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FORTUNE KOREA 500] 선정 작업을 마치며


남익현 서울대 경영대학장 · 경영전문대학원장
포춘코리아 500은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국내의 모든 주식회사의 순위를 종합적으로 선정하기 위해 2009년부터 시작되었다. 포춘코리아 500은 지난 1년 동안의 실적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의 순위를 선정하고, 우량 기업을 파악하고, 실적의 변동 내역을 분석함으로써 한국의 대표 기업에 대한 종합적인 시각을 제공하였다. 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와 포춘코리아 500은 한국적인 특성을 고려하되 기업의 경제적 실체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지표들을 이용해 객관적인 순위를 산정하고자 하였다.

포춘코리아 500은 기본적으로 연결재무제표 상의 매출액(금융업의 경우 영업수익)을 기준으로 기업들의 순위를 산정하였다. 연결재무제표는 지배와 종속의 관계에 있는 개별 회사들을 하나의 경제적 실체로 간주하여 만든 재무제표이기 때문에 국내 종속회사에 대한 현황까지 종합하여 보여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국내에서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해외 종속 회사의 실적도 연결재무제표에 포함하여 공시된다. 따라서 자회사의 재무상태 및 경영성과가 반영되지 않는 별도재무제표에 비해 연결재무제표는 한국 대표 기업의 경제적 실체를 보다 명확하게 전달한다.

2011년부터 국내에 전면 도입된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 IFRS)은 연결재무제표를 기본 재무제표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포춘코리아 500의 연결재무제표 활용은 매우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국제회계기준에서는 단순 지분율 기준이 아닌 경제적 실질지배 기준에 따라 지배와 종속의 관계가 결정되고, 연결재무제표 또한 이에 기초하여 작성되기 때문에 포춘코리아 500이 제공하는 정보의 유용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또한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한 다른 국가들의 회계 정보와의 비교 가능성 또한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지배종속의 관계가 존재하여 연결재무제표를 사용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연결지배회사만을 순위 산정에 포함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다. 연결종속회사의 실적은 연결지배회사의 재무제표에 상당 부분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춘코리아 500 순위 산정을 할 때, 연결종속회사가 상장기업인 경우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있음을 고려하여 연결종속회사도 순위 산정에 포함시켰다. 국내 다수의 기업 집단이 순환출자 및 개인 대주주의 지분 보유 형태로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종속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자회사를 순위에서 제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포춘코리아 500 순위 산정 결과 삼성전자는 2014년에 약 206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1위를 유지했다. 2014년 500위 기업의 매출액은 6,565억원으로 2013년 500위 기업의 매출액인 6,530억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2014년에는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 각각 우리금융지주, 한국씨티금융지주를 흡수합병함에 따라 31위와 103위로 신규 진입하였다. 또한 지난해 감사의견 변경으로 순위 산정에서 제외되었던 STX(140위), STX중공업(338위), STX엔진(470위)이 2014년에는 순위 산정에 다시 포함되었다.

순위 변동 기업 및 급성장 기업 분석은 포춘코리아 500의 전년과 당기의 실적을 비교한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기업들의 성장과 침체, 경영 현황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의 2013~2014년 매출액 증가율의 중앙값은 3.8%이다. 당기순이익 중앙값은 328억원에서 374억원으로 증가하였으며, 자기자본이익률의 중앙값은 6.5%에서 6.9%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하였다. 한편,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의 업종별 순위를 살펴보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회사들이 늘어나 ‘전문서비스업’에 속한 회사가 44개에서 50개로 증가하였으며, 그 외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올해 포춘코리아 500 선정 과정에서 특이했던 점은 일반 기업들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것과 달리 금융회사들이 몇몇 은행들을 중심으로 기존 지주사 체제를 해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이 도입된 후 2001년 우리금융지주가 최초의 금융지주로 설립되었고, KB금융, 하나금융, 신한금융지주 등 시중은행을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사들이 2013년까지 계속적으로 설립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은행들이 지주회사 체제 하에서 자회사로 존속하는 가운데, 2014년 11월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를 흡수합병하여 재상장하였고 한국씨티은행은 한국씨티금융지주를 흡수합병하였다.

SC은행 또한 금융위원회의 예비인가 승인을 받아 오는 2015년 12월 SC금융지주를 합병 할 예정이다. 정책금융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한국산업은행은 2014년 12월 정책금융공사와 산은금융지주를 흡수 합병하였다. 우리금융지주의 해체와 같은 경우 민영화를 위한 매각 절차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한국씨티금융지주나 SC금융지주의 경우 지주회사 체제에서 은행 중심 체제로 경영체제를 전환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지난해 삼성생명보험 등을 포함한 많은 금융회사들이 결산월을 3월 말에서 12월 말로 변경하였다. 이에 따라 이들의 2013년 회계기간은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간이 되었고, 2014년 회계기간은 1월부터 12월까지 12개월간이 되었다. 이러한 결산월 변경의 영향으로 2013년~2014년의 영업수익 및 당기순이익은 9개월과 12개월 치를 비교하게 됨에 따라 증가율이 크게 나타났고, 영업수익이 크게 증가하였다. 따라서 지난해 결산월을 변경한 금융회사들의 순위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올해도 경기둔화가 지속되어 저성장이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가운데, 포춘코리아 500에 선정된 기업을 포함한 모든 국내 기업들의 실적 회복세가 지속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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