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으로 스크린을 건드리면 스크린이 손가락의 전하를 일부 흡수하면서 터치 여부와 그 위치를 파악하게 됩니다.”
그런데 땀이나 빗방울 역시 전기 전도성을 지녔기 때문에 인간의 손가락과 동일한 효과를 낸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수년간 터치스크린 엔지니어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대지정전용량(self capacitance)’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냈다. 약칭 ‘셀프 캡’이라고도 불리는 이 방식은 스크린의 각 전극과 사용자가 딛고 서 있는 대지, 즉 땅과의 사 이에서 나타나는 전하의 증가를 측정해 터치를 감별한다.
사람의 손가락과 달리 물방울이나 땀방울은 땅과 접촉해있지 않기 때문에 스크린이 반응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이 방식은 멀티터치, 정확히 말해 손가락 두 개로 화면을 키우거나 줄이는 일명 ‘핀치 투 줌(pinch to zoom)’을 처리하지 못한다. 손가락 하나만을 인식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대지정전용량 방식의 터치스크린만 단독 탑재된 스마트 기기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물에 반응하지 않으면서 멀티터치까지 지원되는 터치스크린을 만들 수는 없을까. 기존의 정전용량(상호(mut ual)정전용량)과 대지정전용량 방식을 하나의 스크린에 통합적용하면 가능하다. 이 경우 기기가 두 가지 신호를 모두 확인함으로써 물에 의한 전하의 변화를 걸러내면서 멀티터치를 인식한다.
“기존의 상호정전용량 터치스크린과 전극도, 컨트롤러도 동일합니다. 유일한 차이는 펌웨어죠. 두 방식의 측정값을 병행 인식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해야 합니다.”
윌슨에 따르면 이미 몇몇 스마트폰에 이런 터치스크린이 탑재돼 있다. 하지만 제조사들은 그 점을 거의 홍보하지 않는다.
“상호정전용량이나 대지정전용량이라는 단어는 그리 매력적인 광고카피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