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섭(사회부 차장)연금확대에 따른 불만이 여전한 가운데 이제 직장과 지역간의 의료보험 대통합이 추진된다. 내년부터 시행될 의보통합을 앞두고 주무부처와 해당기관은 화창한 봄날에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국민연금 소득신고 결과 자영자들의 하향신고 추세로 인해 또다시 자영자들의 낮은 소득파악률 문제가 제기, 똑같은 문제를 안고있는 의료보험에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의보통합에 반대하는 조합론자들은 밀어붙이기식 통합에 따른 민원과 사회적 혼란이 국민연금 보다 2∼3배 클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 국민연금과 의료보험의 재정을 가입자 직종별로 분리운용할 것도 주장하고 있다.
이에따라 국민연금의 소득역진현상이 의보통합법인 국민건강보험법에도 번질 것으로 우려된다. 당국은 대응논리 세우기에 부산하다. 그러나 의보통합 역시 국민연금과 똑같은 파동의 전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건강보험법은 소득단일의 부과체계로 설계하게 규정돼 있다. 때문에「자영자들의 낮은 소득파악률로 인한 직장근로자의 상대적 불이익」은 의료보험과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제도의 공통된 난제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각 직종의 소득파악률은 직장근로자 100%, 도시 자영자 22.3%, 농어민 56.7%에 그치고 있다. 그동안 복지부는 종전에 지역의보 가입자의 소득 뿐 아니라 재산에도 보험료를 부과하는 「편법」으로 형평성 시비를 피해왔다.
그러나 소득단일의 통합 보험료 부과체계의 설계를 6월말까지 마칠 예정인 복지부는 직장인을 달래면서도 재정안정을 이루기 위한 묘안을 짜내는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당국은 지역의보 보험료중 재산비례보험료(34%)를 과세소득과 평가소득으로 구분된 소득비례보험료(66%)에 적정수준으로 안배하는 방법으로 현행보험료와 비슷한 수준의 보험료를 설계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소득단일 보험료 부과체계로 인해 상여금과 각종 수당이 보험료 부과기준에 포함되는 직장인들은 보험료가 1.5∼2배 오를 수 밖에 없다. 말그대로 「유리지갑인 직장인들만 봉」이냐는 불만이 더 높아질 것은 뻔하다.
특히 연금확대에서 의사·변호사·회계사·치과의사·한의사 등 5개 고소득 전문직종의 8∼25%가 직장인들의 평균 소득신고액 보다도 낮춰 신고했다. 이는 연금이 사회보험으로서 소득재분배 역할을 사실상 상실했다는 지적을 낳았고, 의료보험 통합에서 역시 또 제기될 사안이다.
최근 국무총리 산하에 「자영자소득파악위원회」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내년 의보통합을 눈앞에 두고 자영자 소득파악률을 직장인들이 이해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지는 미지수다. 자영자 소득파악률이 50%를 웃도는 일본에서 직장근로자와 자영자간의 보험료부담 불공평성을 들고 나온 일본노총의 반대로 의보통합이 무위로 끝난 것도 정부의 신경을 건드리는 대목이다.
현재 연금보험료 납부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한국노총이 의보통합까지 연계시킬 경우 의보통합은 또다시 험난한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장 자영자들의 소득파악 방법을 개발, 적정한 사회보험료 등급조정에 힘을 모아야 한다. 이미 연금에서 한번 헝클어진 사회보험의 난맥상을 방치하면 계속 「선정」이 「악정」이 되는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