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경쟁이 시작됐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의 특허가 만료되자 국내 제약업체들이 제네릭(복제약) 제품 생산에 뛰어들고 있다. 종근당, 한미약품, SK케미칼 등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종근당 ‘센돔’이 강자로 떠오르고있다.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의 특허가 지난 9월 3일 만료됐다. 글로벌 제약업체 릴리가 만든 시알리스는 지난 2003년 국내 출시 이후 12년간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지난해 국내에서 매출액 257억 원을 올린 대형 품목이다. 시알리스의 주성분인 타다라필은 약효 지속시간이 36시간 정도로 경쟁 성분들에 비해 강한 지속력을 갖고 있다. 성관계를 갖기 30분 전부터 복용이 가능하고 내약성이 좋다(부작용 발생 빈도가 적고, 발현된다 해도 정도가 약함)는 장점이있다.
시알리스의 특허가 끝나자 국내 제약업체들은 시알리스 제네릭(복제약)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규모는 1,0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반면 국내에서 불법 유통되는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4,000억 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오히려 음성적인 시장이 훨씬 더 큰 셈이다. 제네릭은 오리지널 약품과 비교해 성분과 효능은 같으면서도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 값싼 데다 식약처 승인을 받아 안전성까지 보장된 제네릭 제품이 나오면 블랙마켓 수요도 흡수할 수 있다.
이미 국내 60개 제약업체에서 160여개 시알리스 제네릭 제품을 내놨다. 제약업계에서는 출시된 제네릭 중 3~4개 제품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종근당을 비롯해 한미약품, 유한양행, SK케미칼, 광동제약 등은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중 종근당이 눈에 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종근당이 만든 시알리스 제네릭 제품 ‘센돔’은 9월 출시 이후 3주간 누적 처방 건수가 1,613건으로, 오리지널 약인 시알리스의 1,305건보다 앞서며 1위 자리에 올랐다. 처방량 역시 2만3,544정으로 시알리스의 1만9,264정보다 많아 1위를 차지했다.
종근당이 만든 ‘센돔’은 영어의 ‘센트럴(Central)’과 스위스의 가장 높은 산 이름인 ‘돔’의 첫 음절을 결합한 이름이다. 지배를 뜻하는 ‘도미니언(Dominion)’ 또는 반구형으로 솟아오른 건축물의 지붕 ‘돔(Dome)’의 의미도 있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가장 최상위를 점령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종근당은 ‘센돔’을 정제뿐만 아니라 구강 용해필름 제형으로도 판매할 예정이다. 구강 용해필름은 타액으로 빠르게 용해되는 특성이 있어 물 없이도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고 휴대가 쉬운 장점이 있다. 또한 매일 한 알씩 복용이 가능한 5mg과 필요에 따라 복용하는 10mg·20mg 등 여러 함량의 제품을 출시해 복약순응도(약을 제때 올바른 방법으로 잘 챙겨 먹는 것)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종근당은 제품명 ‘센돔’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에 걸맞게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센 놈’이 될 수 있도록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SK케미칼과 광동제약은 구강 용해 필름형으로 승부를 걸었고, 유한양행과 대웅제약은 필름형과 함께 알약도 구비했다. 한미약품은 물 없이 씹어서 삼킬 수 있는 제품을 마련했고 안국약품은 물 없이 분말로 복용할 수 있는 약을 판매한다.
지난 2012년 비아그라의 특허만료로 제네릭 시장이 열리자 제네릭이 오리지널 제품을 격전 끝에 압도했다. 국내 제약업체들은 이번에도 시알리스 제네릭 제품이 오리지널 제품을 누르고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을 크게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