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림속 차공장 골격잡기 한창/일제 차 독주 제동건다/말연자본출자·한포터 불미니밴 생산 3각합작/「아시아카 전략」 기지화… “미와도 한판승부” 자신감말레이시아의 패낭은 인도네시아의 발리섬을 연상시키는 휴양지다. 기회가 생긴다면 모든 것을 잊고 몇날이고 푸른 바다와 백사장, 따사로운 햇살에 모든 것을 맡겨 버리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곳이다. 페낭이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것은 현대건설이 건설한 패낭대교가 세계적 명소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현대를 연상시키게 될 또다른 작업이 페낭 근교에서 벌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현지에 합작으로 세운 이노콤(INOKOM)사 공장이다.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이노콤은 말레이시아에 최초로 설립된 비일본계 합작업체. 동남아 자동차시장은 일본업체들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일본자본이 단 한푼도 없다. 한국의 현대자동차(상용차)와 말레이시아, 프랑스의 르노(미니밴) 등 3국간 합작으로 설립된 기업이다.
출자업체는 모두 5곳, 자본규모는 4천만달러다. 지분은 말레이시아의 버자야그룹(호텔·유통재벌)이 35%, 경찰단체가 최대주주로 돼있는 퍼슈말사가 30%다. 현대와 르노가 각 15%씩 1천2백만달러, 그리고 현대의 현지판매를 맡고 있는 휴말사가 5%를 출자하고 있는 다국적 군단이다.
자본은 합작이지만 생산 차종은 서로 독립적인 형태를 유지하는 것도 특이하다. 현대는 상용차(GVW·Gross Vehicle Weight)를 생산하고, 르노는 미니밴을 만들게 된다. 물론 라인도 달리 조성된다.
현대는 1톤의 포터를 기본으로한 1.5톤급을 만들게 되는데 현지 시장에 맞춰 라이트핸들(RHD)을 생산하게 된다. 이 모델의 생산을 위한 연구는 울산공장에서 추진, 완료된 상태다. 현대 라인의 본격적인 가동시기는 98년 중반으로 잡혀있다. 총 2만대 규모의 공장으로 조성되고 있는데 우선 1만대를 생산, 현지 소형 상용차 시장의 40%를 차지한다는 계획이다. 인근 국가에 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같은 공장안에 별도로 조성되고 있는 르노의 밴 라인에서는 이 회사의 미니밴인 「트래픽」을 현지생산 형태로 만들게 되는데 오는 7월부터 먼저 가동할 예정이다.
이 공장은 페낭에서 남서쪽으로 40㎞쯤 달리면 나오는 쿠림지역에 위치해 있다.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2백50㎞ 떨어진 곳이다.
밀림속에 자리한 자동차공장 부지는 총 2백에이커. 이 가운데 현재 90에이커가 개발중이다. 나머지는 모두 조경공간으로 꾸며 주변경관과의 조화를 꾀한다는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공장은 현재 바디, 도장, 조립, 악세서리 라인등 공장 건설은 거의 완료된 상태다.
이노콤이 관심을 끄는 것은 일본 미쓰비시와 합작으로 만들어진 프로톤이 승용차의 국민차이고, 상용차에서는 이노콤이 상용국민차로 선정됐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만난 현대자동차 해외사업본부 홍기영 이사는 『프로톤이 생산을 위한 각종 수입부품, 설비등의 관세율은 0%에서 10%로 매우 낮다』며 『상용차에서도 같은 조건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는 이노콤을 통해 이와관련된 협의를 말레이시아 측과 진행중이다.
부지에서 시세보다 6분의1 정도로 싼값에 불하받을 수 있었던 것도 상용국민차에 대한 혜택의 일부다.
