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화호 고디언 매듭/조정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로터리)

시화호 문제가 신문에 회자될때 나는 가끔 유럽의 고사에 나오는 「고디언 매듭」(Gordian Knot)을 떠올린다. 이 매듭은 너무나 얽혀 있어서 아무도 풀지 못했으나 「알렉산더대왕」이 칼로 끊어버림으로써 풀었다는 고사로 매우 풀기 어려운 문제에 흔히 인용된다.현재 시화호의 경우 방제둑은 튼튼히 막아 놓았는데 상류에서 오폐수가 계속 흘러들어오니 썩을 수밖에 없다. 시화호는 개발연대에 농업용 대규모 간척의 일환으로 담수호를 막아서 농업용수로 사용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이 담수호가 이처럼 썩어들어가서야 농업용수로 활용할 수 없으니 우리사회의 「고디언 매듭」이 되었고 이에따라 「알렉산더대왕」같은 위대한 해결사가 필요한 처지다. 그렇다고 「고디언 매듭」이 시사하듯 둑을 폭파해서 일거에 해결할 수도 없다. 그렇게 되면 시화호 상류에 조성된 공단과 주거지가 바닷물속에 잠기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해결책이 없는 것일까. 사화호의 물을 깨끗이 하기 위해서는 유입되는 오폐수를 철저히 처리하고, 그러고도 유입되는 잔여오염수는 일정수준으로 계속 바다로 흘러 들어가게 하여 해양의 자정력에 의해서 정화되게 하는 길밖에 없다. 그러자면 일정량의 방류를 전제로 하고 항만으로 이용하는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항만개발단계에서 시화호 밑에 쌓여 있는 퇴적물이 제거되고 가동단계에서 물의 흐름을 허용하면서 선박이 운행됨으로써 오폐수의 퇴적도 줄일 수 있다. 시화호를 항만으로 용도전환하게 되면 그 입지가 공장이 밀집해 있는 남부 경기도에 근접해 있고 현재 수도권에 신규항만이 필요한데다 항만입지로는 적지라 할 수 있어 일거다득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고디언 매듭」의 해결책은 이 길외에는 달리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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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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