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세계일류품목 한가지를 찾아라/재계의 구조조정

◎현대­종합목재 등 한계사업 정리착수/삼성­전자 2백여개 품목 중기로 이양/대우­해외공장 일부정리 재배치 박차/당장 이익돼도 1등 아니면 과감히 철수를불황을 극복하고, 격변의 21세기에 살아남기 위한 재계의 사업구조조정 노력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부분의 그룹들은 경기침체가 최소한 올해말, 최악의 경우 98년 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최근의 고비용­저효율구조를 타파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지난 80년대 이후 여러차례 맞은 구조조정의 기회를 이번에도 놓친다면 경쟁력이 더 약화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전경련도 그동안 개별그룹과 기업차원에서 추진해 온 이 작업을 국가경쟁력강화라는 재계공통의 문제로 인식하고 정부의 지원책을 요청하는 등 구조조정을 위한 틀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기업들은 현재의 경제상황을 「위기」로 규정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과거와 같이 외적요인에 의한 게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은 체질개선 없이는 불황탈피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경쟁력을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의 구조조정 노력은 이런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런만큼 기업들이 추진중인 구조조정 노력은 과거에 비해 그 폭과 깊이가 다르다. 우선 단순히 수익구조를 개선하는데 그치지 않고 21세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짙게 배어 있다. 『당장 이익이 좀 난다고 해도 앞으로 5년안에 세계일류품목이 될 수 없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한계품목으로 분류하고 있다』(D그룹 기획실 관계자)는 말은 기업들의 이런 분위기는 잘 표현하고 있다. 한마디로 「조정」이 아니라 「개혁」의 수준으로 구조조정의 목표를 잡고 있다는 얘기다. 기존 조직합리화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아예 신규채용을 줄여 날렵한 몸집을 만들어가고 있다. 연봉제를 도입하고 능력중심의 임금체계를 마련하는 그룹이 늘어가고 있는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람(조직합리화)과 제도(임금구조개선)를 완전히 「21세기형」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요즘의 사업구조 조정은 과거와 달리 무서운 실행력을 갖고 있다. 현대그룹의 경우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해 그룹전체의 채산성을 개선한다는 방침 아래 중공업·전자·종합목재등의 한계사업을 중소기업에 넘겨주기로 했다. 해외사업장에도 이같은 방침을 적용한다는 전략이다. 일본업체와 합작으로 설립한 미국 현지 광학기계회사의 지분도 매각키로 했다. 현대 관계자는 『올해는 제철과 반도체를 빼고는 투자도 최대한 억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수종사업·전략사업·한계사업·철수사업 등으로 사업을 분류, 수종사업등에 대해선 자원을 집중하되 한계사업등은 중소기업에 이양하거나 철수할 계획이다. 삼성은 삼성전자의 생산품목 가운데 2백개 품목을 정리하고 중공업의 경우에는 조선부문 이외 사업을 다른 계열사로 넘겨주기로 했다. LG그룹도 구본무 회장이 과감한 사업구조조정을 지시한 이후 「집중과 철수」 전략에 의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그룹은 1위 달성가능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그룹 또는 사업문화단위차원에서 전략적 중요도가 낮은 사업 또는 현재 흑자를 내고 있더라도 1위 달성이 불가능한 사업등에서는 과감히 전략적 철수를 단행하고 있다. 대우그룹도 당초 97년말까지 끝내기로 했던 계열사 통폐합을 앞당기고 해외공장과 법인도 일부 정리하거나 재배치키로 했다. 선경그룹은 신소재중 일부를 정리키로 했으며 두산은 인도네시아 피혁공장과 독일 현지법인을 폐쇄하는 등 사업성과가 적은 해외공장 및 현지법인을 없애키로 했다. 코오롱·효성 등 화섬을 주력으로 해온 그룹들도 정보통신, 정밀화학, 생명공학등 미래형 사업으로 구조를 바꾸기로 하고 인력재배치, 외부컨설팅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보수그룹인 동부, 삼양그룹도 구조조정을 위한 발바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 그룹은 주력사 사장단과 임원들을 교체하고 그룹경영진단과 계열사합병을 실시하는 등 전례없이 강도높은 경영혁신을 추진하고 나섰다. 두산그룹은 경기부진에 따른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수익이 별로 나지 않는 한계사업을 대대적으로 정리하는 등 사업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두산은 두산음료가 보유하고 있는 한국3M 주식 96만주를 전부 제휴기업인 미국 3M에 9백억원에 매각했으며 이에앞서 작년 8월 한국네슬레 지분 17.8%를 스위스네슬레에 2백35억원을 받고 매각했으며 단순 합작법인인 한국코닥 주식 49% 전량을 미국 코닥사에 매각하기로 하는 등 계열사를 27개에서 20개로 줄인다. 