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불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1등 기업이 진정한 가치주입니다. 환경이 바뀌어도 사업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탄력 있게 대응하는 기업들을 찾고 있습니다."
최광욱(사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은 2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소비자의 성향, 기술, 제도 등의 변화를 적절하게 수용해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1등 기업이냐 아니냐를 판가름한다고 지적했다.
에셋플러스는 신영·한국밸류·메리츠 자산운용 등과 함께 가치주 펀드를 전면에 내세우는 운용사다. 이들은 기업의 내재 가치 대비 주가가 저렴한 기업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각 운용사마다 가치주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르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사업모델을 중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투자했기 때문에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최근 3년 누계 31.20%·C클래스 기준)'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60.90%)' '에셋플러스차이나리치투게더(31.55%)' 등이 연평균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최 본부장은 설명했다.
그는 "브라운관TV가 인기를 끌던 시절에는 삼성SDI와 같은 기업들이 주목을 받았지만 소비흐름이 바뀌어 지금은 액정표시장치(LCD)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산업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업을 찾아 투자한다"고 말했다.
각 산업별로 유망한 사업모델을 판단하는 기준은 다르다. 최 본부장은 "정보기술(IT) 산업에서는 원가경쟁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격구조를 주목하지만 화학업에서는 생산능력(CAPA)에 가장 큰 가중치를 둔다"며 "패션잡화는 매장 개수나 매출액이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를, 광산 업체의 경우 매장량을 기준으로 1등 기업인지를 판단한다"고 귀띔했다.
실제 기업들을 평가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하는지는 매우 중요하다. 은행업을 예로 들면 자산 규모는 KB금융지주가 1등이지만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신한금융지주가 가장 크다. 평가기준에 따라 펀드 바구니에 담기는 종목의 운명이 뒤바뀌는 셈이다.
해외 기업이라고 다르지 않다. 최 본부장은 "일본의 코닥과 닌텐도, 핀란드의 노키아는 과거 누구나 인정하는 1등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사양 기업"이라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도 소비성향이 바뀌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견고한 사업모델을 보유한 기업, 주인(주주)이 되고 싶은 회사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가 편입한 종목(지난해 12월 기준)은 삼성전자(13.88%), CJ(3.67%), 네이버(3.21%), SK텔레콤(3.14%), 현대자동차2우선주(2.83%) 등의 순이다. 에셋플러스차이나리치투게더는 텐센트홀딩스(7.72%), 차이나모바일(6.23%), 알리바바그룹(5.50%), 중국은행(4.41%), 핑안보험그룹(4.38%) 순으로 많이 편입하고 있다.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는 애플(6.39%)을 가장 많이 편입하고 있으며 구글(4.31%), 에르메스(3.84%), 바이엘(3.79%), 존슨앤존슨(3.65%)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주가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만큼 이익도 중요한 기준이다.
에셋플러스운용은 △중국 소비 △모바일 △헬스케어와 연관된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최 본부장은 "1등 기업에 가치 투자한다는 대원칙을 고수하되 4~5년 전부터 세 개의 테마와 연관된 기업에 주목해왔다"고 말했다.
에셋플러스운용은 올해 세 가지 테마에서 옥석 가리기가 펼쳐질 것으로 보고 차별화된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제는 모든 금융투자업계가 중국 소비와 모바일·헬스케어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테마성 주식과 건실한 가치주를 가려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 본부장은 "특히 중국 소비 관련주들 사이에서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자들의 기대에 이익으로 보답할 수 있는 기업을 가려 투자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