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사정한파에 움추린 기업

국세청·관세청·금감원 등 역외탈세 동시다발 조사<br>날세운 당국… 세무조사·압수수색 전광석화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23곳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29일. 국세청은 곧바로 효성에 대한 전격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하루 뒤인 30일에는 한화생명 본사를 압수수색해 세무조사를 벌였다. 한화의 핵심 금융계열사인 한화생명을 타깃으로 했다는 점에서 국세청이 한화그룹의 역외탈세 등을 포착해 그룹 전반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세청뿐이 아니다. 역외탈세 등 혐의가 있는 기업에 대해 검찰은 물론 관세청ㆍ금융감독원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서고 있다.

관세청과 금감원은 뉴스타파가 공개한 12명의 탈세혐의자에 대한 불법 외환거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CJ그룹에 대한 수사강도를 높이고 있고 금감원은 CJ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한다. 사정당국이 경쟁이라도 하는 듯한 움직임이다.


물론 뉴스타파가 세 차례 걸쳐 조세회피지역의 역외탈세 혐의자를 공개한 것이 계기가 됐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인 지하경제 양성화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묻어난다. 경제민주화에 이은 때아닌 사정한파에 기업들의 긴장 파고는 최고로 치닫고 있다. ☞2면으로 계속

사정당국의 요 며칠간 모습은 '전광석화'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전격적이다.


국세청은 29일 김영기 조사국장이 직접 나서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23곳에 대한 고강도 조사 방침을 꺼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이 있다"고 했는데 이날 밤 곧바로 세무조사 대상 중 한 곳(효성)이 등장했다. 그리고 이튿날 한화생명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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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이 아니다. 김덕중 청장 체제에서 국세청의 세무조사 강도에는 잔뜩 날이 섰다. 지하경제 양성화의 첨병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곳곳에서 고강도 세무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10대 그룹은 물론이고 국민은행을 비롯한 대형 금융회사들에 조사요원들이 들이닥치고 있다.

역외탈세 등의 명단 발표를 묵묵히 지켜만 보던 금융감독원도 날을 세웠다. 금감원은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등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역외탈세 혐의자 12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 당국이 조세피난처를 통한 외환거래법 위반 여부를 대대적으로 조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뉴스타파가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문화·교육계 인사를 발표하자 이들의 외환거래법 위반 여부도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금감원은 특히 타깃이 된 CJ그룹의 금융거래 전반을 들여다보기로 하고 우선 CJ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부터 특별검사를 시작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른 금융사도 추후 상황을 살펴 검사계획을 잡겠다"고 말했다. 외국에 개설된 차명계좌 비자금을 동원해 CJ그룹이 국내 계열사들의 주식을 사들여 시세차익을 남겼는지에 대한 조사에도 들어갔다.

관세청도 6월1일부터 조세피난처와 불법 외환거래를 통한 자본유출과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수출입기업에 대한 일제조사를 시작한다. 지하경제양성화범칙조사 51개팀 247명을 총동원한다. 검찰의 칼날은 더 매섭다. 검찰은 일단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신한은행을 압수수색(29일)해 CJ의 해외대출 및 부동산 매매와 관련한 금융거래 자료를 확보했다.

사정당국의 동시다발적 조사가 단행되자 기업들은 바짝 몸을 낮추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치밀한 준비가 없었다면 이런 식의 동시다발적인 조사는 쉽지 않다"고 해석했다.

겉으로는 말하지 못하지만 불만 어린 표정이 역력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탈세 여부 등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것이 다소 당황스럽다"면서 "규제를 풀 테니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려달라는 대통령의 목소리와 달리 사정당국은 칼을 매섭게 휘두르고 있어 장단 맞추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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