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이 23일 열린 금융시장 안정 간담회에서 은행장들을 향해 일갈한 부분중 하나다.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李위원장은 이날 『은행이 높은 금리로 예금을 받아서 돈만 잔뜩 끌어온들 높은 금리로 운용할데가 어디 있느냐』며 『이는 기업체들이 돈을 빌려와 무의미하게 외형을 늘리는 것과 다른게 없다』고 밝혔다.
투신사의 환매제한 조치이후 은행권이 잇달아 정기예금 등 수신금리를 올리고 나선데 대해 「엄중경고조치」를 내린 것이다. 「시장자율」을 강조하는 李위원장이 이처럼 수신금리 등 금융기관의 「개별전략」에 대해 이처럼 강도높게 발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이날 합의문에 『과도한 수신금리 경쟁을 자제하고 시장금리 안정을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로 명문화됐다.
위원장의 경고대로 일단 은행권의 수신금리 추가인상에는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회의직후 3대 협회기관장들이 『금리인상 부분은 「각자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지만,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에 개별 은행들도 분위기를 맞출 수밖에 없는 상황. 은행이 경영판단이 「자율결의」 형식을 빌려 다시한번 관치(官治)에 휩쓸린 셈이다. 이미 금리를 인상한 은행과 검토중인 상황에서 백지화할 수밖에 없는 은행간에 형평성 문제도 생긴다.
금융기관들은 또 이날 합의문에서 대우협력업체에 대한 자금지원에 적극 협조키로 했다. 구체적인 방법은 실무위원회에서 결정될 계획. 협력업체의 진성어음 할인을 위한 개별 금융기관들의 세부대책에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주목되는 것은 신복영(申復泳)서울은행장의 발언. 申행장은 이 자리에서 『협력업체의 자금난을 해결키 위해 어음할인 한도를 늘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대우그룹의 자금난이 계속되면서 발행어음의 기일이 60일에서 180일로 늘어나 협력업체들이 은행권으로부터 할인받을 수 있는 한도가 넘쳐나 자금지원을 못받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분이 그대로 반영된다면 금융당국이 대우 계열사 발행어음에 대한 「한도예외조치」 등 모종의 후속조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