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론] 만만찮은 1999년 경제

LG경제연구원 원장 李允鎬환란이 일어나고 IMF 관리체제에 들어간지 만 1년이다. 우리 경제는 6%가 넘는 위축현상을 보이면서 95년 1만달러를 넘어섰던 1인당 국민소득도 6,000불 대로 추락할 전망이다. 온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과연 우리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내년에는 어떨 것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외환 부족으로 인한 외환위기에서는 웬만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선거일이었던 작년 12월 18일, 38억불에 불과하던 가용외환보유고는 금년 10월말 현재 453억달러로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단기외채를 충분히 커버할 만한 수준이다. 2,000원을 넘어섰던 환율도 지금은 1,200원 중반대에까지 하락하여 추가절상을 우려할 정도다. 신용경색이 충분히 풀리지는 않았지만 자금시장 지표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12월말 30%까지 치솟았던 3년 만기회사채수익률은 10%아래로 떨어졌고 25%를 넘어섰던 콜금리도 7%대로 인하되었다. 이러한 외환 및 금융시장의 안정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는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소비는 10%이상, 설비투자는 50% 가까이 감소하면서 내수경기가 사상 유례없는 부진을 보이고 있고 실업률은 8%에 육박하고 있다. 수출도 지난 5월이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9월중 산업생산활동이 증가세를 보였고 실업률이 다소 떨어진 점, 경기선행지수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근거로 금년말 또는 내년 상반기에는 경기가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서리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9월중의 경기동향은 일시적 호전 현상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내년도 경기를 가늠할 때 지속적인 구조조정 및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이라는 변수 이외에 다음과 같은 교란요인들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첫째, 세계경제의 부진이다. 선진국간의 정책 공조로 세계경제가 공황과 같은 최악의 상태로 가는 것은 피할 수 있을 것이나 99년에도 금년과 같은 2% 수준의 낮은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또 선진국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 문제가 악화될 경우 세계적인 금융경색 현상도 염려되는 부문이다. 이는 세계경제성장세의 둔화와 무역장벽의 강화에 따라 우리 수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 외환 수급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최장집 교수의 논문과 관련한 엉뚱한 사상논쟁으로 국론은 양분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념 분쟁으로 인한 사회 갈등과 분열은 강력한 개혁과 대북 관계 적립에 교란요인이 되어 국력의 분산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셋째, 99년 후반부로 갈수록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정치개혁, 제2건국운동도 정치권으로부터 우리 사회로 비화되어 분쟁과 갈등을 야기할 소지를 안고 있다. 넷째, 핵 및 미사일을 둘러싼 북한과의 갈등도 우려된다. 남·북한 갈등, 북·미간의 갈등이 한반도에 엄청난 군사적 긴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내투자는 물론 외국인 투자 결정 등에 결정적 요인이 되고 우리 경제 회생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우리 경제에 대해 지나친 비관론은 의욕을 잃게 하여 경기를 더욱 위축시키지만, 지나친 낙관론 역시 꼭 해야 할 일을 느슨히 하여 큰 낭패를 보게 만든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위해 조심스러우나마 낙관론을 피력할 필요가 있으나 비관론을 귀담아 듣고 내부적으로는 그에 따른 만반의 대비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99년 경제는 제도면에서의 개혁이 착실히 진행되고 뿌리내리면서 1∼2%대의 성장, 200억불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 3∼4%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기록한다면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선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개혁과 경제회생 조치들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이라는 대원칙에 맞추어 최선의 해법을 구하되 개혁의 기준과 목표는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의 확립에 두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개혁의 속도와 범위를 잘 조절하여 일관성있게 추진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 체력에 맞고, 한국 실정을 고려한 개혁이어야 성공하지 이를 고려치 않는 무리한 개혁은 의도와 목표가 아무리 좋더라도 실패하게 된다는 것을 정책 결정자들이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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