지 40%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4월의 어느 늦은 아침, 카운실 블러프스 Council Bluffs 기차역에서 한 여성 차장이 기차를 이동시키고 있다. 그녀는 냉동 박스카들-오렌지, 키위 등 여러 과일을 싣고 캘리포니아에서 운송됐다-이 길게 늘어선 단선(單線) 철로 옆에 서 있다. 기차 끝에 위치한 기관차 조종 칸은 다른 칸들을 밀어서 이동시킨다. 차장의 허리춤에는 작은 배낭 크기의 노란색 컨트롤 박스가 매달려 있다. UP에선 이를 ‘빅 벨트팩 big belt pack’이라고 부른다.

차장은 하나씩 조종 칸을 분리시킨 뒤 벨트팩의 스위치를 누른다. 원격 조종으로 무인기관차를 앞으로 이동시켜 단선에서 갈라지는 18개의 철로 중 하나로 옮긴다. 또 다른 직원은 기차 칸이 올바른 철로로 정렬되도록 관리한다.

1시간에 150개의 기차 칸이 50여 개 그룹으로 분류돼 다른 칸들과 합쳐진다. 이어 미니애폴리스 Minneapolis, 디모인 Des Moines, 토피카 Topeka 등으로 기차가 이동한다.

2000년대 초반 빅 벨트팩을 도입하기 전에는 차장이 기차를 언제 앞으로 이동시킬지 기관차를 운전하는 엔지니어에게 일일이 무전기로 지시사항을 전달해야 했다. 그러나 이젠 장거리 운행( UP의 수익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에서 엔지니어가 해방됐다.

빅 벨트팩은 UP가 개발한 것으로 이젠 다른 철도기업들에게도 라이선스를 빌려주고 있다. 이는 비용을 줄이려는 UP의 여러 노력 중 하나에 불과하다. 효율성 향상으로 절감된 비용은 설비능력 강화에 활용되고 있다.

UP는 현재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는 복합화물운송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복합화물은 통상 전자기기, 의류, 기기 등 완제품을 운송하는 물결무늬가 새겨진 컨테이너나 트레일러를 말한다. 복합화물은 종종 철도를 통해 장거리 운송된 뒤 트럭으로 다시 이송된다(하나 이상의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때문에 ‘복합’화물이라 불린다).

트럭은 상대적으로 단거리인 50마일 정도를 달려 월마트 Walmart나 타깃 Target 창고 등으로 화물을 운반한다. 복합화물은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국제화물과 국내화물로 양분된다. 두 시장은 규모가 동일한 수준이며 성장전망도 모두 뛰어나다. 국제화물에선 수입 비중이 훨씬 높아, 작년과 올해 초 시애틀에서 샌디에이고에 이르는 서부해안 항구의 파업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파업으로 인한 영향은 오래 지속 될 전망이다. 향후 파업과 시장 둔화를 우려한 대형 해운회사들이 사업을 아예 동부해안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러화 강세는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다. 캘리포니아의 경제 전문가 존허싱 John Husing에 따르면, 올해 LA항의 운송량은 컨테이너 800만 개 이상으로 증가해 신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그는 “달러화 강세로 해외 의류, 가구 등이 작년보다 훨씬 더 저렴해졌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 간 복합화물의 성장을 이끈 건 국내 화물 부문이었다. 앞으로도 이 부문은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복합화물은 미국 철도기업들이 트럭과 직접 경쟁하는 분야이지만, 장거리 운송 부문에서의 승자는 늘 철도였다. 기차의 가장 큰 이점은 바로 연비다. 트럭은 디젤 1갤런으로 화물 1톤을 120마일밖에 수송할 수 없지만, 기차는 600마일을 실어 나를 수 있다.

트럭산업의 갑작스러운 인력 부족과 비용 증가는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 할 전망이다. 2013년 연방정부는 고속도로 안전 향상을 위해 트럭 운전사들의 운전시간 규제를 강화했다. 그 결과 트럭업계는 경제회복에도 불구하고 기사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작년 이후 전체 상업 트럭의 4%에 해당하는 140만 대가 운행을 중지했다.