두산은 이같은 사업구조조정 작업을 조기에 마무리, 앞으로 미래지향적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 나아간다는 목표다. 효성그룹의 경우 전면적인 사업구조조정을 위해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인 미 멕킨지사에 그룹경영 전반에 대한 경영진단을 의뢰하는 한편 그룹변신작업을 위한 「21세기를 향한 경영혁신팀」도 구성했다. 조석래 회장은 「21세기 비전수립을 위한 킥오프(kick­off)미팅」에서 『지난 10여년간 효성은 성장둔화, 수익성 악화 등 그룹의 위상이 약화됐으며 변한 것이 별로 없고, 업적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그룹의 장기성장전략 추진에 전 임직원들이 동참해 줄 것』을 촉구했다. 동부도 김준기 회장이 직접 경영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계열사 통합 ▲임원경질 등 변신의지가 그것. 김회장은 동부산업과 동부건설의 통합을 결정하고 내년3월에는 동부화학과 (주)한농 및 그 계열사를 합병키로 하는등 계열사 통폐합을 통한 그룹사업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삼양도 그룹회장단의 진용을 다시 짠 것을 계기로 신규사업본격화, 경영혁신추진팀 구성등 빠른 변신행보를 시작했다. 무선 CATV방송사업을 전담할 정보통신회사를 삼양사에서 분리,발족시켰으며 의약부분의 호르몬제사업 등을 본격화하고 있다. 신규사업을 놓고 3년이상 검토한다고 해서 직원들 사이에 「3년 검토」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대표적 보수그룹인 이들 트리오그룹에 일고 있는 이같은 변신은 강자만이 살아남는 냉엄한 기업세계의 몸부림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은 양적성장에서 질적성장으로의 전환기에 서 있다. 국내 기업들이 「슈퍼엔고」에도 견딜수 있도록 체질을 강화한 일본처럼 구조조정에 과연 성공을 거둘지 주목된다.<김희중> ◎중견기업들 움직임/정보통신·금융 등 첨단사업 강화/미래 주력업종 찾아 변신 몸부림 구조조정을 통한 활로 모색은 중견그룹들에서도 치열하다. 중견기업들의 구조개편은 정보통신·금융 등 첨단사업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아남그룹은 반도체조립에서 축적한 기술을 토대로 반도체생산을 위한 일관공정체제를 구축해 오는 98년부터 새로운 반도체사업을 전개하는 것을 비롯해 주파수공용통신, 금융등 지금까지 손대지 않은 사업에 주력한다. 대한중석을 인수한 이후 거평상호신용금고·새한종합금융등 금융회사를 인수해 그룹의 반열에 들어선 거평그룹도 현재 1조3천억원인 매출을 오는 2000년에는 5조원으로 확대한다는 포부를 실현하기 위한 전열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호그룹은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장으로 구성된 「신경영위원회」를 발족하고 앞으로 경쟁력을 15% 올린다는 방침 아래 사업구조조정, 재정·인력활용, 비용절감, 생산성 향상등을 총괄감독하고 전임직원의 행동강령을 제정하는 한편 한계사업조정, 해외사업공격경영등을 조직된 사업부문장 책임하에 실시한다. 대성그룹도 에너지분야를 비롯해 정보통신·환경·건설분야를 21세기주력사업으로 키우기로 하고 이 부문에 그룹의 역량을 총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올해 1조원정도인 매출규모를 5년뒤에는 4조5천억원으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제일제당도 식품위주의 업종에서 벗어나 영상음반·캐릭터·CD롬·극장등 소프트사업을 집중육성하고 건설·금융·유통·선물중개·정보통신·종합무역사업에 진출하기로 하는 등 변신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를 통해 제일제당그룹은 오는 2010년 28조원의 매출을 올려 재계랭킹 10위의 굴지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신원그룹도 의류사업을 추축으로 유통과 제조업으로 손을 뻗치고 있다. 물론 정보통신사업도 빼놓지 않고 있다. 백화점업체들의 변신도 활발하다. 대표적으로 신세계백화점은 백화점사업을 축으로 유통 금융 서비스 해외사업 등 크게 4개사업군을 중심으로 2003년엔 연간 매출 15조원을 달성하는 세계 30대유통서비스그룹으로 진입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전선으로 출발한 희성그룹도 전선·금속·전기전자·화학·건설기계의 제조업과 온실시공·지하토목 건설분야에 국한된 현재의 사업구도를 정비한다. 과감한 투자로 기존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정보통신·금융·유통·종합건설·정밀화학등 신규사업 분야에도 적극 진출, 현재 1조원인 매출규모를 2000년에는 3조원을 올리겠다는 포부다. 성우그룹도 시멘트사업위주에서 벗어나 반도체·유화등 장치산업을 강화하고 있다. 성우는 사업다각화를 위해 최근 자본금 30억원의 성우종합화학을 설립하고 2천억원을 투자하여 합성고무의 원료인 아이소부틸렌·아이소피렐리벌르 연간 3만∼4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한다.

관련기사



김희중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