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홍콩, 추억의 관광지 명성 “시들”(해외 통신원)

◎택시기사 불친절… 기초질서 흔들/숙박료 비싸 주요호텔 “개점휴업”/관광객 썰물… 당국 고비용구조개선 나서홍콩 관광산업에 빨간 불이 켜졌다. 오래전부터 홍콩에서는 호텔숙박료가 매우 비싸고 물건값도 전과 다르며 택시기사가 불친절하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사실일 경우 외국 관광객들의 불평이 증폭됐을 것으로 짐작되나 물증이 없었다. 때문에 현지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며 우물쭈물 넘기곤 했다. 지난 7월1일 주권이양후 9월말 홍콩에서 처음 열린 국제행사인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례총회에 참석한 이붕 중국총리가 기자회견에서 최근 홍콩을 찾는 외국관광객 감소에 우려를 표명할 때는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동건화 행정장관의 일본방문을 앞두고 일본인에 대한 홍콩 호텔의 차별대우문제가 일본언론을 통해 불거졌을때 헛소문이 아니었음이 밝혀졌다. 행정장관의 조사지시와 호텔업계의 자체조사 결과 무자격 여행알선업체들의 농간 때문으로 즉각 설명됐으나 홍콩관광산업에 문제가 있음은 드러난 셈이다. 동 행정장관은 지난 8일 첫 시정연설에서 『홍콩의 관광산업은 노동력의 12%를 고용하고 국내총생산(GDP)의 8%를 차지하며 홍콩의 주요 외화획득원으로서 연간 1천40억홍콩달러(1백35억달러)이상을 벌어들인다』며 최근 외국관광객이 줄어 이 산업의 장래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시인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가 각종 비용 상승과 주변국들과의 경쟁심화 때문이라며 『홍콩의 매력을 유지하기위해 관광산업 각 부분이 비용구조와 사업관행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동장관은 대책으로 관광 및 놀이시설 확충에 투자를 늘리고 홍콩 엑스포, 필름시티, 테마공원, 대양터미널 건설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 5년간 홍콩에서 열릴 50여개 국제 이벤트 지원에 쓰일 「국제이벤트기금」조성용으로 1억홍콩달러(1백25억원)를 관광협회에 융자하며 중국 남부지역의 관문으로서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내 관광당국과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홍콩자체 관광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하기위해 정부 협회 및 각 관련분야로 구성된 특별팀은 이미 가동되고 있다. 4개월전 금세기의 이벤트로서 홍콩주권 이양행사가 진행될 동안 관광부문은 금융, 무역, 운송, 정보와 함께 5대 핵심분야중 하나로 꼽혔다. 물론 연간 1천1백만명 이상의 외국관광객들이 찾는 곳이어서 성수기와 비수기의 호텔숙박료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주권이양행사 그리고 그후 열린 IMF-세계은행 연례총회때 주요 호텔에는 공실이 적지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도 물건값이 싸다고 쇼핑만을 목적으로 홍콩에 나서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우리보다 2배이상 높은 국민소득 수준에 따른 높은 인건비와 비싼 부동산가격에 따른 높은 임대료로 인해 일부 세계 최고급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상품값이 결코 싸다고 볼 수 없다. 홍콩은 서양의 공리주의와 동양의 유교사상 그리고 중국의 배금주의를 바탕으로 한 시민들의 의식이 중국어와 영어를 기초로 하여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런데 최근 택시기사조차 영어사용을 거부하고 광동어사용을 고집하는 듯한 불친절이 나타나고있고, 시민들에 의해 기초질서가 깨지는 듯한 분위기가 있는 것같다. 지난 14일부터 4일간 우리도 한국관을 개설, 참가한 「97 홍콩전자전」에는 외국기업 관계자와 외국바이어가 무려 2만5천명에 달했다. 한국관을 방문했던 외국바이어들이 홍콩에 이어 16일부터 개최되는 대만전자전을 방문하고 귀국한다는 얘기를 듣고 오는 25일로 예정된 서울의 「97년 한국전자전」에는 택일실수 탓으로 외국바이어가 많지 않을 것같아 유감스러웠다. 참가업체 관계자와 바이어들의 체류기간이 같지는 않지만 이들 모두 평균 3일이상 체류하는 관광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관광객유치에 차질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관광에 관한 한 아시아에서 둘째라면 서러워할 홍콩의 변화를 보면서 우리의 외국관광객 유치전략은 제대로 세워져 있으며 국민 모두가 관광요원이라는 의식은 있는지 자문해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겠다.<조영복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홍콩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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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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