현재 복합화물운송은 UP 매출의 20%를 차지하며, 연성장률 6%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화 강세와 트럭산업의 고충을 고려할 때 성장세는 계속 촉진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레피스 Trefis는 복합화물이 2021년에 UP의 가장 큰 수익모델로 성장해 현금 흐름의 77%인 37억 6,000만 달러를 차지할 것이라 예상했다.

성장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UP는 복합화물의 심장과도 같은 선셋루트 SunRoute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셋루트는 LA에서 엘파소 El Paso까지 이어지는 760마일에 달하는 노선이다. UP는 1996년 서던 퍼시픽과의 합병으로 선셋루트를 인수했다. 당시도 이 노선은 지금처럼 LA항과 최대 규모의 복합화물운송 목적지인 시카고를 연결하고 있었다. 그러나 월등한 BNSF의 복합화물 서비스와 직접 경쟁하는 상황이었고, BNSF의 사업 비중이 훨씬 높았다.

BNSF의 LA-시카고 노선은 2,200마일 구간의 거의 전부가 나란히 배치된 2개의 복선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반면 선셋루트는 대부분 단선구간이었다. 따라서 양 방향 운행이 불가능한 UP의 경우, 같은 철로를 사용하는 동부행 열차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서부행 열차가 측선에서 몇 시간씩 대기하는 일이 잦았다.

지난 10년 동안 UP는 10억 달러를 들여 선셋루트의 80%를 복선으로 개조해왔다. 앞으로 몇 년 내에는 노선 전체를 복선으로 바꿀 계획이다. 현재 선셋루트의 일 평균 운행편수는 55대로 2000년대 중반의 40대에서 확대된 상태다.

UP 전체 운행편의 5분의 1이 선셋루트를 이용하고 있다. 복합화물운송 매출은 여전히 BNSF가 UP를 앞지르고 있다. 하지만 UP의 시장점유율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복선 설치로 측선 크기에 구애를 받지 않게 되자, UP 복합화물의 평균 기차 칸 수도 2007년 158칸에서 현재의 170칸으로 늘어났다. UP의 운송량이 크게 증가했다는 의미다.

UP은 선셋루트의 일 평균 운행편수를 2017년까지 90대로 증편할 계획이다. 늘어나는 교통량에 대비해 뉴 멕시코 사막(엘파소 서쪽의 멕시코 국경 근처)에 기차역을 신설하기도 했다. 4억 1,500만 달러를 들인 산타 테레사 Santa Teresa역은 중서부와 시카고, 댈러스-포트워스, 걸프만 등 3대 주요 노선으로 가는 관문이다. 복합화물 운송차량은 다른 노선으로 갈라지기 전 이 곳에서 주유와 승무원 교대 등을 할 수 있다.

UP는 산타 테레사 외에도 멕시코 국경에 위치한 기차역을 통해 급성장하는 멕시코의 제조업 기반을 활용하고 있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자동차산업이다. 지난 몇 년 간 닛산 Nissan, 포드 Ford, 크라이슬러 Chrysler, BMW등 거의 모든 주요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이 멕시코에 제조시설을 설립하거나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총 공사규모는 120억 달러에 이른다. 멕시코의 자동차 생산량은 지난해 300만 대에서 2019년 470만 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UP는 멕시코 주요 철도기업인 페로멕스 Ferromex(FXE)의 지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다. FXE는 자동차를 UP 기차역으로 운송해 UP 기관차에 이송하고 있다. 현재 UP는 멕시코의 대미 자동차 수출의 3분의 2를 운송하고 있다.

UP가 멕시코에서 강세를 보이는 건 버핏에게도 결코 손해가 아니다. 그는지난 4월 연례 총회에서 찰리 멍거 Charlie Munger 버크셔 부회장과 함께 “UP의 철도노선은 BNSF보다 멕시코 시장 진출에 유리하다”고 밝힌 바 있다. 버핏은 철도회사 인수 결정에서 잘못된 선택을 했을지 몰라도 훌륭한 사업을 판별하는 데는 전문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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