현대가 현지 투자를 추진한 것은 지난 92년 정세영 당시 자동차회장이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수상을 만나면서 부터다. 이후 정몽구회장이 다시 마하티르 수상을 만나 이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최종 합작계약서에 서명하면서 확정됐다. 현대가 이 공장에 기울인 관심은 유망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시아시장의 공략을 위해서 현지 시장실정에 맞는 차를 현지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때마침 마련된 아시아카 전략도 이 투자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대는 이 공장에서 상용차를 생산하고, 기회가 닿는다면 중형차(쏘나타III)의 생산계획도 갖고 있다. 박병재사장은 이와관련, 『현재 차종확대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림군역이노콤사장은 『프로톤과 경쟁하지 않는 중형분야로 확대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 하지만 투자규모에서 양측은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지의 한 관계자는 『현대는 연간 3만대의 대형공장으로 조성, 아시아카 전략의 한 거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인데 대해 말레이시아 합작파트너는 5천대 미만의 소형 단순조립 공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계획이 성사된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고, 상용차 자체로도 현대의 해외전략에서 의미가 크다. 박사장은 이와관련, 『외국업체와 공동으로 투자해 제3국에 진출하는 국내최초의 공장이다』며 『이러한 형태는 시장규모가 작은 국가에서 투자비 부담과 투자에 따른 위험을 줄여 효율을 극대화하는 모범적인 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소극적인 투자를 해온 현대의 해외전략에서 인도, 터키공장 건설과 함께 이노콤은 「변하는 현대」를 상징하고 있다. 특히 이노콤은 아시아지역 상용차 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승용차의 아시아카 전략과 함께 그 의미가 크다는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이노콤은 이제 막 출발하는 회사다. 따라서 지금 상태에서 이 회사의 장래를 거론하기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이 회사가 현대의 목표대로 아시아 상용차 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제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할 과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홍이사는 무엇보다 동남아의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말레이시아 정부의 일관성 없는 자동차 정책을 지적한다. 그는 『자동차산업을 국가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정책의 일관성있게 추진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말레이시아는 자동차 산업정책에서 기본틀을 완성해 가고 있어 더 갑작스런 변화로 어려움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나는 시장을 선점한 일본의 견제와 미국의 진출강화에 따라 공급과잉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당경쟁은 판촉비용읠 과다한 지출을 가져오고, 이럴 경우 초기시장 정착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현대는 크게 걱정하지는 않고 있다. 포터가 갖고 있는 제품 자체로서의 경쟁력, 가격구조 등에서 어떤 업체와 경쟁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림군역 INOKOM 사장/“현지 상용차시장 20%점령 목표… 다양한 차종제작도 계획”
선한 인상에 자상한 심성을 갖춰 다국적 군단의 이노콤을 경영하는데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현지인인 림군역 사장은 「현대팬」이다.
20년 전부터 울산공장을 알고 있는 전문경영인이다.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공장 근처의 허름한 2층 건물의 사무실은 내실을 중시한다는 그의 경영관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파트너로서 현대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만족스럽다. 품질력, 사람, 차종등 모든게 만족스럽다. 개인적으로 20여년전에 울산단지를 한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때의 현대와 지금은 너무나 큰 차이가 난다. 개인적으로 티뷰론은 너무 매력적인 차다. 한번 생산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동남아 시장은 일본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지만 기술이전에 인색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한국의 현대와 프랑스의 르노를 합작파트너로 잡은 것은 그런 배경과 관계가 있다. 기대가 크다.
현대르노의 중간에서 상호 협력을 추진, 시너지효과를 추진할 수도 있다고 보는데.
▲현대는 1.5톤, 르노는 미니밴을 생산하게 된다. 르노의 미니밴인 트래픽의 엔진을 현대에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로노의 부품을 현대가 이용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
어려움은 없는가.
▲동남아 부품시장은 일본업체들이 장악, 자기들 끼리는 공유가 잘 되고 있으나 제3국 업체에 대해서는 매우 배타적이다. 일본업체들의 부품을 이용하면 조기시장 정착이 가능하다. 이 문제는 우리와 현대, 르노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이노콤의 목표는 무엇인가.
▲말레이시아 상용차 시장은 연간 6만대 정도된다. 그 시장에서 전체적으로는 20%, 소형 상용차 부문에서는 40%의 시잠점유율을 차지하는게 목표다. 기회가 닿는다면 승용차에도 진출, 차종을 다양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부품국산화 계획은.
▲출발하면서 부터 50%는 가능하다고 본다. 바디부품을 비롯 타이어, 밧데리, 시트, 유리, 스프링, 와이어하네스 등은 이곳에서 조달할 수 있다.<쿠림(말연)=박원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