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드 파노라마] 일본기업 `주주모시기 경영' 확산

우리나라 못지않게 「주주를 무시하는 경영」으로 악명이 높은 일본기업들이 「주주 중시 경영」으로 선회하고 있다.일본 기업들은 지난해 이후 주가급락과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된데다 잇달은 은행 도산과 경영난으로 간접금융의 길마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일본 기업들에게 주식시장을 통한 직접금융 의존도는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기업경영자들로서도 주식시장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최근 일본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주주중시 경영을 통해 주가를 올리지 않고서는 자금조달 길이 막혀버린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일본기업들이 도입하기 시작한 주주중시 경영기법 가운데 하나가 「EVA(ECONOMIC VALUE ADDED= 경제적 부가가치) 경영」이다. EVA란 「기업이 만들어낸 이익에서 기업에 자금을 제공한 채권자나 주주가 요구하는 비용(이자나 투자기대수익) 및 세금을 제외하고 남은 이익」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는 기업이 지불해야할 모든 것을 내주고 남은 초과이익으로 그 과실은 당연히 주주들의 몫이다. EVA가 높은 기업이란 일정액의 자본을 투입했을 때 창출해 내는 부가가치가 그만큼 큰 기업을 말한다. 투자자들은 높은 EVA가 예상되는 기업에 투자하기 마련이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기업이 마이너스 EVA를 낼 경우 최고 경영자가 물러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특히 전세계적인 규제완화로 자본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드는 요즘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직접자금을 유치하는 일이야말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길이다. 투자매력을 상실한 기업은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EVA는 이처럼 「투자척도」로 널리 이용되고 있지만 원래는 미국의 경영컨설팅회사인 스탠 스튜워드가 기업의 경영관리를 위해 도입한 개념이다. 경영자나 종업원이 투입된 자본의 효율을 올리기 위한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카오(花王), 마쓰시타(松下), 기타큐슈 코카콜라 바틀링 등이 이같은 경영기법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일본 최대의 화장지, 화장품업체인 카오는 지난 여름 EVA를 경영지표로서 활용하겠다고 발표, 스탠 스튜워드로부터 컨설팅을 받는 첫 일본기업이 됐다. 18년 연속 경영이익이 늘어나는 등 안정적인 경영기반을 갖춘 카오의 이같은 결정은 「세계시장 개척이라는 당면과제를 앞두고 기존의 경영방식으로는 미국과 유럽의 거대기업들과 경쟁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규모면에서는 뒤질 게 없지만 「경영의 질」에서는 아직 몇수 뒤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자본이익률(ROE)을 비교해봐도 미국 최대의 화장지업체인 P&G가 28%, 세계 최대의 화장품업체인 프랑스의 로레알이 14%인데 비해 카오는 7%에 불과하다. 카오의 경영진들은 전체 사원에게 자본비용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심어주고 이같은 업적을 올리는 사람에게 상응하는 보수를 주는 제도를 확립하기 위해 EVA 컨설팅을 받기로 한 것이다. 또 최근 3년 사이 16%에서 26%로 늘어난 외국인 주주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카오는 수년전 미국과 유럽에서 외국인투자가들 대상으로 개최한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이란 세계의 투자가들로 부터 신뢰받는 기업이다』라는 인식을 갖게됐다. 이미 EVA가 널리 보급된 미국이나 영국 이외에도 최근 유럽의 각 기업들도 잇달아 이를 도입하고 있다. 주주중시 경영은 이제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고 있다. 【장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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