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해외건설 재도약 하려면


우리나라 해외건설은 1965년 최초 진출 이후 2013년 4월 현재 총 1,226개사가 141개국에서 9,237건 5,586억달러를 수주했으며 특히 2008년부터 5년간 연평균 585억달러 수주해 침체에 빠진 국내건설산업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또한 연평균 585억달러라는 수주액은 2012년 우리나라 대표 수출업종인 반도체(504억달러)ㆍ자동차(472억달러)ㆍ선박(397억달러) 등을 뛰어넘는 우수한 실적이다.

해외건설 경쟁격화에 수익률 감소


그러나 최근 해외건설을 둘러싼 분위기는 수주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과당경쟁이나 시공능력 부족 등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라는 부정적인 측면이 오히려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3년 1ㆍ4분기 실적공시에서 GS건설(-5,354억원), 삼성엔지니어링(-2,198억원) 등 2개사가 대규모 적자를 발표함으로써 해외건설 수익성 전반에 걸쳐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전체적으로 보면 수주 상위 10개사의 최근 3년간 연도별 영업이익률(국내외 매출 합계 기준)은 평균 4.4%로 대부분 업체가 흑자를 유지하고 있으며 금년 1ㆍ4분기 실적에서도 대림산업ㆍ대우건설ㆍ현대건설 등 대부분의 기업이 흑자를 달성했다. 그러나 몇 년 전에 비해 최근 들어 수익률이 급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수익률 감소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우리 업체들의 기술력 부족이다. 현재 우리 건설업체의 기술수준은 선진국 기술을 100으로 봤을 때 시공 분야는 95정도이나 엔지니어링 분야는 원천기술 50, 기본설계 60에 불과하고 국산 기자재도 65 수준에 불과하다. 건설 사업에서 수익성 제고를 위한 기술력의 중요성은 원전 프로젝트의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웨스팅하우스나 GE, 아레바 등이 5% 내외의 낮은 지분율을 갖고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면 너무나 분명하다. 결국 해외건설의 수익성 제고의 관건은 기술력 향상에 있다.

관련기사



이 때문에 현재 국토교통부는 해외건설을 고부가가치 신성장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해외건설에 특화된 맞춤형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해외건설 R&D에 대한 기획연구 성과물을 근거로 10년 간 2,000억∼3,000억원이 소요되는 R&D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연구 중점 분야는 해외 신도시, 주택, 수해방지 및 물 부족 문제 해결 프로젝트, 국산기자재의 글로벌 인증, 우기 지역 맞춤형 사업개발, 황사, 셰일가스, 도로포장 등의 특수기술개발 등이 포함돼 있으며 이를 통해 해외건설의 안정적 수주 확대뿐만 아니라 획기적인 수익성 증대를 위한 대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검토 단계에서부터 탈락돼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평가에 명함도 내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부 R&D 투자확대 기술력 키워야

정부의 연간 R&D 예산은 17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건설 부문 예산은 4,000억원에 불과한데 그나마도 해외건설 분야에 한정된 예산은 수년째 6억원에 머물러 있는 형편이다. 일본을 비롯한 주요 경쟁국들이 해외건설시장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해 범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대규모 지원을 진행하고 있는 흐름에 비춰볼 때 기존의 해외건설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 특히 R&D 예산지원 수준은 너무도 초라해 정부의 지원 의지를 의심하게 할 정도이다.

해외건설 R&D 투자는 그 시기를 놓친다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수주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건설업체들이 뼈를 깎는 고통으로 피워낸 꽃의 만개함에 환호만 할 것이 아니라 풍성하고 탐스러운 과실을 맺을 수 있도록 밑거름을 채워줘야 할 때다. 현재 국토부가 해외건설 R&D 사업의 예산확보를 위해 7월 국과위 사전 심의에 재도전할 계획인 만큼 현 상황의 중요성을 공감하는 관련 부처의 협조로 작지만 큰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기를 기대하는 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