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우리경제 우리가 살려야/이만기·한양대 교수(시론)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이 도입되고 있는데 달러 값은 여전히 널뛰고 주가는 곤두박질이다. IMF는 5백50억달러의 자금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금융개혁을 비롯하여 긴축적인 거시정책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고 있다.금융불안만 가중되고 환율급등과 주가폭락이 여전한 것은 앞날에 대한 신뢰를 얻지 못한 까닭이다. 뿐만 아니라 1차로 긴급도입한 외환의 규모가 한정된데다 그나마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데 쓰이지 못하고 줄어든 가용외환보유액을 채우기 위해 거의 묶여 버렸다. 긴박한 외환사정에 도움은 주지 못하고 통화긴축과 부실금융기관의 영업창구를 사실상 폐쇄하여 돈줄을 모두 끊어 버렸기 때문에 자금시장의 돈 가뭄을 오히려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자력으로 구조조정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지금 말레이시아가 우리를 보며 스스로 구조조정에 나선 것과 같이 우리도 지난날 멕시코와 태국·인도네시아 등이 당한 것을 보며 그러한 지경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구조조정에 힘써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정경유착과 기득권에 집착하여 힘있는 자가 운영하는 경제구조를 조정할 생각을 거부해 왔다. 따라서 이러한 사태의 책임은 주로 힘있는 자에게 있으며 가장 큰 힘을 가진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지금 세계경제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구조조정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다. 미국이 앞장서서 시작한 구조조정은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동서 양극체제가 무너진 후 모든 나라가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하나의 질서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하나의 질서 속에서도 구조조정에 실패하면 낙오하는 나라가 생겨 또다시 새로운 양극화가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외환위기는 외채로 인하여 발생한 새로운 양극화의 시작이다. 지난 88년 페어캄프는 「외채가 사회주의를 집어삼킨다」고 지적했는데 알트파터는 동유럽과 구소련의 부채가 지난 83년 6백88억달러에서 89년 9백92억달러로 증가한 것을 예로 들고 있다. 지금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이 지난날의 이러한 경고를 잊어도 될까. 사실 외채가 없다면 환율이 아무리 올라도 크게 겁날 것이 없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은 어렵지만 반대로 수출이 잘되어 수출산업의 활성화로 경제가 좋아진다. 그러나 외채가 있기 때문에 환차손만큼 상환부담이 커져서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우리는 94∼95년 경상적자가 늘기 시작할 때 환율을 올려서 수출을 자극했어야 했다. 그런데 핫머니의 유입으로 환율이 반대로 하락, 앞을 다투어 방만한 투자와 소비로 수입을 늘려 외채가 눈덩이처럼 늘었으며 외화가 바닥이 난 것도 모르고 외화를 낭비하다 오늘의 사태에 직면했다. 하이델베르크 대학 사회윤리학 교수 울리히 두크로는 지난 94년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대안」이라는 저서에서 세계금융시장의 양극화 문제를 깊이 다룬 바 있다. 여기서 그가 문제로 삼은 것은 외채위기가 하나의 정상적 부채의 흐름이 아니므로 지구적 차원에서 다루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오늘의 세계자본주의 금융질서의 문제점으로까지 발전시켰다. 그는 세계부채 통계를 인용, 「제3세계의 가난한 나라들은 82년 외채위기가 발생한 이후 89년까지 2천3백62억달러를 제1세계의 부유한 나라들에 송금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채는 4백33조5백19억달러에서 6백24조98백40억달러로 늘어났다」고 80년대의 현실을 소개했다. 어떻든 IMF구제금융을 신청한 나라들은 모두 외채로 인하여 외환위기에 직면한 나라들이다. 더구나 단기외채를 들여다 장기적으로 느긋하게 낭비하여 상환기일은 닥쳐오는데 돈이 없어 환율은 오르고 그로 인해 상환부담은 가중되어 구제불능의 상태에 빠진 것이다. 그러나 울리히 두크로라면 이러한 배경에서 자본시장의 개방을 요구하며 단기외채를 제공한 채권국들의 책임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금융위기는 외채문제가 아니더라도 경제구조를 개선하지 못한 모든 나라들에 불어닥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채권국인 일본에서는 지난 94년말부터 지금까지 13개의 금융기관이 도산했다. 우리가 일본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금융기관은 모든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하여 자금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유동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금융상품을 창출, 금융자산을 최대한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는 기업과 금융시장의 구조개선과 함께 세계시장의 환경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처할 능력을 갖추는 것이 지상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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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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