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담합의 증거/유찬희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건설공사에서 담합은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설계·시공·감리에 걸친 전과정이 담합으로 이뤄지고 있음은 최근 검찰수사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그같은 담합의 시점이나 구체적인 수법은 어떤 것일까.정부 발주 시설공사에 담합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증빙하는 증거물이 2일 국회재경위의 조달청감사에서 드러났다. 국민회의 김민석 의원은 정부 시설공사 수주를 위해 건설업체들이 담합을 하고 있는 증거로 서울시 신청사 건립공사와 천안∼병천간 도로확·포장공사 콜레터(Call Letter)를 공개했다. 콜레터는 정부 발주공사 수주를 앞두고 낙찰을 희망하는 업체가 해당 공사 참여의사를 갖고 있는 업체들에 담합을 유도하기 위해 건네는 업무협조 서신이다. 콜레터는 입찰공고가 나기전 업체 수주부서(대개는 업무부) 부서장끼리 팩스로 주고받거나 전화를 이용하기도 한다. 부서장선에서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상무나 전무가 나서서 정지작업을 벌이지만 그래도 안되면 사장이 직접 챙긴다. 더욱이 김의원이 콜레터에서 밝힌 공사는 아직 확정도 안됐거나 계약공고도 안된 사업이어서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담합이 공사계획때부터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업체명을 밝히지 않은 이 콜레터는 『99년 조달청이 발주할 시청 신청사공사는 회사가 선정한 중점 수주목표』라며 『용산지역에 호텔신축공사를 벌이고 있는 연고권과 공사 수주 의지를 십분고려해 공사를 원만하게 수주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내용이다. 천안∼병천간 도로확·포장사업(1천5백억원 규모)은 지난달 24일 조달청에 접수, 오는 9일께 공고될 공사지만 이미 지난 6월부터 콜레터를 통해 담합이 이뤄지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의원은 이밖에도 대전도시철도공사, 성수대교 확장공사 등 21개 대형 정부공사와 관련한 콜레터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모두 아직 사업계획조차 확정이 안됐음은 물론이다.

관련기사



유찬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