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30대 그룹은 지금 'KCC'] 이중고로 주가 곤두박질 하반기엔 악재 벗어난다

최근 KCC는 2분기 실적 부진과 타사 지분 평가 손실 등으로 이중고를 겪었다. 시장에선 이르면 이번 3분기부터 KCC가 두 악재의 영향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15.13%. 지난 8월 10일 KCC의 주가 낙폭 기록이다. 이날 KCC는 거래소에 상장된 이후 일일 기준 역대 최고 낙폭 기록을 새로 쓰며 체면을 구겼다. 주식시장에서 상하한가 제한이 기존의 15%에서 30%로 상향조정된 이후 KCC 같은 대기업의 주가가 15% 이상 빠진 경우는 최근 수조 원대 대규모 부실을 공개한 조선업체 정도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KCC의 주가는 이후로도 더 빠져 8월 25일에는 52주 최저가인 34만 8,5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기록한 역사적 최고점인 74만 원 주가에서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 것이었다.

KCC의 주가가 이렇게까지 흘러내린 데에는 2분기 실적 부진과 보유 지분 가치 하락 등의 영향이 컸다. KCC는 최대 낙폭 기록을 세운 전 거래일인 8월 7일에 올해 2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2분기가 KCC의 주력 사업인 도료(塗料)와 건자재(建資材)부문의 계절적 성수기였던 데다가 도료 사업 부문의 원자재 값 하락이 예상돼 시장에서는 KCC가 호실적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KCC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부진한 성적표를 공개하면서 시장에 실망을 안겼다. 2분기 실적 공개가 장 마감 후에 이뤄진 데다가 8월 7일이 금요일이었던 탓에 이번 악재는 3일 후인 8월 10일 월요일장에서 반영되었다.


2분기 실적 부진의 원인은?
KCC는 지난 2분기에 8,579억 원의 매출과 826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8%, 14.8% 줄어든 수치였다. KCC가 2분기에 시장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기록한 데에는 KCC 전체 매출에서 거의 절반(49.9%)을 차지하는 도료 사업 부문에서의 실적 악화가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도료 사업 부문은 KCC 전체 사업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사업 부문이기도 하다.

당초 시장에선 원유 가격 하락으로 인한 도료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KCC의 영업이익이 대폭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제품 생산 원가가 낮아져 같은 양을 팔더라도 상대적으로 이익이 더 많이 남기 때문이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10월 초부터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통상 국제유가 하락분이 석유화학 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시점이 4개월 정도 늦어 KCC는 올해 2분기부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지난 2분기에 대형 악재가 겹치면서 원가 절감분을 다 잡아먹고도 모자라 전체 영업이익까지 깎아 먹고 말았다. KCC는 지난 2분기 도료 사업 부문에서 3,736억원 매출에 394억 원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대비 5.7%, 27.0% 줄어든 수치였다. 도료 사업 부문 영업이익률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0%p나 하락해 10.6%를 기록했다. 주된 도료 판매처인 조선 및 자동차 업계의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전체 도료 판매량이 8.5% 급감했고, 이들 업체의 수요 부진에 도료 판매가까지 덩달아 하락해 영업이익률에까지 악영향을 미쳤다.

지급수수료 비용 증가도 2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KCC는 지난 2분기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컨설팅, 수수료 등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2분기 지급수수료가 전년도 92억 원에서 올해 270억 원으로 크게 뛰었다. KCC는 전략적인 지분 매매가 잦아 연간 지출 비용에서 지급수수료로 나가는 비중이 꽤 높은 편에 속하는 기업이다.


보유 지분 가치 하락도 원인
하지만 2분기 실적 부진만으로 최근의 과도한 주가 하락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현재 40만 원대 초반에서 거래되고 있는 KCC의 주가순자산비율(PBR·Price Book-value Ratio)은 0.66배로 주가 할인 폭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1998년 금융위기 당시와 엇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매출 및 영업이익 하락폭도 3.8%, 14.8%로 어닝쇼크 수준은 아니었다.

