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현재 투신권의 주식형 펀드 수탁액은 55조7,000억여원. 이중 12조4,000억원 정도는 이미 9월 말로 가입 후 6개월이 지나 환매수수료 없이 인출할 수 있다.더 큰 문제는 주식형 수탁액이 급증하기 시작한 지난 4월부터의 가입분이 10월부터 사실상의 만기가 도래해 환매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주식형 수익증권은 가입 후 6개월이 지나면 환매수수료 없이 언제든지 찾을 수 있다.
지난 4월 가입분 6조원을 포함해 4월부터 10월15일까지 유입된 자금은 32조여원으로 총 수탁액의 71.95%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장세전망을 어둡게 보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거나 종합지수가 추가 하락할 경우 이들 주식형 펀드의 대량 환매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4월 가입 당시 종합지수대가 750포인트 전후였고 최근 주가가 800포인트를 웃돌아 손해를 보고 있지 않은데다 연말장세를 밝게 보는 전망이 많은 점을 감안할 때 대량환매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매수기반이 확충되지 않는 한 주식형 펀드의 환매우려와 만약 있을지 모르는 대량환매에 대비한 투신의 유동성 확보가 부담으로 작용, 주가가 상승반전하는 데 짐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투신권의 환매규모는 아직 소폭에 그치고 있다. 한국투신 관계자는 『최근 증시에서는 투신이 6개월 지난 주식형 펀드의 환매증가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팔고 있다는 소문이 나도는데 주식형과 공사채형 펀드에서 10월들어 100억원 안팎의 환매가 발생, 지난 9월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투신의 주식형 펀드 환매규모도 10월들어 일평균 70억원 내외에 머무르고 있다. 오히려 지난 18일 대우채 편입 공사채 중 10조원 가량이 주식형 펀드로 전환되면서 주식형 펀드 수탁액은 늘어났다.
그러나 투신권은 대우채 편입 공사채 펀드 환매와 관련, 11월10일부터 개인과 일반법인에 기준가의 80%를 지급하게 돼 이때부터 대량환매가 일어나지 않을까 고심하고 있다. 주식전환형 펀드도 펀드 내 채권을 팔아야 하는데 매입 당시보다 금리가 높아져 매각할 경우 매매손이 발생, 주식매수자금 확보도 여의치 않다.
한국·대한투신 등 6대 투신사의 대우채 편입 공사채 펀드 규모는 약 39조원인데 주가가 추가 하락하고 투신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확산될 경우 이중 30% 정도로 추정되는 개인투자자와 일반법인 중 상당수가 자금을 빼내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투신권은 대우실사 결과가 나오고 불안한 해외증시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다음달 초순까지는 매수주체로 부상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진갑기자GO@SED.CO.KR
이병관기자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