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응답하라 2013


2013년 계사년 한 해가 이제 한 달가량밖에 남지 않았다. "지혜와 부(富)를 상징하는 뱀의 해이니만큼 슬기롭게 잘 살자"는 덕담을 주고받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밑이다.

올해는 모두의 기대만큼 지혜롭고 풍요로운 한 해였던가.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북한의 도발적 행위로 연초부터 기대는 무참히 꺾였다. 북측은 1월에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 무력시위에 나서더니 2월 지하 핵실험으로 위기를 고조시켰다. 북한의 비이성은 전범국가인 일본의 침략본능을 자극해 4월 아베 정부가 북핵 위협 등을 빌미로 타국에 대한 무력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평화헌법 개정을 공언하기에 이르렀다.

우리 정부에서도 얼빠진 일이 많았다. 5월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 방미기간 중에 주미 대사관 인턴사원을 성추행해 국제적 망신을 사더니 대형 원전비리 사건이 터져 국민을 여름 내내 전력대란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올해 경제도 국민의 살림도 썩 좋지 못했다. 주요국 삶의 만족도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6위로 멕시코(10위)에도 크게 뒤처졌고 국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137%까지 치솟아 2004년의 103%에 비해 무려 34%포인트나 치솟았다.

"지혜롭게 잘 살자" 여망 꺾여

그나마 삼성전자와 현대ㆍ기아차가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간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포브스 선정 100대 브랜드 순위에서 9위를 기록하며 애플ㆍ코카콜라ㆍ구글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해 국민의 자긍심을 높여줬다.


수출지표도 표면상 나쁘지는 않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사상최대인 69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경상수지 흑자가 600억달러로 예상돼 사상 처음으로 이 부문에서 일본을 앞지르게 되는 것이니 우쭐할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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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경상수지 흑자에서 일본을 추월한 건 되레 불길한 조짐일 수도 있다. 올해 9월까지 수출이 지난해보다 1.3% 늘어난 반면 수입이 1.9% 줄어 생겨난 '불황형 흑자'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1991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1,300억달러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도 기업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지 않아 경제 전체가 장기불황의 깊은 수렁에 빠져들지 않았는가.

삼성과 현대차의 약진 역시 꼭 반길만한 일이 아니다. 특정 기업에 대한 쏠림현상이 우리 경제에 오히려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기업 전체의 당기순이익 가운데 삼성전자와 더불어 현대ㆍ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8.6%로 3년 전인 2009년 14%에 비해 무려 3배나 늘었다.

앞에서 보았듯 우리의 경제상황은 이래저래 불안하다.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 순위가 18위로 중국(15위)과 대만(13위), 홍콩(3위), 싱가포르(1위) 등 중화권 국가들에 크게 뒤져 있다는 산업정책연구원(IPS)의 성적표만 봐도 우리의 어두운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갈 것인가, 이대로 머뭇거리다 뒤처지고 말 것인가. 해답은 간단하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은 뜻을 하나로 모으고 기업은 도전정신으로 정진하며 정부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경제가 발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기업인 도전의지 꺾으면 안돼

그런데도 지금 국가 지도층은 자꾸 퇴보의 길로 나라를 이끌려 하고 있다. 야당은 경제민주화라는 허울로 기업규제 강화에 열을 올리고 집권세력은 KT와 포스코까지 대선의 전리품으로 삼는 등 탐욕을 불태우고 권력기관은 기업인에게 섬뜩한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그러니 기업인은 가혹한 법과 세무행정의 칼날에 도전 의지가 꺾인 채 숨죽일 수밖에 없고 국민은 그저 혀를 끌끌 찰 뿐이다.

이래서는 우리 후손에게 밝은 미래를 물려줄 수 없다. "2013년 여러분은 뭘 했느냐"고 20~30년 뒤 사람들이 묻는다면 대체 뭐라 응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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