시장에선 부진한 2분기 실적 외에도 보유 지분 가치 하락을 KCC 주가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최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실적 발표 이후 한 달 동안 KCC의 주가 하락 폭이 22%에 이르렀습니다. 같은 기간 시장 하락폭 6%에 비해 16%p나 초과 하락한 수치죠. 이는 2분기 실적 부진 외에도 현대중공업이나 삼성물산 등 최근 취득한 유가증권 가격 하락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현대중공업과 삼성물산의 부진한 주가 흐름이 KCC 실적 발표 시기와 겹쳐 지분 가치 하락 악재가 과도하게 반영된 것 같습니다.”

KCC는 그동안 성공적인 재무적 투자 기업으로 이름이 높았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취득한 현대중공업과 삼성물산 주식에선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KCC는 현대중공업 주식 243만 9,000주를 3,000억 원에 추가로 취득했다. 주당 12만 3,000원 가격에 산 셈이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231만 3,000주를 더해 KCC가 보유한 현대중공업 주식은 475만 2,000주로 늘어났다. 이는 현대중공업 전체 지분의 6.25%에 달하는 양으로, KCC는 현대중공업의 선박 도료 공급 가격 협상에서 좀 더 목소리를 키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최근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대규모 부실 공개로 이미 지난해 먼저 매를 맞았던 현대중공업의 주가까지 추가로 영향을 받으면서 KCC가 보유 중인 현대중공업 주식 평가액도 크게 줄어들었다. 8월 10일 KCC의 주가 급락 당시 현대중공업의 주식 가격은 9만 3,500원이었다. 지분 매입 이후 불과 9개월 만에 주당 3만 원 정도의 손해를 본 셈이었다.

올해 6월 삼성물산의 백기사를 자처하며 사들였던 삼성물산 주식도 애물단지가 됐다. 주당 7만 5,000원으로 899만여 주를 사들여 당시 6,743억 원의 시장가치를 인정받았던 삼성물산 주식은 8월 10일 5만 1,300원으로 떨어져 시장가치가 4,612억 원으로 쪼그라든 모습을 보였다. 3개월여 동안 삼성물산 주식에서만 2,131억 원의 손실이 난 셈이었다. KCC는 이보다 전인 지난 5월에도 280억 원 규모의 삼성물산 주식을 매입한 바 있다.



하반기엔 악재 털 수 있을까?
시장은 지금 KCC에게 불어닥친 ‘ 업황 악화로 인한 실적 부진’ 과 ‘ 지분 투자 평가 손실’ 악재의 영향이 하반기에 들어선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적과 관련해선 전방산업의 도료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조선용 도료 사업 부문에선 일부 수익성 개선이 진행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지난해 가장 큰 우려를 낳았던 조선용 도료 사업 부문이 최근 바닥을 확인하고 다시 올라오고 있는 모습입니다. 올해 조선용 도료 평균판매가격(ASP·Average Selling Price) 하락률이 2.0%에 그쳐 2013년 -4.8%, 2014년 -2.6%에 비해 크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거든요. 원유 가격 하락으로 인한 원가 절감 효과와 ASP 하락률 감소로 조선용 도료 부문에서 이익 증가가 예상됩니다.”

향후 건설 부문에서 입주 물량이 늘면, KCC의 건설 도료 사업 부문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입주 물량 증가는 KCC의 건자재 사업 부문에서도 호재로 통한다. 박형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조선 및 자동차 도료 부문은 여전히 어렵겠지만, 건설 도료 부문에선 향후 입주 물량 증가로 수익성이 빠르게 올라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입주 물량 증가는 도료 사업 부문 외에 건자재 사업 부문의 실적에도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2013년에서 2015년까지 연도별 분양 물량은 각각 28만 호, 33만 호, 43만 호로 파악되는데, 그 물량의 입주 시기가 올해부터 2017년까지 순차적으로 도래한다고 가정하면, 2017년 B2B 창호 시장은 올해 대비 5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타사 지분 보유 평가 손실 이슈는 악재로서의 생명이 다했다고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박형렬 연구원은 덧붙인다. “상반기 주가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보유 지분 가치 하락 이슈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모습입니다. 단기적으로 추가적인 지분 변동 가능성이 낮은 만큼 타사 지분 보유 평가 손실 이슈는 일단락된 것으로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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