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제조업/문형기(다자간투자협정<MAI>과 한국경제의 미래)

◎해외민영화사업 적극 참여를다자간투자협정(MAI)은 생산·판매·부품조달·마케팅·연구개발 등 기업활동이 경제의 범세계화 추세에 따라 해외 투자의 중요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세계무역기구(WTO)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규정되는 투자규정보다 훨씬 강력한 포괄성과 구속성을 갖춘 투자협정이다. 제2차 대전 이후 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중심으로 무역면에서는 자유화가 크게 진전됐고 95년 이후에는 WTO체제로 이행됨에 따라 상품의 세계적 이동은 그 자유화의 정도에 있어서 매우 진척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장기적으로 실물의 자유 이동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투자자본의 자유이동을 보장하는 것이 세계 후생을 증진시킬 것이라는 게 선진국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경제의 수용 능력의 한계 때문에 자본의 완전한 자유이동은 국내경제의 안정성 약화, 외국기업에 의한 국내시장잠식, 국내기업의 경영권 위협 등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조업 부문의 외국인 투자자유화율(전면개방, 부분개방 포함)은 97년 현재 97.4%로 업종의 투자개방 그 자체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다. 하지만 MAI는 기업구조, 국내 상질서, 관행 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대응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고비용 저효율의 국내 제조업 부문은 커다란 시련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MAI의 기본정신인 외국인 투자에 대한 법률적, 사실적 무차별대우, 내국민 대우로 말미암아 그동안 정부의 보호막 속에 있던 중소 제조기업, 사양산업, 중저가 양산산업 등 경쟁력 취약 제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경쟁 격화로 도산 위험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MAI 타결 이후 상업차관이 조건없이 허용된다면 이들이 직접 투자지분으로 전환되어 자연스럽게 우리기업의 인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지난 10월 8일 재경원이 발표한 기업퇴출제도 개선 방안은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M&A)도 허용, 부실기업뿐 아니라 건전한 제조기업도 급격한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MAI협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분쟁해결절차 자체가 분쟁을 과도하게 일으킬 소지가 많다. 개인이나 기업이 분쟁해결을 위해 정부를 상대로 투자를 저해하는 조치에 대해 제소할 수 있게 돼 협상력의 차이 및 국제화 수준 차이로 한국기업이 외국 정부에 대해 제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약점으로 한국기업이 외국 정부에 대해 제소하는 경우보다는 외국기업들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소하는 사안이 빈번해 질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과거 반덤핑 제소에서 나타난 것 처럼 우리기업의 내부영업 비밀이 외국에 과도하게 노출돼 우리나라는 기업비밀이 없는 국가가 될 수도 있다. 외국변호사에 의한 소송천국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현재 국제조약이나 쌍무적인 국가간 협정에서 금지되어 있는 분야에서 내국민대우라는 MAI 원칙으로 인해 역으로 외국 기업의 진출을 막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국내기업에도 허용안되는 사업을 외국 기업에 허용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 분야는 대부분 고도, 첨단 군사응용 기술 분야가 대부분 일텐데 MAI 협정에 가입함으로써 사실상 이 분야에 대한 기술이전을 받게 되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MAI가 우리 경제 특히 제조업 부문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 우리 경제의 수용능력을 고려할 때 큰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장기적으로 산업구조 조정과 비효율적 경제체질의 개선을 통해 우리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우리 기업이 해외투자 진출이라는 측면에서 MAI를 통한 세계 투자시장 개방의 이익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MAI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이해를 바탕으로 투자현지국 정부의 부당한 요구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또 사업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민영화에의 참가 등)하는 등 국제 투자전략을 과감히 추구해야 한다.<삼성경제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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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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