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3D 프린팅 슈퍼카




2010년 신생 전기자동차 메이커 코다자동차의 공동설립자 게빈 징거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고백했다. 자동차의 친환경성을 높인다는 신념으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상용 모델 출시 후 현재 자신이 보유한 기술로 회사의 규모를 키울 경우 오히려 지구 환경을 해치게 됨을 깨달았다는 것.

사실 자동차의 생애주기는 더럽기 그지없다. 예컨대 자동차에 의해 배출되는 공해물질 대부분은 주행 중이 아니라 자동차 자체와 그 연료, 즉 화석연료나 전기에너지의 생산과정에서 나온다. 전기차, 특히 대형 배터리시스템을 탑재한 모델 역시 제작과정에서 큰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주행 중 공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징거는 자동차 생산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한다는 목표 아래 코다를 나와 다이버전트 마이크로팩토리를 창업했다. 그리고 올 6월 야심작 ‘블레이드(Blade)’를 세상에 공개했다. 3D프린터로 인쇄한 부품들을 레고 블록처럼 조립해 차대(chassis)를 만든 세계 최초의 3D프린팅 슈퍼카였다.


이 회사는 사명에서 느껴지듯 소량생산 자동차 제조업자들을 위한 DIY 플랫폼을 지향한다. 기존 자동차 제조공장의 경우 설립까지 10억 달러 수준의 막대한 돈이 필요한 반면 약 400만 달러의 자본과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다이버전트를 통해 자동차 제조를 위한 도구와 노하우를 획득, 연산 최대 1만대 규모의 소규모 공장(마이크로팩토리)을 설립·운영할 수 있다. 3D프린팅한 초경량 차대를 활용, 차량 생산에 투입되는 원자재와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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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마이크로팩토리의 우수성 입증을 위해 징거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토런스 지역에 2인승 블레이드의 생산공장을 세웠다. 이 녀석은 단 2.5초면 시속 96㎞로 가속된다.

중량은 테슬라모터스 ‘모델 S’의 3분의 1수준인 630㎏에 불과하다. 게다가 차량의 설계에서 완제품 출고까지 7개월이면 족하다. 3D프린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부품 제작을 위한 금형주조 공정이나 고가의 공구를 이용한 부품가공, 부품 인도 지연 등에서 자유로운 덕분이다.
1.프레임 | 케빈 징거 CEO는 3D 프린터로 ‘노드(node)’라 불리는 알루미늄 커넥터 69개를 인쇄, 고강도 탄소섬유 튜브들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블레이드의 차대를 제작했다. 이 노드와 탄소섬유 튜브, 에폭시 수지만 있으면 두 사람이 단 30분 내에 차대를 완성할 수 있다. 또한 그렇게 만들어진 프레임의 중량은 일반 전기차 프레임의 10~20% 수준인 45㎏을 조금 웃돈다.
2. 차체 | 우주항공 분야에 쓰이는 고성능 탄소섬유를 절단 가공해 차체를 제작했다. 덕분에 금속 패널을 압축 성형하는 일반적 방식보다 시간과 에너지 투입량을 대폭 줄였다. 탄소섬유 대신 케블라나 스판덱스 섬유를 사용할 경우 차체 중량의 추가 감소를 꾀하면서 제작비도 1,000달러 이내로 낮출 수 있다고 한다.
3. 엔진 | 블레이드에는 휘발유와 압축천연가스(CNG)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에보(Evo)’ 엔진이 탑재돼 있다. 4기통 700마력급으로 소형에 속하지만 차량 중량이 워낙 가벼워 슈퍼카 수준의 성능을 발휘한다. 공해물질 배출 없이 말이다. 징거 CEO는 블레이드의 탄소 발자 국이 테슬라 ‘모델 S’의 절반 이하일 것으로 추측한다.
SPECS 엔진 2.4ℓ 4실린더 에보(Evo) | 출력 700마력 | 0-96㎞ 2.5초 | 중량 630㎏ | 연료 휘발유/CNG

━━━━━━━━━━━━━━━━━━━━━━━━━━━━━━━━━━━━━━━━━━━━━━━BY Andrew Rosenblum

양철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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