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사 종결인가 확전 신호탄인가/홍의원 구속이어 김내무·황의원소환

◎대통령측근 인사 구속불구 의혹증폭/5조대출 주도인물 밝혀질지 미지수김영삼 대통령의 집사장인 홍인길 의원이 구속된데 이어 인사철마다 대통령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우석 내무장관과 한때(3당합당직후) 「좌병태 우병태」로 불리며 민주계의 거물들을 제치고 유일한 핵심으로 개각때마다 경제부총리 물망의 단골인물이던 황병태 국회 재경위원장이 검찰에 소환된 것은 한보커넥션 수사의 마무리단계인가, 아니면 확전의 신호탄인가.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외에 한보관련 구속자는 홍의원(전 청와대총무수석), 정재철 신한국당의원, 신광식 제일은행장, 우찬목 조흥은행장 등 4명이고 12일 김장관과 황재경위원장(신한국당의원), 권노갑 국민회의의원 등이 검찰에 소환돼 곧 구속될 상황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한보커넥션 구성원은 국회의원 4명, 은행장 2명, 현직 장관 1명 등이다. 또 검찰과 국회주변에는 김덕룡, 김상현의원등 여야 대권주자들을 비롯해 수십명의 국회의원들이 한보커넥션 연루자로 거명되는 등 한보커넥션 연루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최병국 대검중수부장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대출외압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본금 9백억원에 불과한 한보철강이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당진제철소 건설을 위해 5조7천억원(은행권만 3조5천억원)의 거액대출을 받은 것은 막강한 실체의 외압없이 불가능하다는 세간의 의혹을 푸는게 검찰 수사의 과제라는 점을 최중수부장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표된 검찰수사내용은 이같은 사건의 본질에 좀처럼 접근하지 못한채 주변만 계속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김대통령의 핵심 측근인사들이 잇따라 구속되면서 한보커넥션의 파장은 커지고 있지만 막상 의혹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의원의 대출외압이 가능한가=검찰은 홍인길, 정재철, 황병태 의원 등이 은행대출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발표했다. 홍의원은 또 청와대 총무수석으로 재임하면서 은행장 인사에도 깊숙이 간여했다는게 검찰 발표내용이다. 그러나 은행관계자들은 국회의원의 대출압력은 최대 수십억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단언하고 있다. 국회 재경위원장도 수천억원의 대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며 지금까지 드러난 수준의 외압으로는 수조원의 대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청와대 총무수석이 은행장 인사에 간여했다면 단순한 메신저였을 뿐이라는게 은행가의 해석이다. 이른바 호가호위(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등에 업고 호령한다는 얘기)에 불과할뿐 총무수석이 직접 은행장 인사를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검찰의 의혹=검찰은 홍의원이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4차례에 걸쳐 정태수 총회장으로부터 8억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막상 홍씨의 영향력이 더 컸던 청와대 총무수석시절에는 정씨로부터 뇌물을 받지 않았다가 수석을 물러난 뒤 또는 국회의원이 된 다음에야 받았다는 얘기다. 청와대 총무수석시절 뇌물을 밝힐 경우 야기될 파장을 우려한 검찰의 사실은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야권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홍의원은 검찰소환직전 『내가 땅 한평, 집 한채 산 적이 있나. 주위 사람들을 보살핀 것인데…』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는 후문이다. ◇한보 시나리오설=「대출외압의 실체를 밝히는게 수사의 핵심과제」라는 최중수부장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외압의 실체에 대한 접근보다는 정치권에 대한 사정수사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물론 여야의원들의 사법처리 폭과 수위가 커지고 높아지긴했지만 지난 91년 수서사건때 처럼 여야의원의 구색갖추기로 적당한 수준에서 검찰 수사가 종결될 것이라는게 대부분 국민의 시각이다. 대출외압과 무관한 야당의원들을 뇌물수수혐의로 구속, 적당히 구색을 맞추고 있는 것도 예상되었던 각본이다. 홍의원이 검찰출두 직전 권력 고위층으로부터 「나를 믿으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는 소문도 이같은 시나리오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한보사태는 한보철강을 부도낸 첫 단추부터 예상외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다. 설령 시나리오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도이후 진행상황은 통제가 제대로 되지않는 듯한 상황이다. 주연 역할을 해야 할 배우들이 조연에 불과하다고 꼬리를 내리고 있는데다 이미 조연과 주연이 확연히 구분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도마뱀 꼬리 자르듯 주변만 계속 정리하고 있지만 의도와 다른 결말이 지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이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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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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