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과학적 묘 사에 관한 책을 쓴 조지아텍 T. 휴 크로포드 박사는 이런 세태에 대해 우리가 ‘계산 가능성’에 매료돼 있기 때문이라 풀이한다. 쉽게 말해 호킹이나 튜링 같은 과학자는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영웅으로서 훌륭한 소재라는 얘기다.
“덧붙여 영화 속 실존 과학자들은 대개 혼자서 연구하는 타입이 많습니다. 할리우드는 그런 고독한 늑대 이야기를 좋아하죠.”
고독한 영웅에 대한 선호는 분명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젠 과학자도 그런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영화학자 조지 프레더릭 쿠스텐에 의하면 1927년부터 1960년 사이에 개봉한 291편의 전기 영화 중 과학을 소재로 한 작품은 단 6%뿐이었다. 그 가운데 거의 절반은 의사와 간호사 같은 의료인들이었고, 나머지 중 대다수는 알렉산더 그레이엄벨이나 토머스 에디슨 같은 발명가, 또는 루이파스퇴르나 마리 퀴리 같은 실험실 연구자였다. 과학자라기보다는 위인에 가까운 인물이었다는 뜻이다.
또한 과거의 과학 전기 영화는 인물이 연구과정에서 겪은 힘겨운 상황 묘사에 주력했다. 반면 최근에는 실제 모습보다 해당 과학자가 혁신적 연구업적을 이뤄낸 순간들을 다룬다. “물론 그 과정에서 극적 효과를 위한 허구도 들어가기는 합니다. 또 영화 속 모든 과학자는 사랑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도 공통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