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파 역사학자 이덕일씨가 이번에는 이 독살을 주제로 한 또하나의 대중역사물인 「누가 왕을 죽였는가」(푸른역사 펴냄)를 냈다.저자는 이 책에서 특히 고종 독살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고종의 해외망명 시도가 결정적으로 독살을 불러왔다는 것. 즉 독립운동가인 이회영과 민영달 등은 고종을 북경으로 망명시키기로 하고 그가 거처할 행궁 구입자금 5만원도 확보했으며 고종 또한 이를 알고 망명에 결심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망명계획을 감지한 조선총독부와 친일파는 고종이 망명정부를 세웠을경우 국내외에 몰고올 파장을 우려해 이왕직 장시국작 겸 남작인 한창수와 시종관 한상관 2명을 시켜 고종을 독살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밖에 격렬한 당쟁의 와중에서 왕후가 준 독약 탄 다과를 먹고 세상을 떠났다는 인종(12대), 숨지기 직전 찹살떡을 먹었다는 선조(14대),아버지 인조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소현세자, 북벌의 한을 품고간 효종(17대). 왕이 승하했는데 그 어머니가 상복을 얼마동안 입어냐 하느냐 하는 이른바 「예송논쟁」의 와중에서 석연찮게 세상을 떠난 현종(18대), 조선왕조 최후의 개혁군주 정조(22대)등이 모두 독살설에 시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