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구조대원 트레이너
알페르 보츠쿠르트 / 36세
2009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의 전기공학자 알페르 보츠쿠르트 박사는 전자기기를 부착해 인위적으로 조종할 수 있는 사이보그 바퀴벌레를 연구하고 있었다. 이들을 사람이 가기 힘든 장소의 구조·탐색 임무에 투입하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애니메이션 영화 ‘업’을 보고 한 가지 영감을 얻었다.
“영화 속 말하는 개를 보면서 제 연구를 바퀴벌레가 아닌 강아지에게 적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개는 오랜 기간 구조 임무에 활용돼 왔지만 재해지역에서는 운용에 제한을 받는다. 수색탐지견은 핸들러의 시각적, 청각적 지시에 의존해 움직이는 만큼 잔해물로 인해 핸들러가 원활히 이동하지 못하면 개의 수 색범위도 줄 어들 수밖에 없는 것.
이에 보츠쿠르트 박사팀은 거리 문제를 해결할 이종간 통신시스템을 개발했다. 조끼 형태의 이 시스템을 수색탐지견에게 착용시키면 거리에 상관없이 핸들러와 상호작용하며 인명을 구조할 수 있다. “조끼에는 개의 생체징후와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가 들어 있어요. 때문에 개가 뭔가를 발견했을 때 취하는 자세를 감지, 핸들러에게 그 사실을 알려줍니다. 핸들러 역시 조끼의 스피커와 진동모터를 활용, 개에게 명령을 전달할 수 있죠.”
차량 간 통신 네트워커
바스카 크리슈나매커리 / 38세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의 네트워크 엔지니어인 바스카 크리슈나매커리 박사는 원래 자동차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2002년 11월 LA의 한 고속도로에서 짙은 안개 때문에 발생한 194중 연쇄 추돌사고 소식을 접하고 고민에 빠졌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이 같은 사고를 막으려면 차량 상호간의 통신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크리슈나매커리 박사는 2007년부터 GM과 협력해 차량 간 통신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저는 미래의 자동차들이 두 가지 언어를 구사했으면 합니다. 지금처럼 이동통신 기지국과의 통신에 더해 디지털 단거리 무선신호를 이용해 차량 간 통신까지 가능해지는 세상을 꿈 꿉니다.”
이런 세상에선 운전자가 급제동을 할 경우 1밀리초(㎳) 내에 주변 반 블록 이내의 모든 차량에게 경보가 전달된다. 또한 이 시스템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처럼 많은 차량에게 전달돼야 하는 데이터의 릴레이 전송에도 쓰일 수 있다. 한 차량이 이동통신 네트워크로 데이터를 다운 받은 뒤 인근 차량에 전달하는 식으로 말이다. 소규모이기는 해도 크리슈나매커리 박사팀은 이미 이 시스템을 실제 차량에 접목해 효용성을 확인했다. 작년에는 대규모 적용에 앞서 중국 베이징에서 운용 중인 택시 600여대의 GPS 데이터를 활용해 시스템을 시뮬레이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미 교통부도 차량 간 통신의 필요성을 인식, 관련기기를
신차에 필수 채용하는 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레고 블록형 인체조직 디자이너
제브 가트너 / 38세
대학원에서 화학을 전공하던 제브 가트너는 한 생물학 강의를 계기로 화학 생물학자가 됐다. “조직세포들의 물리적 배열에 따라 각 세포의 행동방식이 바뀐다는 걸 알았어요. 심지어 악성종양이 될 수도 있더군요. 제게는 정말 매혹적인 사실이었어요.”
현재 캘리포니아대학 샌프란시스코캠퍼스의 교수가 된 그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인체 조직을 만든다. 조직의 구조가 왜 건강에 중요한지 알아내는 게 궁극적 목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조직 세포의 성장방식을 실제 인체 내에서와 동일하게 재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래야만 유의미한 결과 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연구자들이 기존에 이용했던 조직 성장 방식은 대부분 정밀하지 못하다. 때문에 모든 부분에서 실제와 조금씩 다른 샘플을 얻는 수준이었다. 이에 가트너 교수는 한 층 정밀한 전략을 세웠다. 조직 세포들을 끈끈한 DNA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DNA가 세포막 속으로 들어가는데, 이런 연결 DNA들은 서로 염기서열을 보완해줄 수 있는 DNA에만 달라붙습니다. 바로 이 연결에 변화를 가해 마치 레고 블록을 쌓듯 정확한 구조로 조직을 층층이 쌓을 수 있어요.”
