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만개 기업 연대보증 없이 5조원 보증
임종룡 금융위원장 현장 찾아 “기술금융 지속가능한 시스템 만들겠다”
우수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경영자의 연대보증 의무가 면제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31일 기술금융 수혜기업인 에이피우주항공을 방문한 자리에서 “현장에서 체감하는 기술금융 효과를 높이기 위해 우수기업에는 연대보증을 폐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4월 1일부터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각 영업점에서 공급하는 보증액의 25%를 경영주 본인의 연대보증 없이 지원할 예정이다.
우선 보증심사 등급 AA 이상(TCB평가 기술등급 T2에 해당)인 우수기업에 대해서는 연대보증이 자동으로 면제된다. A등급 이상(기술등급 T3)의 경우에는 기술경쟁력 및 사업성 평가를 통과하면 보증이 면제된다. 보증 면제는 신규보증뿐만 아니라 기존 보증분의 증액, 만기연장 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당국은 심사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에 대해서는 신용경색 우려를 감안, 면제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다만 향후 추이를 보고 확대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번 제도개선으로 연간 1만개 기업이 연대보증 없이 5조원 가량의 보증 지원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는 신보·기보 등 보증기관의 성과평가 항목(KPI)에 연대보증 면제 실적을 포함하는 한편 심사역량 강화 등을 통해 제도가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임 위원장은 이날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우수한 기술력이 검증된 에이피우주항공은 초기 개발비용에 따른 적자 때문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다가 기술금융을 통해 아리랑 6호 신규사업에 참여하게 된 우수사례”고 소개했다. 임 위원장은 이어 “재무여건이 열악한 우수기업들이 기술금융을 통해 자금지원을 받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기술금융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회사 재무제표만 봐서는 불가능했던 대출이 기술금융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에이피우주항공 배한익 이사는 “기술보증기금에 우리 회사의 우주항공 기술을 잘 아는 직원이 있었던 덕에 적정 등급을 예상보다 빨리 인정받고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며 “평가기관에 기술 이해도가 높은 인력이 많으면 보다 많은 업체들이 기술금융의 혜택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연대보증 폐지와 함께 상반기 중 신용평가기관(TCB)의 신규 진입을 허용하고 우주항공 등 전문분야 평가인력을 확충,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평가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6월까지 은행과 TCB를 대상으로 한 기술금융 실태조사를 통해 기술금융 제도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금융연구원 등 민간 전문가를 통한 컨설팅도 할 예정이다.
임 위원장은 “기술금융이 잘 운영되고 있지만, 아직도 일각에서는 형식적인 제도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우려를 불식시키고 기술금융이 시스템으로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