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행사에 초청된 김 원장이 기업 듣기 좋으라고 립서비스 차원에서 날을 세운 것은 아니다. 투자환경이 이토록 나쁜데 정부에서 아무리 닦달해도 한계가 있다는 취지를 반어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기업이 투자하려면 물꼬를 터줘야 하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는 정부 역할"이라고 강조한 데서도 확인된다. 기업에 무턱대고 투자를 촉구하기에 앞서 정부가 기업이 뛸 수 있게 멍석을 깔아줘야 한다는 의미다.
쥐어짜기식 세무조사에 일침을 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술할 때 잘못해 (환부가 아닌) 주변 부위까지 도려내니 기업이 부담을 갖는다고 했다. 백번 공감이 간다. 세무조사 대상을 아무리 늘리고 깐깐하게 한들 더 거둘 수 있는 세금은 연간 2조원 남짓이다. 상반기에 펑크난 세수 10조원을 메우기도 힘들 뿐더러 저인망식 징세가 계속되면 투자심리 위축과 조세조항 같은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기업이 투자를 주저하는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세계적인 경기둔화에다 경제민주화로 대표되는 기업규제, 내수부진 등이 한꺼번에 겹쳤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채근해서 될 일이 아니다. 한쪽에서 투자를 독려해도 다른 한쪽에서 경제민주화 규제와 경제 사정기관들의 완력 행사로 엇박자를 놓으면 기왕의 투자촉진 정책효과마저 반감될 수 있다고 우리는 누차 지적해왔다. 여당은 과다한 규제입법 차단에 나서고 현오석 경제팀은 정책 불확실성부터 확실히 걷어내기 바란다. 투자환경이 개선되고 불확실성이 걷힌다면 하지 말라고 해도 나서는 게 기업의 생리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