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한국 학생들, 자신감 갖고 장점 어필하라

■ 할리우드 애니메이터 성지연씨

관련 프로그램 다루는 능력보다 안목 키운 후 경쟁력 강조해야

애니메이션 산업 리스크 커… 한국, 리서치 등 철저한 기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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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서 일하는 한국인 스태프나 애니메이터는 분명히 많아지고 있어요. 일하고 싶어 하는 학생도 굉장히 많은 것으로 아는데 그 친구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뚜렷한 주장을 하라는 거예요. 뛰어난 실력을 가진 친구들이 인터뷰를 잘 못해 채용되지 않는 것만큼 안타까운 경우는 없죠. '뽑아만 주시면 뭐든 할 수 있어요'라는 식의 태도보다는 '나는 이런 분야에서 실력이 있으니 이런 일을 하고 싶다'고 정확하게 얘기할 필요가 있어요."

미국의 대형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블루하우스스튜디오에서 12년째 일하고 있는 성지연(37)씨는 16일 한국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찰스 슐츠의 원작 만화 '더 피너츠'의 탄생 65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애니메이션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의 홍보차 스티브 마티노 감독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눈이 약간 처지고 얼굴이 하얀 편이라 별명이 '성누피'였다는 그는 '스누피' 제작을 블루스카이스튜디오에서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좋아 자기도 모르게 환호했다고 했다. 그는 '스누피'에 총괄 조명감독(라이팅 슈퍼바이저)으로 이름을 올렸다. 조명 작업은 애니메이션에 빛과 색을 입혀 한 장면을 완성하는 마무리 단계로 이를 통해 애니메이션이 좀 더 아름답고 자연스럽게 바뀌기도 하고 작품의 전체적인 톤도 결정된다. "이를테면 50명의 조명감독이 작업한 하얀 스누피를 모두 모아보면 느낌이 50가지로 모두 다르기 마련인데 그것을 조율하는 게 나의 일"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대학을 졸업하고 현지 대형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취업에 성공한 성씨는 관련 공부를 하는 한국 학생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다. 실제로 취업에 관해 많은 질문을 받는다는 그는 "기술 향상보다는 안목을 키우는 데 좀 더 노력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보통 학생들은 자신의 실력을 보완하기 위해 어떤 프로그램 배울까요, 어떤 기술이 적용됐나요, 같은 질문을 많이 해요. 그런데 직원이 600명, 1,000명씩 있는 회사에서 볼 때 그런 기술에 실력이 있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거든요. 실제로 더 중요한 것은 그림자가 어떻게 지고 색감이 어떻게 표현될 때 더 자연스럽고 따뜻한 느낌을 줄 수 있는지 아는 안목을 가지는 거죠."

그는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애니메이션은 실사 영화보다 예산이 크고 제작 기간도 길어 위험이 큽니다. 미국의 경우 그래서 리서치도 정말 많이 하는 등 기획이 철저한데 한국의 경우 그 부분에서 다소 부족한 듯해요. '스누피'만 해도 지난 2005년 테스트 시퀀스를 만들었고 약 10년 만에 스크린으로 태어난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는 오는 12월 국내 개봉할 예정이다. 마티노 감독은 "원작의 펜 라인까지 최대한 살린 애니메이션으로 '피너츠'를 사랑하는 세계의 팬들은 물론 이 만화를 잘 모르는 요즘 세대들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피너츠'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진제공=이십세기폭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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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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