지금껏 연구팀은 이 기술을 통해 조직세포의 특정 배열 상태를 재현한 조직 표본 수천 개를 만들어냈다. 덕분에 가트너 교수팀은 완벽히 동일한 두 개의 조직에 서로 다른 치료법을 적용, 그 효과를 비교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예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것이었다. 연구팀은 현재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이될 때 세포 간 결합방식도 달라진다는 가설을 세운 상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두 종류의 세포로 이뤄진 유방 조직을 제작, 세포들의 상호작용을 연구 중이다.
“세포의 결합 방식을 이해하면 무엇이 조직을 붕괴시키고, 어떻게 암세포의 전이가 이뤄지는지도 이해할 수 있어요. 암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시각이 생기는 겁니다.”
메뚜기 수비대
아리안 시즈 / 33세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의 생물학자 아리안 시즈 박사는 2005년 세네갈로 자원봉사를 떠났다. 당시 그녀가 머물렀던 시골 마을은 온통 메뚜기로 뒤덮여 있었다. 그 메뚜기 떼의 습격으로 주민들은 1년치 농사를 망쳤고, 먹을 식량조차 거덜 난 상태였다.
“메뚜기 떼의 창궐로 세계 곳곳에서 수십억 달러의 작물 손실이 발생하지만 살충제는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세네갈을 떠나며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시즈 박사는 생물학자와 경제학자, 지리학자가 포함된 연구 네트워크를 꾸려 평범한 메뚜기를 무시무시한 폭도로 돌변시키는 요인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후 메뚜기의 대사작용에서 가축시장을 규제하는 국제협정에 이르기까지 예상 가능한 모든 원인들을 분석하던 중 중국에서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과(過)방목된 땅은 토양과 잔디 속 질소 함량이 낮아지는데, 그것이 메뚜기 떼 창궐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었죠. 메뚜기는 질소가 적은 먹이를 선호하니까요. 그리고 곤충이 군집을 이루면 행동 양상이 완전히 바뀔 수 있습니다.”
추가 연구 결과, 방목되는 가축의 수를 줄이면 메뚜기 창궐을 막을 수 있었다. 양의 경우 1헥타르(㏊)당 9마리에서 6마리로 줄이면 됐다. 시즈 박사는 현재 세네갈과 중국, 호주의 정부기구와 협력해 메뚜기 떼의 발생을 막을 실제적 방안을 연구 중이다. 과방목을 하지 않는 농부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외계행성 위성 수색대
데이비드 키핑 / 31세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천체 물리학자인 데이비드 키핑 박사는 대학원 시절 히말라야 산맥 등반 중 태양계 밖 행성을 찾는 방식, 즉 행성이 항성을 지나칠 때 나타나는 항성의 밝기 변화를 탐지하는 방식을 떠올렸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죠. 만일 그 행성에 위성이 있다면 행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바로 이 답을 얻으려는 그의 노력에 힘입어 외계행성의 위성을 찾는 새로운 학문 영역이 탄생했다. 현재 그는 동료들과 함께 미 항공우주국(NASA)의 케플러 우주망원경에서 얻은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 새 외계행성 후보가 발견되면 그 행성이 위성을 보유했을 때 어떤 공전궤도를 가질지에 대한 수학적 모델을 만든다. 그리고 그 결과를 실제 행성의 궤도와 비교한다.
키핑 박사에 따르면 이 수학모델의 정확도는 생명체가 살 수 있을 만큼 따뜻하고 대기가 있을 만큼 충분히 큰 위성의 존재를 밝혀낼 수 있다. “지구와 유사한 환경의 행성은 극히 적습니다. 우주에는 지구를 닮은 행성보다 지구를 닮은 위성이 더 많을지도 몰라요. 행성에 살고 있는 우리가 예외적인 사례고, 우주 속 대다수 생명체는 위성에 살고 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합니다.”
아직 연구팀은 외계 행성의 위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껏 케플러 망원경이 찾은 60개 행성에 위성이 없음을 확인했다. 내년에는 300개의 행성을 더 조사할 계획이다. 만일 이중 한 곳에서라도 위성이 발견될 경우 위성과 행성의 기원에 관한 중요한 의문들이 풀릴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태양계 밖 외계생명체 탐사에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것이다.
과방목 (過放牧, over grazing)
땅의 목초 생산량에 비해 과도한 가축을 방목해 키우는 행위. 초지의 재 생산성이 악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