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업공사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인수하는 부실채권 가격을 상향 조정키로 했다. 특히 서울보증보험이 대지급 보증을 선 채권에 대해서는 장부가의 100%에 인수키로 결정, 보증채권을 많이 보유한 금융기관들은 매각손 부담을 줄이면서 부실채권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8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성업공사와 예금보험공사는 최근 부실채권 매입률(인수가격) 재조정을 위한 협상을 벌인 끝에 일반 무담보채권을 제외한 모든 부실채권의 인수가격을 높이기로 합의했다. 새로운 가격기준은 이달 중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서울은행부터 적용된다.
성업공사가 부실채권 인수가격을 올리기로 한 것은 최근 부실채권 시장에 대한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장에서의 매각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요인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성업공사는 금융구조조정 지원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금융기관으로부터 부실채권을 사들여왔는데 특히 은행들은 『인수가격이 너무 낮아 매각손 부담이 크다』며 상향 조정해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예금공사도 『성업공사가 너무 싼 가격에 부실채권을 인수하는 바람에 구조조정 금융기관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왔다. 예금공사는 5개 인수은행이 퇴출은행에서 넘겨받은 채권 가운데 부실화된 부분을 성업공사에 매각하면 매각손을 보전해주기로 약속했었다.
성업공사는 이번 인수가격 조정에서 일반 담보부 채권은 기존 장부가의 45%에서 49.26%로 상향 조정했으며 법원으로부터 법정관리나 화의인가를 받은 담보부 특별채권도 46.53%에서 54.93%로 끌어올렸다.
성업공사는 그러나 일반 무담보채권의 경우 회수율이 극히 낮아 매입률을 인상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일반 무담보채권 가운데 상당수가 카드론 이용자인데다 신용불량자가 많아 지난해 회수율이 3%에 그쳤다』고 말했다.
예금공사는 『서울보증보험이 1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투입받은 사실상의 국영기관인 만큼 보증채권을 100% 가격에 인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성업공사에 설명한 결과 합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서울보증의 보증채 인수가격은 기존의 3%에서 100%로 무려 97% 포인트나 인상됐다.
한편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외국 주요 금융기관들이 성업공사의 낮은 인수가격을 공략 포인트로 삼아 국내 부실채권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성업공사가 이처럼 가격을 인상함에 따라 부담을 안을 것으로 보인다.
한상복기자SBHA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